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서버, 스토리지 제조업체들과 관련 협회 차원에서 범정부용 국산 ICT장비 도입시 필요한 안정성 검증 기준 마련 작업이 본격 추진된다.
업계는 전자정부 데이터센터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검증 지침을 바탕으로 범정부 인프라에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 국산장비에 제기되는 안정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실무자들은 만남을 갖고 공공기관에서 국산 장비를 도입할 때 성능, 호환성,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는 이제 워밍업 단계다. TTA 네트워크시험인증단 김영덕 책임은 공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서버 및 스토리지용 안정성 검증 기준과 절차에 관해 협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실제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업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획이 구체화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안정성 검증기준이 마련되면 TTA가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직접 안정성 검증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위한 국산장비 안정성 및 품질 인증 사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래부가 지난 2월 발효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ICT특별법')을 근거로 추진해 온 국산 ICT장비 산업 발전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아직 ICT특별법 주관 부서인 미래부 정보통신산업과가 TTA와 한국컴퓨팅산업협회간 논의에 관여하진 않고 있다.
TTA와 한국컴퓨팅산업협회가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의 안정성과 성능 검증 기준을 아예 새로운 내용으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을 듯하다. 현재 정부 전산시스템에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를 도입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성능, 호환성 및 안정성 검증 절차와 기준이 전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자정부를 운영하는 안전행정부 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통전') 데이터센터에 도입 장비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자원기술기준검증(IOT)' 지침과 절차가 있다. 이는 통전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하면서 각 제조사별 제품을 검증하기 위해 적용하는 기준으로 몇년 전부터 쓰여 왔다.
IOT 지침 관련 정보는 공개돼 있어 타기관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2014년도 최신 IOT지침을 지난 23일 개정했고, 이 내용을 다음달 8일 각 제품 제조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공고를 최근 게재했다.
다만 이 내용은 통전 데이터센터 인프라만을 고려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 회장사 이트론의 김상초 상무는 통전이 IOT지침에 기반한 안정성 검증 절차를 통해 국산 x86 서버 제품을 지난해 250대, 올해도 250대 규모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IOT지침을 통과한 제품이 다른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인프라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믿음을 얻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통전 정보자원관리과 기술기준검증실(IOT실) 담당자도 지방자치단체나 소규모 공공조직에서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기술기준(IOT지침)을 각자 여건에 맞게 변형해 적용한 사례는 있는 걸로 아는데, 이를 타 정부부처에서 공식적으로 활용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런 이유에서 TTA와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정부의 모든 조직이 통전 IOT지침을 그대로 사용하진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IOT지침을 얼마간 참조해 더 다양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검증 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 상무는 인증 기준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는 것보다는 통전의 IOT지침을 활용하되 더 광범위한 장비 도입 요건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성 검증 체계를 갖추는 방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TTA와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협회 차원에서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국내 ICT장비산업 발전을 정책목표로 내건 미래부에서도 이를 적극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TTA에서 만들어진 인증기준 역시 다른 정부부처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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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도입하는 ICT장비에 대한 책임을 특정 인증주체에 지우는 접근방식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없지 않다. 이런 관점에선 서울특별시가 추진하려는 '국산제품IT자원풀'같은 시범사업이 안정성과 신뢰성을 문제삼아 국산장비 도입을 꺼리는 공공기관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TTA의 국산장비 인증기준이 마련되더라도 그와 별개로 시범사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자체 운영경험을 직접 확보하는 식으로 안정성, 신뢰성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갖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미래부와 협의해 7월중 사업발주 세부계획을 잡고 오는 8월 실제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