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슬로건은 그동안 디바이스&서비스 회사였다.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의 유산인 디바이스&서비스 회사라는 비전은 올초 후임인 사티아 나델라가 MS 지휘봉을 잡고나서도 계속 유지됐다.
디바이스&서비스 회사라는 비전에 걸맞게 MS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드웨어로의 영토 확장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2012년에는 서피스 태블릿을 직접 내놨고 지난해에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까지 삼켰다. 하드웨어와 SW를 모두 하는 애플과 같은 길을 걸으려는 듯 보였다.
그런데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7월 시티아 나델라 신임 MS CEO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하면서 디바이스&서비스 회사라는 비전 대신 생산성&플랫폼을 전진배치하고 나선 것이다.
나델라 CEO는 지난달 10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MS는 영혼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고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위한 생산성&플랫폼이 회사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OS와 하드웨어 그리고 클라우드는 핵심 가치의 확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핵심 비전을 상징하는 문구를 바꾼 것에 대해선 디바이스&서비스 회사는 변화를 시작할때는 유용했지만 이제 MS는 차별화된 전략을 갈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디바이스&서비스에서 생산성&플랫폼으로 비전이 바뀐 상황에서 MS에게 디바이스 사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돌아가는 분위기만 놓고보면 사티아 나델라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하드웨어 사업을 키울 것 같다는 신호는 잘 포착되지 않는다.
MS는 최근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인수를 완료한 뒤 노키아 직원 1만2천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노키아가 하던 중저가 피처폰 사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서피스 태블릿을 둘러싼 상황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월드의 그렉 카이저 기자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MS는 2012년 서피스 태블릿을 처음 선보인 후 17억달러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액은 6월말로 끝난 2014년도 회계연도 4분기에만 3억6천300만달러에 달했다. 2014년 회계연도 전체적으로 보면 손실액은 6억8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카이저 기자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생산 준비를 마친 서피스 미니를 내놓지 않기로 결정한데 따른 손실 처리와 서피스 프로3 제조 비용이 많이 반영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17억달러는 MS같은 회사에게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분기 손실액은 MS가 거둔 총 수익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구나 서피스는 디바이스&서비스 회사라는 비전이 MS를 지배하던 시절 나온 결과물이다. 발머의 후임자인 사티아 나델라는 디바이스가 아니라 생산성과 플랫폼을 강조한다. 디바이스 보단 클라우드와 모바일이 우선이다.
외신들도 MS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피스 사업에 대해 재검토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 MS 서피스3, 10월 출시설 '솔솔'2014.08.10
- MS, 스티브 발머의 유산과 결별2014.08.10
- 한국MS, 11일 서피스프로3 예판 시작2014.08.10
- "MS 서피스미니, 올 여름에는 안 나온다"2014.08.10
컴퓨터월드 기사에 따르면 잭도우 리서치의 잰 도슨 애널리스트는 첫째 성장하지 않고, 둘째 돈을 까먹고 있으며, 셋째 시장을 만들지 못한하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리드라이트는 노키아 직원들을 대폭 감원한 것은 서피스에게도 좋지 못한 징조가 될수 있다는 시각을 펼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나델라가 서피스 사업 적자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사업성을 재검토할 필요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