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인하 무색…고가제품에 보조금집중

영업재개 일주일 보조금 경쟁 다시 치열

일반입력 :2014/05/27 14:46    수정: 2014/05/28 07:24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사업정지 제재를 마치고 동시 영업을 재개한 20일 이후 일주일간 치열한 보조금 경쟁이 벌어졌다.

45일간 영업을 미뤄온 통신 사업자들의 가입자 유치 작전과 단말기 판매가 급감했던 제조사들의 장려금 투입이 맞아 떨어졌다.

이통사들은 서로 경쟁사가 촉발한 보조금 경쟁이라고 발뺌하면서도 가입자 빼앗기에 여념이 없었다. 보조금 액수가 치솟자 번호이동(MNP) 수치도 급증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동시 영업을 재개한 20일부터 26일까지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는 34만8천255건이다. 하루 평균 5만건에 달하는 수준이다.

규제당국의 잇단 경고 메시지 속에 주말에 들어서야 과열된 시장이 잠잠해졌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남아있는 영업정지 기간이 있는 만큼 언제든 보조금 시장은 전장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 전략 무색해져

다시 불거진 보조금 경쟁에 통신사업자들의 본원적 서비스 경쟁이란 자의적 수사가 무의미해졌다. 결국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높이는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 분위기도 무색해졌다. 기기 값을 낮춰 고객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은 큰 금액의 보조금이 더해진 최신 스마트폰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에서 갤럭시S5를 공짜에 파는데 손님들이 옛날에 출시된 휴대폰에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출고가 50만원 이하의 단말기는 27만원이 넘어서지 않았지만 최신폰에는 100만원이 넘는 리베이트가 책정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출고가 20만원대 단말기는 소비자에 10만원 이하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50만~70만원대 단말기는 이보다 많은 보조금이 책정, 실구입가는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여기에 갤럭시S5, 베가아이언2까지 비슷한 값에 팔릴 수 있는 수준의 보조금이 붙었다. 결국 통신사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이 최신 단말기에 훨씬 많이 쏠린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LG G2 정도를 제외하고 출고가를 낮춘 단말기 재고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결국 가입자를 이끌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까지 끌어들인 것”이라며 “G2도 G3 출시를 앞두고 밀어내기 성격의 보조금이 많았다”고 말했다.■SKT 독주 이후 LGU+ 받아치기

영업을 재개한 이후 가입자 유치에 재미를 본 곳은 SK텔레콤이다. 일주일간 단 하루도 가입자 감소 없이 순증을 유지해왔다.

20일부터 이틀간 이통3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입자 순증을 이끌어낸 SK텔레콤은 경쟁사로부터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촉발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SK텔레콤은 대기수요가 몰려들었고, 40%가 넘는 출고가 인하 단말기의 효과라고 받아쳤다.

유통업계에서는 보조금 경쟁으로 번호이동 수치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을 재개하자마자 통신사 별로 하루에 마케팅 정책이 10번씩 바뀌어 하달되곤 했다”며 “최신폰인 갤럭시S5를 10만원대에 팔아도 판매점에서는 리베이트로 남는 장사가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독주 속에 LG유플러스도 23일부터 보조금 경쟁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과 함께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경쟁사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가입자를 차곡차곡 모은 KT는 3사 영업재개 이후 일주일 내내 가입자를 빼앗겼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50%가 무너진 SK텔레콤이 공격적으로 나왔고 LG유플러스가 가세한 결과”라며 “영업정지 기간이 남아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KT보다 다급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KT의 경우 온라인 유통 영향력이 경쟁사보다 약한데 보조금이 치솟을 때 온라인 쪽으로 많이 빼앗긴 결과가 반영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정부 눈치보는 보조금, 과열 소지 충분

지난 23일 금요일 저녁 이후부터 24일 토요일까지 보조금 액수가 최대에 달했다. 이후 정부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이통사에 전달되면서 25일 일요일에는 보조금 정책이 모두 철수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통신 업계서는 주말 보조금이 월요일 오전까지 이어졌으면 올해 초에 버금가는 ‘보조금 대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4일부터 26일까지 영업재개 이후 첫 주말 3일 동안 번호이동 건수는 11만7천377건이다. 주말 집계 3일 동안 첫날 번호이동 건수가 이중 절반 이상으로 집계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영업재개를 앞두고 과열 주도 사업자는 더욱 강하게 제재하고 별도 조사팀을 운영하는 등 실태점검을 강화한다는 뜻을 밝혔다. 규제당국의 메시지가 이전과 달리 힘을 얻게 된 부분이다.

여기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남아있는 영업정지 시기 결정을 앞두고 있는 점도 이통사들이 방통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7일, 14일의 영업정지 제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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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영업정지 시기나 동시 또는 순환 방식 등은 정해진 것은 없다”며 “29일 여러 가지 대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한 뒤 상임위원들의 토론을 거치고 나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정지 시기가 결정되면 이통사들은 다시 빼앗길 가입자 수를 고려해 다시 보조금 전쟁에 나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