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보다 음질 뛰어난 무선 헤드폰

TDK WR-800 리뷰

일반입력 :2014/09/15 14:09

권봉석

TDK WR-800(이하 WR-800)은 무선 송신기를 연결해 스마트폰·PC·태블릿 등 여러 기기에서 출력되는 소리를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무선 헤드폰이다. 송신기에 연결된 3.5mm 잭을 음원에 꽂으면 최대 10미터 이내 거리에서 자유롭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블루투스를 내장하지 않은 TV나 PC에도 연결할 수 있다. 혼선이 적은 채널을 자동으로 골라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16비트, 44kHz 음원을 헤드폰에 압축 없이 전송하며 이어패드는 부드러운 소재를 써서 오래 끼고 있어도 통증을 주지 않는다. 무선 송신기와 헤드폰 본체에 각각 AAA 건전지 두 개를 넣어 연속으로 최대 40시간동안 쓸 수 있다. 색상은 샴페인골드, 메탈실버 두 종류이며 이메이션코리아가 판매한다. 가격은 19만 9천원.

장시간 착용에도 피로감 적은 설계

이어패드는 고정된 방식이 아니며 얼굴 곡선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어패드와 받침대는 푹신한 재질을 써서 오래 쓰고 있어도 피로감이 덜하다. 이어패드가 귀를 완전히 감싸는 오버이어 방식이라 귓바퀴를 누르지 않고 안경을 끼고 있어도 통증은 없다. 주위 소음을 차단해 주는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전원은 AAA 건전지 두 개를 쓰고 헤드폰 왼쪽을 열어 넣는다. 전원 버튼과 볼륨 조절 버튼은 오른쪽에 달았다. 이어패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는 있지만 안 쓸때 접어서 부피를 줄일 수 있는 기능은 없다. 무선 송신기는 크기가 작아 실내에서 놓고 쓰거나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블루투스 APT-X 보다 더 나은 음질

WR-800은 미국 마이크로칩이 출시한 클리어(Kleer) 기술을 이용해 소리를 전송한다. 블루투스와 마찬가지로 2.4GHz 주파수를 쓰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더 나은 소리를 들려준다. WR-800이 쓰는 주파수 대역은 2403~2478MHz인데 유무선공유기가 쓰는 2.4GHz 대역(2400~2483MHz)과 겹친다. 혼선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총 16개 채널 중 하나를 골라서 쓴다. 유무선 공유기가 여섯 개 이상 잡히는 환경에서도 소리가 끊기는 일은 없다.

헤드폰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은 디지털이지만 음원에서 출력된 아날로그 형태의 소리 신호를 송신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자연히 원래 소리와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압축되지 않은 44.1Khz, 16비트 음원을 전송하기 때문에 apt-x 코덱을 쓴 블루투스 헤드셋·헤드폰보다 더 나은 소리를 들려준다. 무선 송신기 한 개로 WR-800을 최대 네 개까지 동시에 연결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절전 기능 “좋으면서도 번거롭네”

음원을 재생하는 기기와 페어링이 필요한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과 달리 복잡한 설정 과정은 없다. 송신기와 헤드폰을 켜면 짧은 시간 안에 초기화가 끝나고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볼륨 버튼으로 소리 크기만 조절하면 된다.

블루투스 헤드폰은 약간 소리가 건조해지거나 메마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에서 그런 경향은 찾아볼 수 없다. 고음질 음원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소 부족함을 느낄 수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 혹은 게임을 무선으로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괜찮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잡음이 낮게 깔려 귀에 거슬리는 현상도 적다.

다만 절전 기능이 너무 빈번히 작동해 성가신 것은 단점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잠시 재생을 멈추면 4~5분 뒤 자동으로 송신기와 헤드폰 전원이 꺼진다. 건전지 사용 시간을 늘려 주는 기능이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송신기가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일일이 일어나 무선 송신기를 다시 켜 주어야 한다. 절전 기능으로 전원이 자동으로 꺼졌는지를 확인해 보려면 무언가를 재생해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

결론 : 쓸만한 무선 헤드폰 “불명확한 용도 아쉽다”

무선 헤드폰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돌아서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설정이 번거롭고 소리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TDK WR-800은 복잡한 설정 없이 전원만 켜면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음질도 만족스럽다. 무선 헤드폰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잡음(화이트 노이즈)에서도 자유롭다. 적어도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문제는 없다.

관련기사

오히려 WR-800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용도에 있다. 다시 말해 실내에서 써야 할지, 혹은 실외에서 써야 할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무선 송신기의 부피가 작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흔히 쓰이는 3.5mm 플러그를 단 것을 보면 휴대용 기기를 노린 것이 맞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블루투스 헤드셋도 소리는 크게 나쁘지 않고 배터리 소모도 적다. 무엇보다 무선 송신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다 배터리까지 신경쓰기는 너무 번거롭다.

반대로 PC나 TV에 송신기를 연결해 실내에서만 쓴다면 빈번하게 작동하는 절전 기능이 발목을 잡는다. PC나 TV 뒤에 연결해 놓는다면 절전 기능이 작동할 때마다 일일이 뒤로 손을 뻗어 송신기를 다시 켜 주어야 한다. 송신기에 들어가는 AAA 건전지를 일일이 갈아 끼워야 하는 것도 귀찮다. 파나소닉 에네루프(eneloop) 등 방전 성능이 우수한 충전지를 이용하면 유지비는 줄일 수 있지만 대신 충전하는 수고가 더 든다. 밖에서 쓰라고 만든 제품인지, 안에서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사용성이 구매를 가로막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