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성능 경쟁이 2013년을 기점으로 정점에 달했다. 대부분 퀄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쓰다 보니 성능도 대동소이하고 풀HD 화면도 더 이상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 결국 요즘 국산 스마트폰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앱으로도 가능한 수많은 편의기능에 마케팅을 위한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는 속도 위반 딱지를 붙일 필요가 없다. 다만 요즘은 너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남은 것은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제품의 70~80%를 화면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을 기대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단적인 예로 ‘명품 디자인’이라던 갤럭시S5는 ‘반창고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외면당하고 디자인 부서 수장이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팬택 베가 아이언2(이하 아이언2)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까닭은 여기서 출발한다. 금속 소재의 테두리로 차별화를 꾀한 전작은 적어도 디자인 하나 만큼은 인정받았다. 과연 이번에도 같은 인정을 받으면서 지적된 단점을 얼마나 보완했을까가 이 제품의 관전포인트다.
■얇은 막 입혀 부식 막고 색상 살렸다
아이언2는 금속 소재를 깎아 본체를 만든 다음 부식이나 녹이 스는 것을 막아주는 얇은 산화 피막을 입히는 방식으로 케이스를 만든다. 전작인 베가 아이언이 금속 소재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녹스는 사례가 여럿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막으면서 색상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물론 제품 전체에 금속을 쓴 것은 아니며 배터리 커버 등 각종 부품은 플라스틱이다. 금속 재질을 쓰다 보니 무게가 늘어날 수도 있는데, 최대 154g으로 5.3인치 화면을 단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화면은 5.3인치 풀HD 슈퍼 AMOLED를 썼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에 쓰인 것과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져 햇빛 아래에서 화면을 보기도 비교적 편하고 동영상이나 콘텐츠를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실제 결과물보다 화사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고정된 화면을 오래 비출 경우 화소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번인 현상도 주의해야 한다. AMOLED 기본 특성에 기인한다.
팬택 스마트폰은 2013년만 해도 안드로이드 버튼을 화면 안에 넣었지만 올해 나오는 기종은 대부분 홈버튼과 메뉴 버튼을 바깥으로 뺐다. 제품 크기가 커지는 대신 소프트키로 가려지는 화면 해상도를 온전히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단점이라 보기는 어렵다. 개인 취향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점이다. 1천3백만 화소 후면 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거슬리는 것을 빼면 전반적으로 말쑥한 금속 재질을 잘 살렸다.
■AP는 ‘옆그레이드’, 충전 시간은 ‘만족’
아이언2가 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최대 2.6GHz로 작동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5와 소니 엑스페리아에도 쓰였다. 2013년 출시된 스마트폰에 흔히 쓰였던 스냅드래곤 800에서 성능이 아주 약간 향상되었고 체감 성능에도 큰 차이는 없다. 퀄컴이 64비트 AP를 출시하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대부분 스냅드래곤 801을 쓸 것으로 보인다.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보다는 LTE나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체감 속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저장공간이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음악·동영상을 담아두는 저장공간은 32GB이며 이 중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약 24GB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제조사·통신사 애플리케이션이 약 8GB를 쓴다. 용량이 모자라다면 마이크로SD카드를 꽂아 용량을 더 늘릴 수 있고 최대 2TB까지 인식한다. 현재 쉽게 살 수 있는 64GB SDXC 카드 뿐만 아니라 더 용량이 큰 다른 카드도 꽂아 쓸 수 있다. 메모리는 3GB를 달아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다 겪을 수 있는 메모리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화면이 커지면서 이를 지탱하는 배터리 용량도 높아질 수 없다. 아이언2 배터리는 표준형 하나 뿐이며 용량은 3,220mAh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높은 편에 속한다. 베가R3부터 적용된 고속충전기술은 아이언2에도 적용되었는데 충전 전압과 전류를 동시에 높여 충전에 필요한 시간을 줄인다. USB 간이 계측장치 ‘RT-USBVA1′를 전용 충전기에 연결해 확인하니 전압은 5.9V, 전류는 1.4A를 흘린다. 완전 방전 후 충전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20분이다.
■집어들면 “부재중 통화·문자 바로 뜬다”
새로 추가된 편의기능 중 가장 쓸만한 것은 라이브업 기능이다.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을 오래 올려 두었을때, 혹은 잠에서 막 깨어 일어났을 때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전원버튼을 눌러 알림 영역이나 시간을 확인하기 마련이다. 이 기능을 켜면 스마트폰을 집어들거나 주머니에서 꺼내자마자 자동으로 부재중 전화나 메세지를 보여준다. 전원버튼이나 홈버튼을 누르는 약간의 수고가 줄어든다.
위젯 중 쓸만한 것은 현재 날씨와 일정, 할일을 모아 보여주는 투데이다. 일정이나 할 일, 기념일은 구글 계정에 통합해 관리할 수 있지만 구글 계정과 연동하는 방법이 까다로운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위젯은 몇 년 전만 해도 PDA폰이나 스마트폰에 널리 쓰였던 윈도 모바일의 ‘오늘’ 기능과 판박이다. 전체 화면에 깔아 두면 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
따로 파는 시크릿 커버를 씌우면 지문인식 기능도 쓸 수 있다. 지문인식 기능은 2013년 출시된 베가 시크릿노트와 마찬가지로 지문을 등록한 손가락을 센서에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지문은 최대 두 개까지 등록할 수 있고 인식 센서 넓이가 넓어 오인식률도 낮다. 설정 메뉴에서 인식률 향상 기능을 이용해 지문을 여러번 읽혀주면 오인식률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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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크릿 커버를 씌울 경우 센서가 달린 부분이 본체에 직접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 플라스틱 커버를 통해 고정되기 때문에 전후좌우로 약 2mm 가까이 두께가 늘어난다. 일반 커버를 썼을 때 느꼈던 금속 질감과 말쑥한 느낌도 사라지고 만다. 물론 디자인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더 중요하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시크릿 커버 뒷면은 플라스틱이지만 가죽 질감이 나는 소재를 써서 크게 나쁘지는 않다.
베가 아이언2는 금속 재질을 써서 디자인과 내구성을 모두 노렸다. 후면 카메라가 툭 튀어 나와 있고 오른쪽 위에 달린 LED가 의외로 알아보기 힘들어 쓸모가 적다는 것만 제외하면 상반기 출시된 스마트폰 중 디자인 면에서는 가장 참신하다. 출고가도 70만원대 후반으로 크게 끌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