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네이버와 싸우며 글로벌로 간다

일반입력 :2014/05/26 14:59    수정: 2014/05/26 16:24

김태진, 남혜현 기자

내년 주식시장 상장을 예고한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전격 발표하고 우회상장을 선택하면서 향후 통합법인인 다음카카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다음과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맞붙고, 글로벌로는 모바일 시장 진출을 위한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6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와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를 출범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의 합병에 대해 결의하고 합병계약을 체결, 오는 8월 주주총회 승인을 얻어 연내에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 다음카카오 “네이버 나와”

향후 다음카카오는 각각 다음과 카카오의 대표를 맡아 온 최세훈 대표와 이석우 대표의 공동대표체제로 움직인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이번 합병이 김 의장의 의중대로 움직였을 것이란 시각과 함께 네이버를 직접 겨냥한 한 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1990년대 말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 창업주로 IT벤처업계 등장한 이후 2000년 네이버컴(현 네이버)과 합병하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업계 1위인 다음을 비롯해 야후, 라이코스, 엠파스 등 쟁쟁한 업체들을 놔두고 네이버컴과 합병하면서 시선을 끌었다.

이후 네이버는 한게임의 충성 가입자를 이용해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포털 및 검색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범수 의장은 2007년 9월 네이버의 각자대표 자리를 떠났으며 이후 3년여가 지나 카카오를 설립, 1등 메신저 회사로 키우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네이버에 대해 일종의 서운함을 느껴온 김범수 의장이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통해 승부욕을 발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양사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시너지 효과도 효과지만 이를 통해 부동의 1위 업체인 네이버와 경쟁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며 “더욱이 현재의 네이버가 존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준 NHN엔터테인먼트를 네이버에서 완전히 분리시킨 것도 김범수 의장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한게임이 네이버컴과 합병해 당시 포털업계 1위인 다음을 누르고 네이버를 현재 위치에 올려놓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카카오의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다음을 1위에 올려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풀이다.

■ 글로벌 진출 실탄 마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합병법인 다음카카오의 지분을 39.8% 확보하게 됨으로써 당장 얻게 되는 주식 가치만 1조6천412억원이다.

다음카카오는 합병을 기점으로 오는 10월 카카오가 가진 장외주식 2천760만주를 현재 다음 주식과 1:1.556의 비율로 계산, 총 4천300만주의 신주로 발행한다. 현재 다음이 가진 주식 수는 1천356만주로, 신주가 발행되면 다음카카오가 발행한 주식 수는 총 5천656만주가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최대 주주는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이 된다. 김 의장은 현재 개인과 자신이 100% 투자한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을 합쳐 카카오 전체 지분의 53.8%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합병비율로 계산하면 김 의장이 가진 주식은 약 2천251만주가 되며, 합병법인 공시가액인 7만2천910원을 곱할 경우 약 1조6천412억원의 가치를 평가받게 된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를 다음과 합병하며 얻게 되는 최소한의 주식가치가 1조6천억여원으로, 증권가의 예상대로 최소 20% 이상 주가가 올라갈 경우 약 2조원의 주식을 김 의장이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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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당장 주식을 처분하지는 않더라도 카카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주식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당장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난 3월 기준 다음 1천250억원, 카카오 234억원 등 각 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역시 카카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그간 수차례 내년 5월 상장을 언급하면서 기업 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혀왔다. 업계에서는 게임 외에 다른 수익 모델을 적절히 찾지 못한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그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