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인터넷 비서관부터 만들라"

규제와 진흥 총괄할 콘트롤타워 필요성 제기

일반입력 :2014/05/22 12:19    수정: 2014/05/22 14:28

남혜현 기자

각 부처가 규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서 부르면 여기로 가고, 저기서 부르면 저기로 가야한다. 이런 환경에서 1인 창조 기업이 가능하겠는가.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정책을 총괄할 한 사람을 만나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에 인터넷 비서관이 있어야 한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는 22일 유승희 의원실이 개최한 '인터넷규제 개선에 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 인터넷 규제와 진흥을 담당할 수 있는 최고 정책 책임자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권 교수가 콘트롤타워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등 수많은 정부 부처에서 인터넷 관련 규제 정책을 소관하고, 근거법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별로 개인정보보호, 셧다운제 등과 관련한 중복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인터넷 검색 사업자에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각 부처별로 규제 이슈를 담당할 직원이 필요하며, 각종 유사 규제에 대응하는데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강조하는 인터넷 기업 경쟁력, 소규모 창조기업의 탄생 등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인터넷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 겨우 미래창조과학부에 국장도 과장도 아닌 정책관 자리를 하나 만들었다며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문제가 될 때만 인터넷을 담당해서는 각 부처별 규제들을 정리할 수 없고 나쁜 규제를 개별 기관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콘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이라 설명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한국 인터넷 산업의 글로벌 경쟁과 번영을 저해한 규제들로 '인터넷 실명제,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공인인증서,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신용카드정보 보유 금지' 등을 꼽으며, 중복된 규제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외국 업체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들이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한국 인터넷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가입이 어렵다며 이게 역설적으로 한국인들의 주민등록번호 가치를 높여 개인정보 유출에 영향을 끼쳤으며 한국 서비스들의 해외 진출을 원척적으로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 대기업들이 인터넷 산업에 무지하다는 쓴 소리도 했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정책과 투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아마존이 킨들을 만든 것은 킨들을 팔려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을 하려는 것이라며 투자, 정책가, 대기업들이 인터넷 산업을 잘 알고 최전선에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국내 기업들의 세계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지사 설립을 꺼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외국계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부서는 다른 나라에서 운영하는 형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 사무국장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만든 앱도 이용자의 70~80%는 외국인이라, 정부 규제들이 사실상 20%에 불과한 국내 이용자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규제가 목적에 맞는 효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기업들만 국외로 몰아내는 상황이라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하고성장해도 국내 부가가치는 안 만들어지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규제와는 별개로, 정부의 인터넷 정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민간 사업을 위축시키는 사례도 지적됐다. 황주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개방했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필요한 정보, 돈 되는 정보는 나온게 없다고 하더라며 실제저긍로 15개 개방 분야에 대해 언제까지 어느 데이터를 쓰게 해주겠다는 구체적 전략이나 방향이 나온게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민간 기업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도 공공기관이 서비스를 업데이트한 후 기업이 업데이트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거나, 민간사업자들의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복재하여 무료로 제공하며 미간사업자 사이트 접근 IP를 막기도 한다고 언급한 뒤 정부가 고급자 중심의 서비스와 정책 한계를 넘어서 정부와 민간의 명확한 역할 구분과 상생관계를 정립하는 파트너십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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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정부측 입장을 대변한 정현철 미래창조과학부 네트워크기획과장은 규제 개선을 위해 각 부처들이 협조를 해 가고 있으며, 목록이 정리되는 대로 6월 말로 예정된 2차 규제 개선 장관 회의 때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규제 밑단에 있는 이해 관계 조정 부분에 대해서 입법권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을 주최한 유승희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가 국내 인터넷 사업자는 죽이고 오히려 유튜브 같은 해외 사업자만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며 세계가 인터넷을 창조경제의 플랫폼으로 삼고 있는 반면, 우리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진흥을 저해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