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늦어지나…기술표준 발목

일반입력 :2014/07/02 18:48    수정: 2014/07/03 07:46

이동통신업계가 지상파 UHD 방송 기술표준안 수립을 막고 나섰다. 700MHz 주파수 대역 할당을 두고 이통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치열한 경쟁이 기술표준 정립까지 번진 것.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에 34건의 기술 표준 후보가 오른 가운데 ‘지상파 UHD 방송표준’이 이통사의 의결권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이상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은 “지상파 UHD 방송표준은 오늘 회의에서 의결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했다”며 “과반수가 넘는 이동통신사의 의결권으로 안건 상정 자체가 막혔다”고 말했다.

TTA 의결권은 회비에 비례해 투표권한이 주어진다. 이통3사가 가진 의결권은 과반수가 넘는다. 실제 이날 의결권을 가진 참석자 366인 가운데 이통사가 가진 의결권은 200석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TTA 총회에서 상정된 기술 표준 후보가 부결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TTA의 결정으로 지상파의 UHD 방송 도입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지상파가 UHD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 지상파는 현재 UHD 방송 상용화를 위해 정부에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라 유휴대역이 된 700MHz의 54MHz 폭의 주파수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파수는 모바일 트래픽 증가를 대비하려는 이동통신업계과 재난망, 코레일 등이 할당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할당을 위해 부처 공동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고 연구반 종료 이후에 주파수 용도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주파수 확보와 함께 지상파의 UHD 방송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표준이 마련돼야 한다. 표준 기술이 만들어지면 정부의 승인을 얻어 지상파 방송사가 같은 방식의 기술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위성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말 열린 TTA 총회에서 기술표준을 확립, 지난달 정부의 기술기준 제정을 받았다. 이에 전용 셋톱박스만 출시되면 UHD 위성방송이 가능해진다.

지상파의 경우 이 단계에서 이통사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차기 TTA 총회에서 다시 기술표준 의결을 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예상한 상용화 준비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상진 정책국장은 “내년말을 상용화를 목표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준비를 해왔는데 통신사들이 힘으로 국내 차세대 방송 발전을 망치고 있다”면서 “기술표준 통과와 정부의 기술기준 제정이 늦어지면서 국내 UHD 방송은 뒤처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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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상파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통신 재벌은 방송 죽이기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번 TTA 총회에서 보여준 이통사의 행태는 UHD 방송산업의 진흥과 시청자의 이익은 외면하고 통신 재벌들의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행위를 보였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협회는 또 “9월에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UHD 생중계로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지상파 UHD 표준안의 부결로 국산 UHD 콘텐츠 제작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UHD 가전산업은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