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가전, 타이젠으로 뭉칠까?

사업 부문간 협력 체제 긴밀성이 관건

일반입력 :2014/06/10 18:00    수정: 2014/06/11 19:47

삼성전자가 오픈소스 타이젠을 키우는 이유는 안드로이드 대안 플랫폼이 아니라 여러 기기 형태, 산업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히든카드로 삼기 위해서다. 지난해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여러 제품 및 산업 영역을 아우르는 '이업종 융합(Cross-category convergence)' 시장의 주력 운영체제(OS)로 지목한 것.

관건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내놓을 타이젠 기반 컴퓨팅 및 가전 기기들이 '같은 OS 제품'으로 분류되는 수준을 넘어 일반 사용자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다. 서로 다른 업종간 융합 전략을 현실화시키려면 사업 부문간 내부 경쟁 최소화,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은 필수다.

특히 개인 사용자들을 상대로 모바일, PC, 카메라 등을 만드는 IT 및 모바일(IM) 부문과 TV, 냉장고 등을 만드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의 공조가 중시된다. 이런 가운데, IM과 CE 부문의 협력 플레이 수준을 평가할 시험무대가 조만간 마련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과 스마트TV 출시를 준비중이다. 스마트폰은 IM, 스마트TV는 CE 사업부 간판 제품이다.

두 사업 부문간 협력이 원활하게 굴러갈지는 두고봐야할 듯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 내부에서 IM과 CE부문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리적인 협력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몰라도 화학적인 협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IM과 CE 부문은 삼성전자가 2년전 완제품(DMC) 부문을 폐지하면서 갈라선 조직이다. 두 사업 부문은 조직 안팎에서 실적 기여도나 매출 성장률을 놓고 경합해왔다. 서로 열심히 하는 것이었지, 손잡고 잘해보자는 관계는 아니었다.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갖고 있는 다른 업체와의 관계만 보더라도 두 사업 부문의 입장에는 차이가 엿보인다. 신종균 IM 대표는 타이젠 중심의 이업종 융합을 강조하면서도 모바일 사업에서 손잡아 온 안드로이드 개발사 구글과 꾸준히 협력할 뜻을 밝혔지만, 윤부근 대표가 이끄는 CE부문은 스마트TV와 관련해 경쟁 업체인 LG전자 등이 채택한 구글 TV 플랫폼과는 대립 관계에 가까웠다.

IM 쪽은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여러 기기를 만들면서 타사 플랫폼에 의존해 온 역사가 길다.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도 구글 안드로이드 덕을 본 사례다. 타이젠은 카메라와 스마트워치에 실험적으로 넣어 본 수준이다. 자체 플랫폼 '바다'로 실패의 쓴맛을 본 스마트폰에 당장 홀로서기를 시도하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종균 IM부문 대표는 지난해 8월 씨넷코리아 창간기념 단독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당시 떠돌던 '타이젠 포기설'과 그 정반대 개념인 '타이젠 올인설' 모두 부정했다. 기존 멀티OS 전략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자체 플랫폼(SLP)으로 스마트TV 시장에 대응해 온 CE부문은 타이젠 제품화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윤부근 CE부문 대표는 타이젠TV를 내놓고 자사의 다른 가전제품에도 타이젠을 적용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CE부문은 또 지난주 열린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에선 프로토타입의 타이젠 기반 스마트TV를 시연했다.

게다가 CE부문 입장에서 구글은 경쟁사의 플랫폼 공급업체일 뿐이다. CE부문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인 TV 시장에서 구글은 오히려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인 LG전자의 덕을 많이 봤다. LG전자 TV사업 담당조직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는 스마트TV 시장에서 멀티OS 전략을 통해 몇년간 꾸준히 구글TV 제품을 출시해 준 거의 유일한 제조사로 '의리'를 지켜줬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가 IM과 CE 부문 조직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발휘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시연된 타이젠 클라우드박스가 IM과 CE 부문의 불협화음을 상징하는 서비스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타이젠 클라우드박스는 지난주 삼성전자가 타이젠개발자컨퍼런스에서 시연한 실험적 서비스다. 사용자가 타이젠 기기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드롭박스 등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관한 콘텐츠,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해준다. 각 클라우드의 오픈API를 사용한다. 삼성전자 SW R&D센터 SW플랫폼팀 작품이다.

10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타이젠 클라우드박스는 다양한 크로스디바이스 컨버전스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향후 해당 API와 SW개발도구(SDK)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온 미국 씨넷 보도에 따르면 타이젠 클라우드박스와 관련된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타이젠 클라우드박스가 삼성전자 S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현재로선 확인된 것은 없다.

S클라우드는 삼성전자가 3년전 애플 아이클라우드 대항마로 만들기 시작한 갤럭시 시리즈용 클라우드 서비스다. 일정, 연락처와 단말기 백업 데이터를 포함한 사용자 개인 정보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동기화해 주는 용도로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 IM부문이 삼성SDS에 개발, 운영을 위탁 중이다.

타이젠 클라우드박스와 S클라우드는 사용자 입장에서 기능적으로 무관하며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별개 조직이 개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S클라우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를 위한 서비스라 타이젠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업종 융합 전략을 취한만큼, 기존 S클라우드와 동일한 인프라에서 타이젠 클라우드박스를 제공하는 게 운영 및 개발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유리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로 애플, 구글, MS 등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들은 단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각 단말기 형태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서비스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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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타이젠폰 '삼성Z'가 클라우드박스 서비스를 원활히 지원하는 형태로 출시된다면,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IM 부문과 타이젠 개발에 깊이 관여 중인 삼성전자 SW플랫폼팀의 공조는 어느정도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IM 부문과 SW플랫폼팀의 공조는 IM과 CE 부문간의 협력과는 별개 사안인 만큼, IM과 CE 사업부간 협력이 구체화됐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출시될 타이젠 기반 TV와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에서 좀더 구체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