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하 국방위원장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을 직접 지목하면서 업계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총기협회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탓을 했을 때와 유사한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중독 토론회에 참석,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일례로 22사단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을 들었다.
황 국방위원장은 “임병장도 고등학생 때 게임중독에 빠져 학교도 안 가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등 자기만의 세계 살다보니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다”면서 “이런 사람이 군대라는 전혀 다른 환경, 전우들과 어울려야 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총기 사고를 일으키게 됐다는 분석이 수사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게임에 빠져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군대라는 조직 생활에 임병장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논리다. 이런 부적응에 따른 고립이 결국 총기 난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야기했다는 해석이다.
황진하 국방위원장의 발언은 2012년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어린 학생과 교직원 등 총 28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다.
당시 해당 사건이 미국 전역을 큰 충격에 빠뜨리자 시민들은 이 같은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총기소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여론에 불리해진 이익단체 미국 총기협회(NRA)는 즉각 게임을 비난하고 나섰다. 폭력성을 지닌 게임, 영화, 음악 등의 미디어가 총기 난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은 기자 회견에서 특정 게임을 지목하며 “게임이야말로 국민에게 폭력을 판매하고 퍼뜨리는 음험한 산업”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총을 가진 나쁜 사람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총기 소지의 정당성에 대해 피력했다.
결국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 폭력적인 게임 등 미디어에 있으며, 이를 막는 방법이 ‘총기를 가진 또 다른 사람’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으로 비디오 게임이 희생양이 된 사례는 1999년에도 있었다. 당시 미국 콜로라도주 제퍼슨 카운티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 재학생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크레볼드는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발물을 터뜨려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자살했다.
이 사건은 게임과 범죄의 상관성에 대한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사건으로, 이들이 평소 ‘둠’이라는 총싸움 게임을 자주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게임사에 소송이 제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07년 4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명 ‘조승희 사건’으로 알려진 이 총기 난사 사건은 버지니아주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인 학생 조승희가 32명을 사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다. 당시에도 그가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총싸움 게임을 평소 즐겼다면서 범행 원인을 게임의 탓으로 돌리려 했지만, 결국 평소 그가 해당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오리건 보건과학 대학교의 임상학부 교수인 제랄드 블록(Jerald Block) 박사는 지난 2007년 9월 열린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상담과 치료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과 게임의 상관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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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범인이었던 두 청소년은 평범한 미국 중상류층에서 자라났고 우울증 같은 정신과 질환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면 둘 모두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잦은 이사로 인한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이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네티컷주 총기 난사 사고의 원인이 폭력적인 게임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총기협회가 총기소지법 개정으로 피해를 우려한 나머지 게임을 희생양 삼은 대표적인 경우”라면서 “22사단 임병장 사건의 경우도 고교시절 게임중독을 끄집어 낸 것으로 보아 국방부가 잦은 총기 사고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게임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