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최신판 한글 버그로 사용자 불만

달라진 글꼴 처리 방식 때문으로 추정

한국 사용자들이 지난달말 새로 나온 크롬 브라우저 정식판에 적용된 글꼴 처리방식 변화에 따른 버그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크롬 개발팀은 해당 버그 내용을 인지한 상황이지만 차기 버전 업그레이드 시기까지 해결을 미룬 모양새다.

15일 현재 일부 윈도 사용자들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 나온 크롬37 정식판은 웹문서의 글꼴 낱자 간격을 이상하게 표시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규칙적이어야 할 한글 글꼴의 '자간'이 불규칙하게 지정되는 것이다.

몇몇 개발자들은 윈도용 크롬37 버전부터 달라진 글꼴 처리방식 때문일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 글꼴 처리를 위한 윈도 신기술로 '다이렉트라이트(DirectWrite)'가 있는데, 이를 크롬37부터 지원하기 시작해서다.

다이렉트라이트는 윈도 애플리케이션의 글꼴 가독성,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다이렉트X 10.1 표준에 포함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다. 윈도7 또는 비스타 서비스팩2 이상 환경에서 쓸 수 있다.

쉽게 말해 윈도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이렉트라이트의 신기능으로 글꼴을 처리하면, 그에 알맞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환경에서 기존 '그래픽장치인터페이스(GDI)'를 쓸 때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글이 윈도용 크롬37 버전부터 GDI로 구현했던 글꼴 처리 방식을 다이렉트라이트 기반으로 바꾼 이유도 폰트렌더링 품질과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이게 일부 한국어 크롬 사용자들에겐 말썽을 일으킨 듯하다.

빌드번호 37.0.2062.94 버전으로 정식 배포된 크롬 브라우저가 글꼴 자간을 불규칙하게 만드는 현상은 윈도7 환경에서 한글 글꼴 중 '굴림'이나 '돋움'같은 비트맵 폰트를 표시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윤원진 씨는 크롬37 버전에 새 폰트 렌더링 방식이 적용돼 굴림, 돋움같은 한글 비트맵 폰트 렌더링에 문제가 생겼다며 영문, 한글, 숫자 모두 자간 계산이 달라졌다(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바탕을 이루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크로미엄' 공식사이트의 이슈리포트 목록에 '394585번 이슈'로 등록된 상태다. 이상이 보고된 환경은 윈도7에서 구동된 크롬37.0.2062.20 버전이다.

엄밀히 말하면, 크롬37의 한글 글꼴 처리 기능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 건 정식판 배포 전부터 확인된 사안이다. 394585번 이슈는 지난 7월 16일 게재됐는데, 이는 정식판 배포 시기보다 1개월 이상 앞선 날짜다.

하지만 394585번 이슈는 8월 26일 크롬37 정식판 배포가 이뤄진 뒤에야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까지 해당 이슈리포트 글타래에 댓글을 남긴 이는 대부분 버그를 확인해 수정을 요청하러 온 방문자다.

그러다 지난 8일 크롬 개발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구글 엔지니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essential bug)를 제외한 모든 사안은 차기 일정(next Milestone)으로 이관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윈도용 크롬37 정식판에서 한글 글꼴 처리 문제를 맞딱뜨린 뒤 해당 이슈리포트 글타래에서 이같은 댓글을 접한 복수의 사용자들은 어째서 이런 현상을 '필수적이지 않은 문제'로 규정하느냐며 직접 불만을 표했다.

이슈리포트 사이트의 해당 이슈가 크로미엄 프로젝트에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개발자 눈에 들어가야 해결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버그의 처리 상태(status)는 '우선순위 미결정(untriaged)'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글 엔지니어는 모든 윈도용 크롬37 정식판 사용자들이 이런 현상을 겪는 게 아닌 만큼, 개선이 시급한 오류라고 보진 않는 분위기다. 크롬 개발팀이나 구글이 이 사안에 대해 공식 대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용자들 스스로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브라우저에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다이렉트라이트 기능을 해제하는 방안이 제안됐지만 확실히 해결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크롬37 브라우저 업데이트 이후 보름 넘게 한글 글꼴 자간표시 이상 현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사용자들은 '파이어폭스로 갈아타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례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외국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에 대한 구글 측의 대응을 마냥 '소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크롬37 정식판 공개 직후 비트맵폰트 렌더링과는 별개로, 한글 글꼴이 아예 표시되지 않았던 문제는 즉각 고쳐졌다.

한글 글꼴이 아예 표시되지 않는 문제 역시 이번 다이렉트라이트 기능에 따른 버그로 추정됐는데, 사용자 사이에서 대응 방식이 공유된지 이틀만에 구글은 37.0.2062.102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개발자그룹(GDG) 한국 웹테크 커뮤니티 운영자 도창욱 씨는 다이렉트라이트 자체가 폰트 렌더링을 위한 윈도 기능이라, 이번 크롬 브라우저에 반영된 폰트 렌더링 버그에 관련될 가능성은 있다며 (크롬의) 폰트 렌더링 모듈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중이라 당분간 이슈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텍스트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웹 문서 처리시 하드웨어 가속에 기반한 폰트 렌더링은 (브라우저) 성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필요한 기능이라면서 당분간 웹 사이트 운영자들이 신경을 쓰게 될 일인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