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닮은 구글 변심이 개발자에 주는 의미

개방보다 일관성 강조하면서 개발 환경 급변

일반입력 :2014/07/04 14:51    수정: 2014/07/04 14:51

황치규 기자

안드로이드에 대한 구글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개방성을 외쳤는데, 요즘은 일관성을 많이 강조하는 듯 하다. 최근 열린 구글 I/O 컨퍼런스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구글의 우선순위가 이제 일관성으로 옮겨왔음을 분명하게 확실하게 보여준 행사였다.

구글은 I/O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자동차, 스마트워치, TV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들에 걸쳐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양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하나로 묶기 위한 매트리얼 디자인 원칙을 강조했고, 제조사나 개발자들이 구글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르도록 했다. 아이폰의 개방적인 대안이라며 안드로이드를 쓰는 제조사나 개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재량권을 줬던 몇년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다양한 기기로 확장하면서 '이렇게 해야 하고, 뭐는 하면 안된다'식의 조건들이 많이도 붙었다. 구글이 제시한 조건들은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의무에 가까운 것들이다.

웨어러블용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웨어의 경우 스마트워치를 만들때 하드웨어 업체에 주어진 선택은 극히 제한적이다. 원형으로 갈지 정사각형으로 갈지를 빼고나면 제조 업체가 역량력을 행사할만한 것은 많지 않다. 배터리 크기, 디스플레이 유형, 어떤 센세를 포함시킬지도 구글이 쳐놓은 제한을 벗어날 수 없다. 제조 업체는 스마트워치 표면을 여러개로 내놓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제품을 차별화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드로이드TV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안드로이드TV 기반 셋톱박스를 만들지 완제품을 만들지 결정하는 걸 제외하면 하드웨어가 업체가 많은 입김을 불어넣기는 힘들어 보인다.

모바일 앱 개발자들도 달라진 새로운 구글 헌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기가옴에 따르면 안드로이드TV는 앱 개발자들로 하여금 유사한 룩앤필(Look and feel)을 가진 앱을 만들도록 돼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TV와 함께 안드로이드 앱을 TV에서 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린백( Leanback)이라는 프레임워크도 지원한다.

린백으로 개발된 앱은 유사한 룩앤필을 갖는다. 린백은 안드로이드TV 개발자들이 무조건 써야하는거 아니지만 구글은 린백 사용을 강하게 추천하는 입장이다.

안드로이드웨어도 구글이 정해놓은 지침이 분명하다. 안드로이드웨어는 알람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폰에 있는 알람 기능을 웨어러블 기기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스마트워치에서 메일, 메시지, 트윗이 올라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각종 알람이 어떻게 보여야하는지, 무슨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선을 분명하게 그어놨다. 개발자는 구글이 정해놓은 경험 원칙을 파괴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가장 제약이 많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꼽힌다. 개발자는 안드로이드 오토 전용 앱을 만들 수 없다.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 플랫폼이 기존 모바일 기기용 앱을 연결해 거기에 있는 콘텐츠를 고화질에 맞게 보여준다. 최적화의 폭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구글글래스에도 제약이 많은 개발자 정책이 적용됐다. 할 수 있는 것과 할수 없는 것에 대해 구글의 입김이 강하다. 얼굴 인식 기술을 쓰거나 광고는 제공할 수 없는 것이 사례다.

크롬캐스트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크롬 기반 기기로 불리지만 구글의 강력한 통제 정책이 녹아들기는 마찬가지다. 개발자들은 제대로된 기능을 갖춘 크롬캐스트 앱을 만들수 없다. 크롬캐스트 앱은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웹앱이다. 그리고 기존 모바일 앱에 의해 통제된다.

기가옴은 크롬캐스트는 구글이 왜 점점 통제적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구글은 TV 시장 진입을 위해 2010년 구글TV 플랫폼을 들고 나왔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당시 구글은 개발자들이 가급적 자유롭게 구글TV용 앱이나 웹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TV가 실패한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전체 웹경험을 그대로 넣으려 했던 것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기가옴의 지적이다.

이후 구글은 하드웨어라고 해서 모두 같은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데스크톱이나 스마트폰에서 통하는 앱도 TV에선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또 대형 제조사나 많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과 협력하면서, 통제를 하지 않으면 앱과 기기들에 걸쳐 제대로된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도 파악했다. 이것은 통제 정책과 매트리얼 디자인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구글이 이번 I/O에서 공개한 매트리얼 디자인은 안드로이드가 세상에 나온 이후 가장 야심적인 디자인 변화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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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구글이 점점 애플처럼 바뀌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애플은 UX를 위해 파트너들에게 강력한 통제 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기가옴은 개발자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했을때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전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들 사이에선 자동차, 거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구글이 승리하려면 애플을 닮아가는 것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