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장 명가에서 만든 맛깔난 포터블 하이파이

코원 플레뉴1 리뷰

일반입력 :2014/08/27 10:36

권봉석

코원 플레뉴1(이하 플레뉴1)은 24비트, 192kHz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하는 오디오 플레이어다. 플레이어 제어와 음장효과 처리는 코어텍스 A8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음원처리용 DAC은 버브라운 PCM1792A를 썼다. DSD, FLAC, WAV, ALAC 등 무손실압축 음원과 MP3, WMA, OGG 등 손실압축 음원을 재생한다. 헤드폰·이어폰 등 소출력 기기용 라인아웃과 손실없이 소리를 출력 가능한 광출력 기능을 모두 갖췄다.

10밴드 이퀄라이저 기능과 중저음 보강 기능인 BBE+, 코러스·리버브 기능을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으며 좌·우 밸런스도 조절해 최적화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3.7인치 800×480화소 AMOLED이며 재생화면과 레벨미터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저장공간은 eMMC 방식 128GB이며 운영체제로는 임베디드 리눅스를 썼다. 3천mAh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내장했고 충전하는데 4시간 걸리며 음악 재생은 최대 8시간 30분 가능하다. 색상은 티타늄 블랙 한 종류이며 가격은 125만원.

통알루미늄으로 만든 진짜 금속 케이스

한 대에 8십만원, 9십만원 하는 스마트폰도 정작 외부 케이스에 플라스틱을 쓴다. 현대판 연금술을 통해 가죽 질감을 내고, 금속 광택을 내지만 플라스틱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큰 화면을 달면서도 어떻게든 두께를 줄이려다 보니 가벼운 재질을 쓸 수 밖에 없지만 금속 질감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과 말쑥한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플레뉴1은 이런 추세에 역행해 통알루미늄 케이스를 썼다. 알루미늄 덩어리를 일일이 선반으로 깎고 구멍을 내 모양을 냈다. 실수로 떨어뜨려서 다소 찌그러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깨지거나 박살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얇은 산화막을 입히는 아노다이징 처리로 티타늄 색상을 냈다. 오랜 시간동안 마찰되거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히면 피막은 자연히 벗겨지겠지만, 기본 제공되는 천연 소가죽 케이스를 끼워 쓰면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어폰·헤드폰은 바로 꽂을 수 있지만 충전용 마이크로USB 케이블이나 용량 확장용 마이크로SD카드는 마개를 일일이 열어야 꽂을 수 있다. 디자인을 해치지 않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충전을 위해 자주 마개를 여닫아야 하는데 다소 번거롭다. MP3 플레이어를 연상시키는 재생 제어 버튼은 화면 오른쪽에 달았다. 충전중이나 작동중에는 전원버튼 밑에 숨겨진 LED에 빨간색, 파란색으로 불이 들어와 현재 상태를 알려준다.

기교 섞지 않은 충실한 소리 들려줘

고가에 판매되는 휴대용 하이파이 제품의 번들 이어폰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요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플레뉴1 역시 마찬가지다. 야박하지만 틀린 선택은 아니다. 이 제품을 살 정도로 마니아라면 이미 취향에 맞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하나 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제품이니 원가라도 낮추는 것이 낫다.

플레뉴1의 소리 성향은 거의 기교가 섞이지 않은 날 것 그대로다. 녹음이 시원찮은 MP3 파일이든 스튜디오 클래스 FLAC 파일이든 가감없이 그대로 들려준다. 샘플링 주파수를 올리는 일도 없다. 덕분에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음원에 배신감을 느끼는 일도 벌어진다. 잡음이나 노이즈는 거의 없으며 저역은 가라앉아 단단해지고 고음역대가 좀 더 뻗어나간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따라 성향은 다르지만 소리가 부드러워진다는 인상도 강하다.

비츠 스튜디오 와이어리스, 소니 MDR-1RMK2, 젠하이저 HD 700·IE 800, 뱅앤올룹슨 A8 등 이어폰·헤드폰을 준비해 청음한 결과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이 제격이다. 이어폰을 연결할 경우 기기 자체에서 나온 소리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갑갑하게 갇히는 느낌이 강하다. 헤드폰을 위해 출력을 높이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소리가 작지 않을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만족스런 체감속도, 충실한 음장효과

플레뉴1은 운영체제로 임베디드 리눅스를 썼다. 음악 재생 프로그램만 콤팩트하게 짜넣는데는 임베디드 리눅스가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흔히 쓰이지만 리눅스 운영체제 위에서 다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옥상옥 구조라 최적화나 절전설계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음악을 재생하거나 각종 설정을 조작할 때 체감 속도는 느리지 않은 편이다.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빠릿빠릿한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답답하지는 않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른 나라 언어도 깨짐 없이 표시해준다. 해외 사이트에서 고음질 음원을 자주 사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유용하다. 다만 24비트 192kHz등 초고음질 음원이나 DSD 음원을 재생하면 화면 아래 부분이 열을 내며 따끈해지고 배터리 소모도 심해진다.

플레뉴1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원음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흔히 ‘착색’이라고 이야기하는 음색 튜닝을 피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쓰고 되도록 음장효과도 적용하지 않은 채로 듣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너무 무미건조한 음악에 약간 조미료를 치고 싶을때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상당히 충실한 음장 기능인 젯이펙트7이 내장되어 있다. 이퀄라이저는 10단으로 조절할 수 있고 고음역을 강조해주는 BBE, 저음역을 강조하는 마하3베이스 등 각종 음역 기능과 서라운드 기능까지 조절할 수 있다. 조건에 맞게 미리 설정된 프리셋도 50개가 넘는다. 하나씩 적용해 보면서 마음에 듣는 모드를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론 : 포터블 하이파이의 ‘막다른 골목’

번들 이어폰에 P2P로 구한 MP3 파일로도 만족하던 사람이 조금 좋은 이어폰을 마련해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득음의 과정이 시작된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취향에 맞는 이어폰·헤드폰을 마련했다고 생각한 순간 MP3 음원이 성에 차지 않는다. 결국 44kHz, 16비트 무손실압축 음원을 들어보지만 뭔가 자꾸 모자라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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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음원 사이트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96kHz, 24비트 음원을 구입해 저장장치에 차곡차곡 쌓던 바로 그 순간, 이 소리를 들고 다니며 듣고 싶다는 욕망이 밀려온다. 플레뉴1은 이처럼 포터블 하이파이에서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 중 하나다.

물론 요즘은 24비트 192kHz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차고 넘친다. 무거워지는 주머니와 짧은 재생 시간을 감수하면서, 오직 음악만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들고 다녀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좀 더 나은 소리를 듣고 싶은 욕망, 다시 말해 ‘장비병’을 비교적 합리적인 차원에서 달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구매해 볼 가치가 있다. 여기에서도 만족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스피커와 앰프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네 시간 충전해서 고작 여덟 시간 밖에 못쓰는 배터리 사용시간은 짧아도 너무 짧다. 두 시간 정도만 더 길었다면 좀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