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사이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이 쏟아졌고 지금도 쏟아진다. 이런저런 지원 프로그램들은 자본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사무공간과 IT인프라를 제공하거나, 홍보-마케팅 지원과 멘토링 등 다양한 혜택들을 준다.
그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꽤 오랜 시간 지속돼온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즈스파크(Bizspark)’도 한국 IT 창업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30일 한국MS에 따르면, 지난해 비즈스파크 프로그램 지원 건수가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현재까지 한국MS 비즈스파크 프로그램을 이용중이거나 거쳐간 스타트업은 2천여곳에 달한다. 전세계의 비즈스파크 프로그램 이용기업은 100개 국가에서 10만여곳이다. 한국IT시장이 세계 GDP의 1%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활발하다. 비즈스파크는 MS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MSDN 계정을 제공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를 월 150달러 규모 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윈도, 윈도폰 등의 개발자등록비를 면제받을 수 있다. 기술지원과 트레이닝 및 네트워킹, 홍보 지원 등과, 한국MS 파트너사에서 제공하는 공간지원 같은 부가혜택도 받을 수 있다.
회사 설립 5년 미만, 연매출 5억원 이하인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타트업은 3년 동안 비즈스파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기업 자회사, IT서비스분야, 비SW개발회사 등은 이용할 수 없다. 이용 기간인 3년 안에 연매출규모가 100만달러 이상으로 성장하면 비즈스파크 혜택도 종료된다.
비즈스파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윈도, 오피스 같은 SW 뿐 아니라 비주얼스튜디오를 비롯한 MS의 각종 개발플랫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저 이용혜택도 IaaS의 가상서버(VM) 제공보다 서비스형 플랫폼(PaaS) 활용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훈 한국MS 부장은 “3년동안 MSDN 서브스크립션을 받아서 SQL서버, 윈도서버, 윈도8, 개발도구 등을 쓸 수 있으며, 비즈스파크 졸업 후에도 업그레이드 버전을 쓰지 않는다면 계속 SW를 쓸 수 있다”며 “애저의 경우 ‘웹사이트’, ‘웹앱’, ‘모바일 서비스’ 같은 PaaS 기능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게 해 스타트업에서 잘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 반응 중 80%는 애저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좋다고 평하는데, 그중에서도 타 클라우드 대비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 PaaS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 오픈SSL 관련 하트블리드 취약점 사태 때 애저가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아마존웹서비스 같은 IaaS를 이용하는 경우 VM의 운영체제나 DBMS 패치를 사용자가 모든 책임을 안고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PaaS의 경우 기반 플랫폼 자체를 MS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만큼 클라우드 사용자의 관리 부담을 확 줄였다는 것이다.
최 부장은 “스타트업은 개발자나 기획자는 있어도 시스템 운영자를 두는 곳은 드물어서 첫 시스템 개발 이후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VM관리부담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MS 비즈스파크를 이용중인 소셜문제풀이서비스 ‘바풀’도 애저의 PaaS와 개발도구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바풀은 2012년 10월부터 비즈스파크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김영재 바풀 기술총괄(CTO)은 “웹서버를 원클릭으로 띄워주는 ‘웹사이트’, 사용자 이벤트를 한 통로로 묶어서 처리하는 ‘서비스버스’, ‘푸시’, ‘애저SQL’ 같은 Paa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보통 클라우드 회사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을 쓸 때 VM만 엄청 많이 만들어서 쓰는 것을 좋다고 보기 쉽지만, PaaS를 통해 VM을 적게 쓰면서 기본제공되는 서비스들을 풍성하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VM을 줄이면 관리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며 “만족스러운 수준의 서버 세팅에 이틀 걸린다고 보면, 그만큼 인건비와 시간에 들어가는 값를 소비한 것이다. PaaS를 쓰면 세팅이 끝나는 게 몇십분만에 되니, 그만큼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비즈스파크를 통해 고품질의 SW개발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기술을 결정하는 입장에서 고가의 퀄리티 높은 기술을 3년동안 부담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며 “개발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개발도구다”고 말했다.
바풀은 홈페이지나 앱에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질문을 올리면 다른 가입자들이 해답을 달아주는 서비스다. 1년 만에 서비스 이용자가 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었을 정도로 인기다. 하루에 6천여개의 질문이 올라오는데, 평균 21분 안에 해답이 달린다고 한다. 답변율도 80%에 달한다.
사진 형태로 질문을 올리고, 답변도 이미지 형태로 달리다보니 바풀 서비스 속도의 핵심은 이미지 파일 처리다. 김영재 CTO는 “바풀이 이미지로 대화하는 서비스니 여러 개의 파일을 제어하는 부분이 중요한데, 애저는 BLOB 처리가 여러 클라우드 중 제일 낫다”고 설명했다.
바풀은 상대적으로 여러 지원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은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CTO는 “정부 지원을 받을 경우 요구받는 서류처리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재 CTO의 발언이나 여러 프로그램 이용자의 반응을 보면 MS 비즈스파크는 간섭이 덜한 편이다. 꽤 속 편한 지원프로그램인 셈이다. 처음 가입심사 당시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면 통과할 수 있고, 1년마다 이뤄지는 갱신 작업도 특별한 평가없이 이메일을 통해서 이뤄진다. 매출 규모 판단도 회계감사 하듯 엄격하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MS는 왜 수천만원에 달하는 SW를 무료로 주면서 사회봉사하듯 스타트업을 지원할까. 한국MS의 최훈 부장은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결국 목적은 MS의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모바일 개발자쪽도 안드로이드든 iOS든 백엔드는 우리 걸 써라 식으로 어떻게든 MS를 하나라도 쓰게 만드는 게 현실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여러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 많지만, 그들의 경우 사회공헌효과 외에 특별히 얻을 만한 것을 찾지 못해 고민한다”며 “지원프로그램이 지속성있게 가려면 확실한 명분이 필요한데, 영리기업이 사회공헌만 위해 막대한 투자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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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MS는 태생적으로 SW회사고 에코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비즈스파크에 살을 붙이고 확대할지언정 단기간에 없애거나 축소할 염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은 향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정기 클라우드 워크숍, 기술 교육 세미나 등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MS 본사의 비즈스파크 프로그램 혜택확대 계획도 잡혀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