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이 높은가, 낮은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통신서비스나 요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논란이 가중된 측면도 있다.”
이 사람만큼 통신서비스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통신정책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실무 총 책임자에서 통신사의 대변인으로 변신한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부회장이 바로 그다. 설 부회장은 대통령비서실 정보통신담당 행정관, 정통부 정보통신협력본부장을 거쳐, 방통위의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설 부회장이 통신서비스의 이해를 강조하는 것도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때마다 통신사는 요금인하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요금을 내려도 이용자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전체 금액은 크지만 개개인별로 따져보면 적은 액수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요금이 싸졌다고 사용량이 늘어 요금이 더 나오는 경우도 있지요.”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을 통한 전기의 과다 생산으로 심야전기 등 전기를 싸게 공급하면서 오히려 사용량이 폭주해 매년 여름철마다 전력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통신, 의사소통 수단→종합문화서비스”
특히, 통신사들이 무선데이터 요금을 과거의 10분의 1로 인하하고 스마트폰을 확산시키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통신서비스를 더 이상 의사소통 도구로 인식하는 옛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설 부회장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통신서비스가 더 이상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종합문화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단말·문화비의 분리 문제도 이 같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9월부터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음성통화 위주의 이용패턴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데이터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대부분은 음성통화 보다 정보검색 등의 데이터 활용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음성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에서 스마트화 된 모바일 PC로 진화해 간다는 얘기다.
“이용자들이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요금을 절약하고, 이용패턴에 따라 적합한 요금제나 할인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번 주부터 홍보활동과 캠페인에 나설 계획입니다.”
설 부회장이 연합회가 통신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소극적 역할에서 이용자들이 통신서비스를 이해하고 쓸 수 있도록 소비자의 멘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무제한 요금제, 제도적 검토 필요”
반면, 정부에 대해서는 통신사를 대변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제도 개선 요구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인한 트래픽 폭증은 통신사에게도 부담이지만,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갑니다. 상위 10%의 이용자가 전체 데이터 사용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나머지의 이용자들은 10% 남짓한 통신망을 쓰다 보니 통화품질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무제한 요금제가 스마트폰의 확산과 무선데이터의 활성화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트래픽 폭증과 편증현상을 통신사가 단기간 내에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따라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이용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부여하거나 조정하는 제도적 개선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정부가 무선데이터 폭증으로 20MHz 대역폭의 2.1GHz 주파수를 이통3사에 서둘러 경매할당 한다는 방침이지만, 학계에서는 무제한 요금제 도입으로 2013년까지 최소 240MHz 대역만큼의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충구 고려대 교수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내년 말 3천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데이터 트래픽도 올 1월보다 8.7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바쁘다, 바빠”
올해 연합회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연초부터 불거진 외부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통신사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눈코 뜰 새 없고,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정책 대응까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통신서비스 산업은 내적으로 가입자의 포화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외적으로는 통신요금에 대한 인하 요구, 애플·구글, MVNO 등 새로운 경쟁 사업자의 등장 등 여러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통신사를 공통으로 대변하는 연합회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최근 전담반을 만들고 직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이 같은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망 중립성 이슈나 통신요금 인하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갈수록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가 그룹을 만드는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요.”
하지만 연합회는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원사와 중소업체의 IT수출 지원에 나서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우수한 번호이동 기술력의 해외 진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지리적 위치, 통신시장 현황, 국가 간 교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진출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번호이동성 제도를 준비 중인 일부 국에서는 제도, 정책, 기술, 비용 등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 요청이 들어와 지원하고 있으며 1~2년 뒤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시장의 정체 속에서도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LTE 등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등을 계기로 올해 통신시장의 파이를 더욱 키우겠다는 설정선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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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확산은 데이터 부문의 창조적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규제 개선은 연합회의 몫입니다.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 된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익도 커지겠죠.”
그가 바라는 선순환의 산업 생태계가 올해 어떤 모습으로 완결될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