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상장도 삼성SDS 상장과 유사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마련의 성격이다.”
“삼성에버랜드와 다른 계열사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아 합병 과정의 잡음을 없애기 위한 시도다.”
3일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학계, 금융계 등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는 총수 일가의 지분가치 향상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4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상장할 경우 주식가치는 상승할 것이고 이를 현금화해 지배구조를 높이는데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째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그룹 계열사의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할 경우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삼성 계열사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단절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 지분율 25.1%…지분가치 상승 전망
삼성에버랜드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상장을 통해 지난해 재편된 사업부문들의 사업경쟁력을 조기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에 대해 발표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떤 이유가 됐든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체제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내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에버버랜드 최대주주로 25.1%의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3.72%, 이부진, 이서현 사장은 8.37% 지분을 갖고 있다. 이외 KCC가 17% 지분율로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2대 주주다. 상장을 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 등의 지분가치는 상승할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사이며 장외 주식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지분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 2011년 KCC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당시 KCC는 주당 182만원에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했으며 주식가치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11년 KCC 매입 가격을 대입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주식가치는 1조1천400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 주식수 62만7천주에 주당 182만원의 가격을 매긴 금액이다. 상장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가치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상장할 때마다 통상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상장 차익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계열사 통합 포석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타 계열사와의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에버랜드는 총수 일가의 지분률이 높은 회사다. 타 회사와 합병을 할 경우 그만큼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 삼성에버랜드와 합병이 가능한 회사로 삼성전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하고 지주회사는 삼성에버랜드와 통합해 지배력을 높인다는 시나리오다.
통합 지주사는 이를 통해 지주회사법 규제를 피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하는 동시에 그룹 계열사의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삼성에버랜드가 비상장으로 남았을 경우 지분가치 평가에 대한 외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헐값 또는 고가 매각논란이 나온다면 3세 경영으로 전환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백혈병 논란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불필요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상장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삼성에버랜드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 받고 이후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진방 인하대학교 교수는 “이번 상장은 두가지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삼성에버랜드 합병에 앞서 시장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자는 것과 지분가치 상승 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순환출자 구조 해결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에서 시작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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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들이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시장의 불특정 다수에게 매각하고 대신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가지 분석 속에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한층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 최근의 삼성SDS 상장, 삼성금융 계열사 지분정리까지 3세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삼성그룹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