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의 바다거북을 살리는 데 정보통신 기술(ICT)이 쓰인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무선통신 부품‧단말 전문기업인 텔릿(Telit)은 바다거북 보호 캠페인인 ‘터틀 센스(Turtle Sense)'에 자사의 데이터 통신 기기를 지원했다.
이 기기는 바다거북의 둥지에 설치되어 온도와 움직임에 대한 정보 등을 수집하고 전송해 정확한 부화시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측의 정확성이 높아지면 사람의 출입 등 효과적으로 해변을 통제할 수 있고, 새끼 바다거북들이 무사히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ICT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생태보호에 이르기까지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ICT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바로 이러한 트렌드를 가리키는 것이다. IoT는 사물들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센서와 통신 기능들을 결합해 인터넷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집안의 온도계, 자동차, 주차장 센서, 심박측정기, 배달용 드론(무인 항공기)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에서 기대가 높다. IoT는 ICT 분야를 넘어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와 융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ICT 생태계 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생태계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2020년에 전 세계적으로 IoT 시장이 7조1천억원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관련 시장이 1조9천억원 달러였다고 평가했으니, 4배에 가까운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기업이나 업계의 시각에 따라 IoT의 개념이나 범위는 다르다. 통상 IoT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좁은 의미로는 사물 간 통신을 뜻하는 M2M(Machine to Machine)에서부터, 넓게는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개념도 쓰인다.
관련 표준도 이제 논의되기 시작할 정도로 아직은 IoT가 초기 단계 이다. 그만큼 기회가 열려 있고, 우리의 ICT 업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막대한 데이터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은 IoT 발전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2020년까지 240억 개의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 했듯이 IoT가 활성화 되면 엄청난 수의 기기들이 접속될 것이고, 오고가는 데이터의 양도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우수한 통신 인프라와 장비‧단말 제조에 대한 기술력을 갖고 있어서 IoT 시장을 이끄는데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oT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기술 표준과 플랫폼을 선점하는 것이 급선무다. IoT를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물들이 연결되고 상호 연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에 부합하는 기술 표준은 향후 수많은 IoT 기기와 장비 등에 적용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클 것이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이미 스마트폰의 확산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구동되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깨달은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 표준과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IoT 생태계가 확장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표준과 플랫폼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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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올 4월에 2020년까지 30조원의 시장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IoT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주관 부처는 물론이거니와 연관된 여러 부처들, 그리고 관련 업계가 영역을 초월한 공감대 속에 협력한다면 목표한 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유망 산업으로서 IoT를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하는 이때,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표준화와 플랫폼을 선점해 IoT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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