"EMC-HP 한식구 될 가능성 여전"

일반입력 :2014/09/23 10:11

틀어진 줄 알았던 최대 스토리지 업체 EMC와 서버 시장의 거인 HP간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외신들은 앞서 EMC가 지난 1년간 비정기적으로 HP와의 통합을 논의해 오다가 최근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려졌는데, 아주 끝난 얘긴 아니란 소식을 전했다.

투자자 대상 미디어 바론즈닷컴은 EMC와 HP는 다달이 (합병) 논의를 해 왔는데, 지난 7월엔 문제가 있었고 8월에는 (논의가) 재개됐다며 이달 들어 또 중단했지만, 재개될 수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대로 EMC가 실적 부진에 대한 주주 압력과 내년초 은퇴를 앞둔 조 투치 회장의 후계 인선에 따른 불확실성 부담의 타개책으로 꺼내든 경쟁사 합병 시나리오가 유효하단 얘기다.

하지만 당시 WSJ이나 이를 후속 보도한 주요 외신들은 협상이 틀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EMC 주주들 사이에서 HP와의 합병같은 거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입장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논의가 재개될 경우 EMC에게 경쟁사와의 합병을 종용할만한 이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어트매니지먼트'가 유력시된다. 이 회사는 앞서 가상화 소프트웨어 자회사 VM웨어를 분리하라고 EMC 경영진을 압박한 전례도 있다.

EMC는 VM웨어 지분 80%를 갖고 있다. EMC 시가총액과 주가는 정체돼 있고 VM웨어는 승승장구하는 유망주다. VM웨어를 EMC와 떼어놓으면 두 기업의 가치가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게 엘리어트매니지먼트의 논리다.

그러나 조 투치 EMC 회장은 자회사 VM웨어를 '주요 전략 자산'으로 지목, 엘리어트매니지먼트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지붕 아래서 협력하는 게 전략상 유리하다는 업계의 상식을 따른 듯 보인다.

엘리어트매니지먼트가 EMC와 HP간의 합병도 종용했을진 불분명하지만, 이 헤지펀드가 지난 7월 EMC의 10억달러치 주식인 2% 지분을 확보한 뒤 차익실현을 위해 현재 몸이 달아 있으리란 점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EMC와 HP의 합병이 실현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연매출 1천300억달러(약 135조7천억원)를 낼 수 있는 공룡기업이 탄생하며 이는 IBM의 연매출 980억달러를 가볍게 웃도는 숫자라고 전했다.

EMC와 HP간의 합병 논의 자체가 진행 단계인지 아닌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 구체적이 내용도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WSJ와 뉴욕타임스와 CNBC 등에서 이미 보도한대로 EMC와 HP간의 합병은 '대등합병(merger of equals)' 방식이 논의된 듯하다. 대등합병이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인수해 향배를 결정하는 입장이 되는 게 아니라 인수후 기업의 주주 구성, 경영권, 지배 구조를 합병 전 양측 회사가 협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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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현재 EMC 회장인 조 투치가 EMC와 HP를 합병한 기업에서도 회장을 맡고,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가 합병 기업의 CEO를 맡는다는 구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지 포브스는 두 거인의 합병 논의와 이런저런 구상을 전하며 이 소식은 단순히 업계 소문의 하나로 봐도 흥미롭지안 이런 제안 내용이 전통적인 IT업체들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