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대 포터블 오디오, 폰엔 못 심나요?

일반입력 :2014/06/19 15:57    수정: 2014/06/20 09:25

이재운 기자

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의 원리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틈새 시장인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아이리버에 이어 소니와 코원시스템이 잇달아 휴대용 고음질 오디오 기기인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같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를 처음 선보인 아이리버 연구개발부서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 문의해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이들 고가 제품의 원리와 특징을 자세히 들어봤다.■MP3플레이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MP3플레이어는 MP3 포맷으로 압축된 음원 파일만 재생할 수 있었던데 비해, 최근 나온 하이파이 제품은 MP3 포맷 외에 FLAC이나 DSD 등 스튜디오 녹음 당시의 원음 수준에 해당하는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다.

원래 MP3 포맷의 탄생 배경에는 고음질 음원의 파일 용량이 지나치게 커 저장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휴대용 모바일 기기에서는 재생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MP3 포맷이 음원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음악 애호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캐나다 출신 유명 가수 닐 영은 이러한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포터블 제품 ‘포노 플레이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리버도 바로 이런 점을 포착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해 아스텔앤컨 시리즈를 선보이게 됐다.

아스텔앤컨 시리즈 제품 속을 들여다보면 DAC라는 칩셋과 앰프(Amp) 칩셋이 등장한다. DAC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변환장치(Converter)로,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된 음원을 이용자가 감상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 헤드폰·이어폰으로 다시 전송한다.

아이리버 등 제조사들은 DAC에서 앰프, 설계회로 등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시스템의 크기를 줄여 휴대용 기기 안에 이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하이파이용 고성능 전용 앰프를 포함한 앰프단의 시스템 전체 크기를 줄인 것이 주효했다.■스마트폰에는 이런 기술을 구현할 수 없나요?

스마트폰에 구현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스마트폰 두께와 크기에 맞춰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은 음악 재생 외에 다른 부품도 상당수 들어가는데다 제작 단가도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마이크를 통한 음성 통화 기능 등이 필요해 앞서 설명한 DAC와 반대되는 개념인 ADC를 비롯한 여러 다른 부품이 함께 결합되므로 하이파이용 오디오 시스템을 현존하는 스마트폰 크기에서 구현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다른 문제는 전력 소모량 증가다. 고음질 음원 재생을 위해 상당한 양의 전류가 필요한데 스마트폰에 이를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거나 배터리가 수 배 무거워지는 등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전망은 어떤가요? 매력은 무엇인가요?

휴대용 제품의 장점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음질 음원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한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투자해 거대한 오디오 시스템을 집안 한 구석에 마련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포터블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헤드폰 포함 200만원대 비용으로 스튜디오 음질 수준의 고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해당 시장은 사실 국내보다 일본이나 중화권 등에서 더 잘 팔린다. 기존 대기업이 주목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기에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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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에 이어 코원시스템은 물론 대기업인 소니까지 진출하면서 현재로써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음질 오디오 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나 교육 환경 등이 마련돼야 하는데 한 업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향후 아이리버가 대기업인 SK텔레콤에 인수될 경우 더 큰 폭의 투자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대형 업체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분간은 현재 존재하는 제조사들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