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미니보다 작은 초소형 데스크톱 PC

기가바이트 브릭스 프로 리뷰

일반입력 :2014/03/12 09:36    수정: 2014/03/12 09:38

권봉석

좁은 공간에서 고성능 PC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얇고 가벼운데다 속도까지 빠른 울트라북이 많이 등장한 요즘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고해상도 대형 모니터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560×1440 화소 이상 화면을 단 노트북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값도 비싸거니와 화면도 15인치 이하라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상당히 피곤해진다.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는 울트라북도 있지만 메모리 용량이나 SSD/HDD 등 저장장치 용량이 처음부터 고정된다는 것도 한계 점이다. 노트북이 아무리 좋아도 데스크톱PC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출시를 앞둔 기가바이트 브릭스 프로(이하 브릭스 프로)는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다. CD 한 장이나 책 한 권으로 가려질만한 작은 크기에 고성능 부품을 넣었다. 값이 눈에 띄게 내린 2560×1440 화소 모니터 뿐만 아니라 4K 모니터까지 연결해 쓸 수 있다. 설치할 공간이 없다면 모니터나 디스플레이 뒤에 매달아 써도 된다. ■갖출 것 모두 갖춘 ‘작은 거인’

브릭스 프로는 이름 그대로 벽돌을 닮았다. 가로・세로 크기가 11.14cm에 불과한 정사각형이고 높이도 6.2cm로 아담하다. 부피로 따지면 0.79리터에 불과하다. 셋톱박스와 비슷한 크기에 PC 부품을 모두 넣은 것이다. 전원공급장치는 보통 본체 안에 넣기 마련이지만 본체 크기를 줄이기 위해 전원공급장치 대신 AC 어댑터를 꽂아 쓰게 만들었다. 배터리와 모니터가 안 달린 고성능 노트북이라 봐도 무방하다.크기는 줄었지만 연결성은 나쁘지 않다. USB 3.0 단자는 제품 앞과 뒤에 두 개 달았고 영상 출력 단자는 HDMI 단자와 디스플레이포트 미니 단자가 각각 하나씩이다. HDMI 단자는 1.4, 디스플레이포트 미니 단자는 1.2 규격을 따랐고 4K 영상출력까지 지원한다. HDMI 단자와 디스플레이포트 미니 단자를 이용해 2K 모니터와 연결하면 제 해상도를 모두 쓸 수 있고 필요하면 모니터를 동시에 2개 연결해도 된다. 인터넷 접속은 제품 뒤의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와 내장된 무선랜을 이용해 할 수 있다.

브릭스 프로는 CPU가 메인보드에 미리 설치된 상태이고 이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하드웨어는 SSD와 2.5인치 HDD, 그리고 메모리 정도다. SSD는 mSATA 방식을 따르는 제품을 끼워 쓰면 되고 메모리는 DDR3L 규격을 따르는 제품을 쓰면 된다. HDD는 2.5인치 제품이면 용량에 관계 없이 인식하며 mSATA 규격 SSD 대신 2.5인치 SSD를 꽂아 써도 된다. 세 부품 모두 노트북용이라 일반 데스크톱PC용 하드웨어보다 값이 비싸다. 바닥에 있는 나사 네 개를 풀면 각종 부품을 장착할 수 있다.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으면 모니터나 TV 뒤에 있는 베사 마운팅홀에 매달아도 된다. 원래 마운팅 홀은 디스플레이를 벽에 매달거나 이동식 받침대에 고정하기 위한 것이지만 요즘은 소형PC나 셋톱박스를 뒤에 달아 보이지 않게 하는데도 쓴다. 제품에 들어 있는 고정장치를 나사로 모니터 뒤에 연결한 다음 브릭스 프로 본체를 살짝 걸어 고정하면 된다.

브릭스 프로는 프로세서(CPU)가 고정되어 있고 저장장치(HDD/SSD)와 메모리만 끼워 쓰는 방식이다. 리뷰 제품은 인텔 4세대 코어 i7-4770R 프로세서를 썼고 한국 출시 예정 모델과 같다. i7-4770R은 메인보드 기판에 납땜 형식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분리하거나 교체할 수 없다. 레버를 들어올리면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데스크톱PC용 메인보드나 프로세서와는 차이가 있다.

내장 그래픽 성능 최대 55%가량 높아져

브릭스 프로는 PC 체감 속도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프로세서가 고정되어 있고 어떤 저장장치와 메모리를 쓰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따라서 저장장치 속도보다는 프로세서 처리 속도, 특히 그래픽 성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i7-4770R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4세대 코어 프로세서 중 일부에만 탑재되는 최상위급 그래픽칩셋인 아이리스 프로 5200을 내장했다는 것이다. 최신 게임에 쓰이는 그래픽 규격인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고 4K 디스플레이도 쓸 수 있다. 2012년에 출시된 3세대(아이비브리지) 프로세서와 비교하면 최대 2배까지 그래픽 성능이 높아졌다는 것이 인텔 설명이다.3D 게임에 필요한 그래픽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다이렉트X 11 기반 벤치마크 프로그램 ‘3D마크11’을 실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효과를 연출하며 성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기본 내장된 ‘720P 퍼포먼스’ 테스트 결과는 2427점이며 인텔 HD그래픽스 4000(인텔 코어 i7-3770K)의 3배 이상, 인텔 HD그래픽스 4600(인텔 코어 i7-4770K)의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물론 따로 그래픽카드를 꽂아 쓰는 경우와 비교하면 성능은 많이 떨어지지만 가벼운 게임 정도는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다.

디아블로3도 ‘할만하네’

실제 게임에서 3D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다이렉트X 9 기반 게임 디아블로3를 실행했을 때 초당 평균 프레임 수도 확인했다. 그래픽 옵션에서 ‘계단 현상 방지’를 켜 준 다음 게임 화면 녹화 프로그램인 프랩스(FRAPS)로 초당 평균 프레임 수를 측정했다. 해상도가 2560×1600 화소일 때 초당 평균 프레임은 30.34 프레임이다. 게임을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감은 없지 않아 있다. 해상도를 1920×1200 화소로 낮췄을 때 초당 평균 프레임은 44.81프레임이며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소비 전력은 최대 135W 정도이며 일반 데스크톱PC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소비 전력이 낮은데다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면 작동 속도를 낮춰 소비 전력을 줄이는 노트북용 프로세서의 특징도 소비 전력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다만 게임이나 동영상 압축처럼 최대 성능을 내야 하는 경우는 냉각팬이 상당히 요란하게 돌아간다.

브릭스 프로는 PC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최대한의 성능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미니PC다. QHD(2560×1440화소) 모니터는 물론 4K까지도 지원하기 때문에 고해상도 모니터를 연결해 쓰기도 좋다. 냉각팬 소음이 거슬리긴 하지만 내부 공간을 극한까지 줄이다 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앞 뒤로 네 개밖에 안 달린 USB 3.0 단자 역시 작은 부피에서 오는 한계다.

정식 출시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외 가격이 80~9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 가격은 10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DDR3L 8GB 메모리(4GB×2, 8만원 전후)와 256GB mSATA SSD(20만원 전후), 노트북용 1TB HDD(8만원 전후)를 더하면 14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작은 본체 크기는 마음에 들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프로세서 성능과 확장성을 낮춘 대신 값을 내린 하위 모델인 브릭스나 브릭스S도 고려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