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SW와 혁신기업의 딜레마

SAP 사파이어나우 하소 플래티너 이사회 의장 기조연설

일반입력 :2014/06/06 07:39    수정: 2014/06/10 08:45

<올랜도(미국)=임유경 기자>세계적인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SAP 연례 행사인 사파이어나우에 등장했다. SAP 창업자인 하소 플래티너 감독 이사회 의장과 함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소 의장도 이날만큼은 포츠담 대학교 교수 자격으로 연단에 섰다고 선을 그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두 사람의 기조연설은 강의를 듣는 것처럼 진지하고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보기드문 두 저명인사의 대담에 2천여명의 참석자들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대담은 크리스텐슨 교수가 먼저 자신의 저서인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주창한 '파괴적 혁신'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에는 존속적인 혁신과 파괴적인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은 주력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켜 기존 고객들을 계속해서 만족 시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방어적일 뿐이며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반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기존 제품보다 기능을 단순화시키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쉽고 경제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쓰게 된다.

성장의 원천은 기존 고객이 아니라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고객입니다. 그래서 리딩기업들이 모든 일을 다 제대로 해 놓고서도 실패를 맛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지요.

크리스텐슨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신생기업에 리딩기업들이 무너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소 의장이 학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SAP 곳곳에서도 혁신기업의 딜레마가 보인다며 이야기를 이어 받았다.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존속적 혁신으로 대응하다가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그는 하드웨어 성능의 놀라운 향상, 클라우드와 모바일로의 전환 등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엔터프라이즈 SW의 미래를 위해서 파괴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지난 몇 년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7년 반 전부터 저는 다행히 포츠담 대학에서 일하면서 SW가 어떻게 하면 심플해질 수 있지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시간 지연 없이 즉시 접근할 수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실현시키려면 완전히 다른 디자인 목표, 구축방식, 모델링 방식이 필요했다. 다른 교수들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DB를 구상한다며 그를 미쳤다고 했지만 하소 의장은 HANA를 통해 그의 생각을 실현해 냈다. 제로에 가까운 응답 속도로 복잡성을 제거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방법과 맥을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HANA의 인메모리 기술과 함께 '요약정보(애그리게이트) 제거'가 파괴적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순히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기록하고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이 데이터를 의미 있게 활용할 알고리즘을 담고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대다수 회계시스템은 요약 정보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미리 요약해 놓으면 정해 놓은면 고객들은 제한적인 질문만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전에는 모든 요약정보를 사전에 예측해서 만들어 놓을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본적인 마스터 데이터만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처리는 알고리즘이 담당하도록 했고 따라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한 데이터 모델과 알고리즘, 예측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소 의장은 파괴적 혁신과 함께 존속적 혁신을 병행하며 기존 고객들에 대한 지원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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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미래는 급격한 변화를 예고합니다. 물론 지난 40여 년간 유지해 온 제품을 중심으로 한 존속적 혁신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제품도 그대로 작동하게 유지할 것이지만 급격한 변화도 함께 추진할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7년 반 전에 구상한 시스템에 대한 철학적 배경을 소개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엔터프라이즈 SW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일 것이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