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이젠폰 삼성 Z 직접 써보니…

상용화 앞두고 타이젠 완성도 가늠자 역할

<샌프란시스코(미국)=봉성창 기자>“안드로이드와 비교해 거의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첫 타이젠OS 스마트폰 ‘삼성 Z’를 30분 정도 직접 써본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좋게 말하면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반응속도도 뛰어나지만, 나쁘게 말하면 딱히 더 나은 점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삼성 Z는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타이젠이 설치된 스마트폰은 다수의 전시회와 행사에서 전시됐지만, 이번 제품 만큼은 실제로 시판될 제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오는 3분기 러시아에서 최초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시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한 부분은 “과연 이 폰이 돈 받고 팔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써 본 결과 상당히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특별한 오류나 움직임이 지연되는 현상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카메라 역시 상당히 빠른 속도로 포커스를 잡아냈으며 촬영 역시 순식간에 이뤄졌다.■안드로이드 대비 저전력, 멀티태스킹, 웹 최적화 강점

무엇보다 타이젠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웹브라우저다. HTML5에 최적화된 운영체제 답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웹서핑이 가능했다. HTML5에 얼마나 최적화 됐는지를 보는 테스트(HTML5TEST.COM)에서도 무려 497점이나 획득했을 정도다. 아이폰5S는 410점 전후를 기록한다.

부팅 시간 역시 빨라졌다. 전원을 완전히 껐다가 다시 사용하는데 돌아오는 시간을 반복 측정해보니 평균 15초가 걸렸다. 아직 시연제품이고 실제 출시되는 제품은 이보다 더 빠를 것이라는 것이 이곳 관계자 설명이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서 전원을 완전히 내리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두드러지는 장점은 아니다. 그러나 타이젠OS가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얼마나 가볍게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로서는 충분하다.

삼성 Z에는 이미 시중에 판매 중인 안드로이드 기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요 앱과 기능이 고스란히 구현돼 있다. S메모, 그룹플레이, 삼성링크 등의 앱이 설치돼 있으며, 카메라 역시 기존 갤럭시 시리즈에서 지원하는 주요 촬영모드를 지원한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서 구현되는 S파인더 역시 화면을 두손가락으로 두드리면 불러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타이젠이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가지는 강점 중 하나인 멀티태스킹 역시 ‘미니앱스’라는 기능으로 잘 구현돼 있다. 미니앱스 기능을 불러온 다음 카메라, 인터넷, 사전, 전화, 메모 등 원하는 기능을 실행시키면 어떤 화면에서도 곧바로 불러와 사용할 수 있다.

짧은 시연 시간동안에 확인해 볼 수 없었지만 전력 소모량 역시 줄었다고 한다. 설명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대비 20%정도이며, 이는 안드로이드 기반 기어1 보다 타이젠 기반 기어2가 더 오랜 사용시간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밖에도 LTE와 와이파이 중 더 빠른 속도를 선택하는 다운로드 부스트 기능이나, 버튼 클릭 한번으로 전력 소모로량을 최소화하는 기능들이 눈길을 끌었다.

■안드로이드 대체재 아닌 전략적 보완재

강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젠에게는 아직까지 넘어야될 산이 더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앱 생태계다. 타이젠 진영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앱 개발 활성화를 위해 개발자 수익 분배 비율을 한시적으로 10대0으로 설정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타이젠 앱 판매로 발생되는 수익은 전부 개발자 몫이라는 이야기다.

시연 제품에서 접속해 본 타이젠 스토어에 올라온 앱은 아직까지 수백개 수준에 불과했다. 당장 러시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부분 러시아 앱이며 한글로 된 앱은 한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개발 환경 역시 IOS나 안드로이드와는 또 다르다. 다만 타이젠 진영은 웹 형태의 앱의 경우 이식이 쉬운 만큼 이 분야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안정화 여부도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당장 쓰는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지만, 이동통화는 쓰다보면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아직 검증이 안됐다는 이야기다.

타이젠은 이제 충분히 훌륭한 모바일 운영체제로 거듭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안드로이드OS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전자 역시 운영체제가 큰 상관없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와 아프리카 지역에 먼저 타이젠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에게 타이젠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피처폰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시장에서 타이젠으로 판매량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과, 구글이 언제든지 정책을 바꿔 안드로이드OS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발전을 거듭하면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구축을 추진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적어도 스마트폰만 놓고보면 여전히 안드로이드를 완전히 버릴 정도의 분명한 강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앱 콘텐츠 생태계 역시 그리 쉽게 움직일 수 없다. 사실상 타이젠은 국내 사용자들에게 당분간 먼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