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L씨는 한가한 주말 오후 VOD 다시보기를 할 때마다 아내의 눈치를 본다. IPTV 월 이용료가 2만원이 채 안되는데 VOD 이용요금만 월 2만원이 넘는다는 잔소리 때문이다. 때문에 가끔은 쇼파에 누워 좋아하는 지상파 프로그램 외에 동시개봉관에서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싶지만 엄두도 내지 못한다.
통신비뿐만 아니라 가계에서 차지하는 방송요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VOD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탓에 소위 본방송이 아닌 VOD를 통한 방송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특히, VOD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상파 프로그램의 VOD 이용료가 500원→700원→1천원으로, 다시보기 무료 전환 시점은 7일→14일→30일로 늦춰지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4일 미래창조과학부의 ICT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2월말 기준으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3사 가입자는 891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0.5% 증가한 반면, 3사의 평균 매출은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화된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와 치열한 가입자 뺏기 경쟁을 펼친 결과로는 이례적이다. 통신3사가 똑같이 포화된 이동전화 시장에서 이전투구 경쟁으로 경영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KT의 경우 올 1분기 말 가입자는 515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 422만명에서 22% 늘었으나 콘텐츠 매출은 같은 기간 336억원에서 514억원으로 52.9%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년간 156만명에서 226만명으로 44.8% 증가했고, 매출은 45% 늘어난 1천63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올 1분기 가입자가 전년 대비 41.4%, 매출은 53.9% 증가한 859억원을 기록했다.
포화된 시장에서 IPTV 사업자 간 경쟁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위성방송 등과 경쟁하면서 놀랄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의 주요 요인으로 VOD 서비스 수익이 상당부분 효자노릇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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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IPTV가 통상 초고속인터넷, 집전화와 함께 결합상품으로 판매돼 할인율이 많이 적용되는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 증가만으로 이 같은 매출 증가세를 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순수익은 더 따져 봐야겠지만 VOD 매출 증가와 여기에 따른 수익 증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IPTV 가입자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지상파가 국민들에게는 수신료도 받고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콘텐츠 대가를 받으면서 방송요금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여기에 다시보기 서비스마저 요금을 내라면서 최근 몇 년 새 VOD 요금을 100%나 올린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