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IoT 전략의 마지막 퍼즐 '분석'

타이거미 인수로 관련 기술 역량 확보

일반입력 :2014/07/28 17:15    수정: 2014/07/28 17:16

시스코시스템즈가 조용히 컴플렉스이벤트프로세싱(CEP) 전문업체 기술과 인력을 확보해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 전략의 커다란 공백을 메웠다. CEP 기술을 탑재한 장비로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인다는 개념을 먼저 제시한 오라클의 IoT게이트웨이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시스코가 상반기 '포그컴퓨팅'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제시한 IoT용 네트워크 전략에는 빈틈이 있었다. 핵심 구성요소로 네트워크 효율화와 트래픽 최적화를 위한 자사 라우터의 '분석' 역량을 강조했지만, 이래저래 불투명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시스코에 따르면 포그컴퓨팅은 IoT 네트워크에서 모든 센서와 단말 데이터를 중앙으로 보내는 대신, 즉시 활용할 데이터를 가려내 가까운 곳에서 분석, 활용하는 인프라를 지칭한다. 여기서 시스코 'IOx' 플랫폼을 품은 라우터가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맡는다.

IOx 플랫폼은 시스코 라우터 장비에 기존 IOS와 나란히 돌아가는 리눅스 환경을 제공한다. 라우터 전용 운영체제(OS)와 범용 서버 OS를 함께 지원해 시스코가 아닌 외부 업체의 기술로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이런 구상을 제시한 시스코에게는 정작 IOx 플랫폼을 위한 분석 기술이나 역량이 충분치 않아 보였다. 시스코는 지난 2월 포그컴퓨팅을 처음 소개하고 5월 연례 컨퍼런스에서 IoT 전략의 전체 그림을 비교적 상세히 제시했지만, 분석 역량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시스코가 데이터 처리를 위한 자체 분석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였기에, 향후 범용 서버기반 분석기술을 갖춘 협력사를 끌어들이거나 기업 인수합병 작업을 통해 이 빈틈을 메울 것으로 짐작됐다. 그리고 최근 시스코 측에 확인 결과, 인수를 통해 분석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코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성일용 부사장은 시스코가 공식 발표한 기업 인수합병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타이거미(TigerME)'라는 회사를 인수했다며 설립자인 데이비드 A. 말루프 박사는 분산형 CEP 기술 연구분야의 세계 권위자라고 전했다. 인수 시점이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말루프 박사는 1990년대 후반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출신으로 200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메스연구소 지능형시스템사업부에서 일하다 2007년 2번째 벤처업체 타이거미를 차렸다. 이 회사는 자사와 이름이 같은 소프트웨어(SW) 기술 '타이거미'를 개발했다.

타이거미 SW는 단일 코어 장비로 XML 데이터베이스(DB) 기능과 풀텍스트 검색을 통합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묘사된다. 이에 대해 말루프 박사는 휴대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어떤 컴퓨팅 플랫폼에서나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 부사장은 타이거미의 기술은 데이터 트래픽(패킷)을 REST API로 규칙에 기반해 색인화한 다음 필요한 정보만 (목표 대상에) 적절히 전달하는 것으로, 이 SW 자체가 CEP 역할을 한다며 시스코는 타이거미 기술에 기반한 IoT 데이터처리 모델에 '데이터인모션(DMo)'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타이거미의 SW는 성능, 규격이 다양한 장비로 구성된 IoT 환경에서 CEP를 구현할 수 있는 분산형DB 기술 쯤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시스코가 타이거미 SW를 사서 이름만 바꾼 것은 아니다. 시스코는 그 데이터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동작 유형, 즉 규칙(룰셋)도 사용자가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스코는 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규칙에 '동적데이터정의(D³)'라는 이름을 붙이고, 향후 자사 라우터와 스위치에 탑재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성 부사장은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에 탑재된 D³로 다양한 데이터 처리 규칙을 생성, 작은 분산형 엔진으로 L4와 L7 사이의 모든 네트워크 상태를 색인화해 검색할 수 있게 만들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고 언급했다.

시스코가 아직 DMo 기술이나 D³ 모델을 구현한 제품 공개 및 상용화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제 IoT 환경에서 포그컴퓨팅이란 분산 네트워크 아키텍처로 데이터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분석(CEP) 기술을 갖췄다는 말 자체를 허언이라 치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시스코는 이런 자사 IoT 컴퓨팅 아키텍처의 활성화를 위해 D³ 규칙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개발자용 도구와 공개 API도 조용히 준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코가 지원하고 있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크리키트(Krikkit)'가 그 실체에 해당한다.

크리키트는 이클립스 재단의 '테크놀러지프로젝트'에 등록된 기술 개발 프로젝트다. 공식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사용자, 개발자가 'IoT 엣지디바이스'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하는 용도다. IoT 엣지디바이스란 센서, 게이트웨이같은 장비를 가리킨다.

크리키트 주 구성요소인 C언어 라이브러리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루는 규칙을 정의하는 '크리키트API'를 제공한다. 이걸 쓰면 개발자가 IoT 단말기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위한 최적화 규칙을 한층 수월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이클립스 재단에 등록된만큼, 자바 개발자를 포함해 이클립스 프레임워크를 다루는 많은 개발자들을 위한 플러그인 형태로도 제공될 예정이다. 크리키트API를 통합한 이클립스는 개발자들에게 시스코 장비용 IoT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툴이 될 전망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크리키트의 기원은 순전히 시스코에서 출발한 듯 보인다. 프로젝트 커미터로 등록된 엔지니어 비자이 수브라 마니안, 라구람 수다카르, 2명이 모두 시스코 소속이다. 이들이 프로젝트에 초기 버전으로 기부한 소스코드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커뮤니티 활동이나 피드백은 미흡하다.

성 부사장은 시스코는 크리키트 프로젝트를 통해 IOx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과 OS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API 개발 계획을 제안한 상태라며 크리키트의 REST API 형식 라이브러리로 개발자가 쓸만한 규칙을 만드는 다브라네트웍스라는 회사도 있는데 '루반(RuBAN)'이라는 분석 엔진 개발업체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시스코 입장에서 IoT 기술과 관련된 협력사와 개발자 생태계 확장 분위기는 아주 뜨겁다고 하기 어렵다. 향후 IoT 기술 주도권을 놓고 시스코와 오라클간의 생태계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만하다.

시스코가 CEP를 라우터에 넣듯이 오라클은 CEP를 게이트웨이에 담아 데이터 처리를 달리 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오라클 IoT 게이트웨이는 자체 이벤트프로세싱 기술과 버클리DB를 품고 자바 임베디드 스위트를 돌리며 중앙 데이터센터와 일관된 환경을 구축 가능하다고 오라클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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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차이라면 오라클은 IoT 인프라에서도 결국 모든 데이터를 중앙에 두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 시스코는 그게 비효율적이라는 관점에서 꼭 중앙에 두지 않아도 되는 데이터를 분석이 이뤄지는 장소에만 놓자는 개념을 주창했다는 점 정도다.

성 부사장은 흔히 IoT 환경에서 데이터를 중앙(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에 다 올려놓고 분산처리만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렇게 모두 집중시키더라도 활용하지 않는 데이터는 결국 가비지(Garbage)라며 우리의 방향(포그컴퓨팅)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