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소위 ‘보조금 대란’을 치른 이동통신3사가 예상대로 참담한 경영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가입자를 뺏고 뺏기지 않기 위해 벌인 치열한 출혈 경쟁이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SK텔레콤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7.6%, KT는 58.6%, LG유플러스는 8% 감소했다.
성적표가 나오자 각 사업자도 기다렸다는 듯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마케팅비 증가를 꼽으며, 시장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통3사가 이렇게 많은 보조금을 쏟아 부었다면 소비자들은 그만큼 혜택을 입었을 터. 이동통신3사의 출혈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받았을까.
1일 이동통신3사에 따르면, 3사가 1분기 동안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SK텔레콤 1조1천억원, KT 7천752억원, LG유플러스 5천511억원 등 총 2조4천263억원이다.
■ 이통3사 1분기 마케팅비 ‘2조4천263억원’
여기에는 통상 사업자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하는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가 제외됐으며, 이 비용까지 포함하면 SK텔레콤 1조7천130억원, KT 1조611억원, LG유플러스 1조155억원 등 총 3조7천896억원에 이른다.
이를 빼더라도 이동전화 가입자 5천500만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1분기에만 1인당 약 4만4천원의 보조금이 쓰였다. 특히 소비자들이 2년 약정을 하고 휴대폰 교체주기가 1년 남짓이란 점을 고려하면 1인당 보조금은 약 8만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대 100만원이 넘는 소위 1·23, 2·11 보조금 대란으로 불리는 출혈경쟁이 펼쳐졌고 이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
결국, 이동통신3사가 출혈 경쟁을 펼치며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 부었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입지 못했고, 사업자들 역시 실적악화란 쓴잔만 마셨다.
■ 왜 불법 보조금 근절되지 않나
왜 사업자들은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 뻔히 예상되는 보조금 살포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각 소비자들이 받아야 할 보조금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아울러, 소비자들은 이 비용만큼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외형적으로는 포화된 시장에서 사업자 간 가입자를 뺏고 뺏기 위한 치열한 유치경쟁이 보조금 경쟁의 원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해답은 사업자들의 LTE 가입자 및 가입자당 월 평균매출(ARPU) 추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동통신3사의 이동전화 ARPU는 꾸준히 상승했으며 SK텔레콤의 경우 2010년 3만3천175원이었던 ARPU가 올 1분기에는 3만5천309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KT는 3만1천281원에서 3만2천902원, LG유플러스는 2만6천796원에서 3만5천362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스마트폰 도입이 본격화 된 2010년 이후 각 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대거 투입해 고가의 스마트폰 구매를 유도해 LTE 가입자들을 모은 덕이다. 이 같은 결과로 올 1분기 현재 LTE 가입자는 SK텔레콤 1천477만명, KT 863만명, LG유플러스 746만명 등으로 자사 가입자 대비 53%, 52%, 68%에 이른다.
단기적으로는 과다한 보조금 지출로 인해 수익이 악화됐지만 길게 보면 고액 요금을 지불하는 가입자가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지난 연말 이동통신3사가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1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 받은 이후에도 불법 영업을 지속해 3사 모두 45일간의 사상 최대 영업정지를 받은 사실에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감수할 만큼 많은 요금을 내는 LTE 가입자 확보가 이득인 탓이다. 영업정지로 인한 마케팅비 비용 감소 효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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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제한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하며 3사 모두 ARPU 상승을 꾀하고 있고, 3사간 이전투구 경쟁에서도 지난 10여년간 5:3:2의 시장구도가 변화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탓이 크다.
결국, 불법 보조금은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이동전화 요금 상승이라는 악순환 고리 역할만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