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유독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iOS 진영에 맥을 못췄던 구글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여러 운영체제(OS) 버전이 사용되고 있는데다 기종 역시 너무 많다는 점 때문에 통합된 보안정책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업용으로는 적합치 않았다.
구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5천개에 달하는 개발자용 API를 공개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를 통합시켰다.
기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앱이나 보안용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기업용 이메일, 문서파일 등 콘텐츠를 녹스를 통해 구현된 별도 컨테이너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I/O 컨퍼런스에서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은 '안드로이드 포 워크(Android for work)'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공개했다. OS레벨에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작동하는 개인용, 기업용 앱/콘텐츠를 분리해 높은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해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피차이 부사장은 (기업 업무를 위해) 누구도 2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안드로이드 포 워크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안드로이드에 삼성 녹스를 통합하면서 기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인 소니, 레노버, 화웨이, HTC 뿐만 아니라 PC 제조사인 델, HP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애플 위주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관리(EMM) 솔루션을 공급해 온 모바일아이언, 굿테크놀로지, VM웨어에 인수된 에어워치 등이 안드로이드 진영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모바일아이언 한국 담당 심재민 이사는 그동안 (OS버전, 기종별로) 파편화가 심한 탓에 기업용 시장에서 사용률이 저조했던 안드로이드 진영이 기존 애플이 iOS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EMM 파트너 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애플은 그동안 디바이스 프로파일 클라이언트(DPC)라는 형태로 서드파티 개발자들을 위한 API를 공개해 왔다.
국내시장에서 EMM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기기관리(MDM) 전문업체들 역시 구글 행보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기존 국내 MDM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개한 제조사 API에서 사내 카메라 작동금지, 암호화 전송, 원격 위치 파악, 잠금기능 등을 고객 기업/기관별로 맞춤형 보안정책을 구현해 왔다. 일종의 모바일 보안 SI형태로 사업을 진행해 온 것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L에서부터는 제조사 API 보다는 구글이 직접 제공하는 녹스 기반 안드로이드 전용 API를 통해 MDM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와 녹스의 통합이 블랙베리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굿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iOS 기기를 작동시킨 비중은 72%에 달하는 반면 안드로이드는 27%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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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삼성전자 녹스 사업부 담당 이인종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8천700만대 기기가 녹스를 탑재하고 있으나 이 중 180만대만 실제 녹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에 녹스가 기본탑재되면서 기업용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률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로이드-녹스 통합에 대해 이인종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기기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보안,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구글과 함께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생태계를 조성하고, 안드로이드 기기가 비즈니스를 위한 앞선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