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두권만한 PC “활용도는 무한대”

인텔 씬캐년(NUC) 리뷰

일반입력 :2014/07/21 13:10

권봉석

인텔 DE3815TYKH(이하 씬캐년)은 인텔이 지난 4월 출시한 초소형 PC다. 프로세서로 인텔 아톰 E3815 프로세서를 썼고 4GB eMMC를 내장했다. DDR3L 메모리만 준비해 꽂으면 리눅스 운영체제나 임베디드 윈도 운영체제를 바로 설치해 쓸 수 있다. 내부에 2.5인치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SSD를 장착할 수 있고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를 기본 내장했다.

영상 출력 단자는 HDMI 단자와 15핀 D서브 두 종류이며 디지털 사이니지나 키오스크 등 디스플레이에 연결할 수 있는 eDP 단자도 내부에 내장했다. 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해 쓸 수 있으며 메모리는 최대 8GB까지 확장 가능하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는 미니 PCI 익스프레스 방식 카드를 따로 꽂아야 한다. 가격은 152달러(한화 약 15만 7천원)이며 국내 출시 일정과 가격은 미정.

양장본만한 크기 “갖출건 다 갖췄다”

보통 PC라 하면 책상 위에 올려진 직사각형 본체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데스크톱 PC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씬캐년은 IPTV 셋톱박스보다 작은 본체에 PC 부품을 모두 담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전원공급장치를 내장하는 일반 PC와 달리 외부 AC 어댑터로 전원을 공급받는다. PC를 어디에 둘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다. 제품에 들어 있는 브래킷을 나사로 고정하고 모니터 뒤 베사 마운팅 홀에 매달면 일체형 PC가 된다.

부피는 작지만 필요한 입출력 단자는 모두 갖추고 있다. 영상 출력 단자는 HDMI 1.4a 단자 하나, D서브 단자 하나이며 디지털 사이니지나 산업용으로 쓸 수 있도록 eDP 단자도 내장했다. 키보드·마우스나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USB 2.0 단자가 뒤에 두 개, USB 3.0 단자가 앞에 한 개 달렸다. 유선랜을 꽂아 쓸 수 있는 기가비트 이더넷과 음성출력 단자도 뒤에 달았다. 필요 최소한의 단자는 모두 갖춘 셈이다. 최근 대용량 저장장치에 자주 쓰이는 USB 3.0 단자는 하나 뿐이지만, 제품 용도를 감안하면 적당한 구성이다.

메모리만 추가하면 조립 끝

씬캐년은 반조립상태로 판매된다. 프로세서와 여러 부품, 무선랜 안테나는 이미 장착하고 있지만 메모리와 저장장치, 무선랜카드는 빠졌다. 나사로 고정된 밑판을 열고 나머지 부품을 장착해 주어야 한다. 메모리는 노트북에 쓰이는 DDR3L 규격 제품이면 어느 것이나 쓸 수 있고 최대 8GB까지 인식한다.

저장장치는 2.5인치, 9mm를 넘지 않는 SSD나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달면 된다. 두께 9.5mm인 제품이라면 어느것이나 끼워 쓸 수 있지만 저장장치를 고정하는 틀을 빼내기 힘든 것이 흠이다. 씬캐년에 유선랜만 연결하고 용량이 적은 리눅스 운영체제를 설치해 쓸 것이라면 DDR3L 메모리만 준비하면 된다. SSD처럼 쓸 수 있는 4GB eMMC 메모리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설정을 담당하는 바이오스(BIOS)도 요즘 추세에 맞춰 화려하고 편리하게 구성된 ‘비주얼 바이오스’를 탑재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내장해 윈도 프로그램을 쓰듯이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설정이 끝난다. 화면을 BMP(비트맵)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글자만 빼곡하던 예전 바이오스를 떠올리며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풀HD 영상은 재생⋯ “게임은 무리”

씬캐년이 장착한 프로세서는 인텔 아톰 E3815다. 최대 1.46GHz로 작동하고 소모전력도 5W에 불과하다. 하지만 코어가 단 하나만 작동하는 싱글코어 프로세서다. 인텔 태블릿에 흔히 쓰이는 아톰 Z3770보다 숫자는 더 높지만 성능은 오히려 한 수 아래다. 하지만 이 프로세서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이니지나 키오스크 등 산업용 장비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SSD와 DDR3L 4GB 메모리를 달고 윈도 8.1을 설치해 써 보면 처음 부팅을 제외하고 웹브라우저나 동영상 재생에는 큰 지장이 없다.

1280×720 화소 MP4 동영상을 재생할 때 CPU 점유율은 최대 17%, 작동 클럭은 600MHz다. 1920×1080화소 MP4 동영상을 재생할 때도 CPU 점유율 25%, 작동 클럭은 700MHz에서 매끄럽게 돌아간다. 오히려 성능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저장장치를 읽고 쓰는 속도인데, 최상위급 SSD를 끼워도 최대 속도가 고작 250MB/s 수준에 그친다. 보급형 SSD를 써도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HDMI 1.4a 단자로 출력할 수 있는 해상도는 1920×1200 화소가 최고이며 2K 디스플레이를 연결해도 제 해상도를 모두 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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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공학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PC 토이

씬캐년은 분명 일반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용도에 맞게 필요한 부품을 추가로 산 다음 직접 끼우고 고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돌릴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유연성이 뛰어난 PC를 기반으로 디지털 간판이나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싶다면 이만한 선택지도 없다. 전력 소모가 5W에 불과한데다 부피도 작다. 취미삼아 작은 리눅스 서버를 돌리거나 TV 옆에 연결해 두고 동영상을 돌리는 용도로도 유용하다. 라즈베리파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크기가 작고 팬이 없기 때문에 PC 시스템이 필요한 어떤 장치를 만들때 부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필요하면 케이스를 아예 벗겨내도 좋다. 확실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공학도의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