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귀국 후 첫 경영키워드 ‘현장’

미래전략실 사장급 주요 인력 삼성전자에 전진배치

일반입력 :2014/04/30 14:02    수정: 2014/05/01 09:41

송주영 기자

지난 17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3개월 여 동안의 장기 해외 체류 끝에 귀국했다. 이건희 회장의 귀국을 전후해 삼성그룹 계열사는 바쁘게 돌아갔다. 임원들은 보고할 내용을 챙겼고 이건희 회장의 귀국 후 첫 출근일인 22일에는 전 사장단 오찬회의가 있었다.

이후 13일만인 30일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삼성전자 지원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법무, 커뮤니케이션 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팀장 6명이 교체됐다. 키워드는 ‘현장경영’이다. 마하경영의 개념을 전파했던 삼성그룹이 실행에 접목하기 위해 현장 경영을 위한 인사를 단행한 것.

■팀장급 전진배치 통한 현장권한 위임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인사는 마하경영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 미래전략실 팀장급 전진배치를 통해 현장을 강화하고 권한을 위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로온 미래전략실 팀장은 △인사지원팀장 정현호(전 경영진단팀장 부사장) △전략2팀장 부윤경(삼성물산 기계플랜트사업부장 부사장)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준(삼성전자 기획팀 전무) △기획팀장 이수형(준법경영실 부사장) △경영진단팀장 (박학규 삼성전자 무선지원팀장 부사장) △ 준법경영실장 성열우 (준법경영실 부사장) 등이다.

이인용 사장은 “전무급과 신임 부사장급 인력을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선임해 현장 지원에 충실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미래전략실에는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의 현장인력이 배치됐다면 계열사 중 가장 중요성이 높은 삼성전자에는 그룹 콘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사장, 부사장들이 현장 일선에 나섰다. 정금용 인사팀장, 이인용 커뮤니케이션 팀장, 김상균 법무팀장 등이 미래전략실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건희 회장 다시 현장 강조

3개월 여만에 귀국한 이건희 회장의 첫 경영키워드는 ‘현장’이다. 마하경영으로 대변되는 올해 삼성의 경영전략 해법을 현장에서 찾고 신속히 일선에 접목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현장을 중시해온 경영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거 반도체, LCD, 휴대폰 등 공장을 돌면서 챙겼던 일 중 하나가 구내식당에서의 직원들과 점심 식사였다. 직원들과 함께 자리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삼성그룹은 마하경영으로 전략을 세우고 현장경영으로 실행에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빛의 속도로 한계상황을 돌파하자는 마하경영을 전 계열사에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삼성 임원 연수에서 ‘마하경영’을 화두로 내세운 데 이어 전 직원이 보는 온라인 사보 ‘미디어삼성’에 마하경영 내용이 시리즈로 연재됐다. 개념 전달이 이뤄진만큼 이건희 회장 귀국 후 삼성은 마하경영의 현장 접목을 시작했다.

마하경영 이후 바로 등장한 현장 강조의 배경에는 삼성그룹의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삼성그룹은 그룹 계열사 매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고 삼성전자 내에서도 스마트폰을 축으로 한 IM부문의 비중이 높다. 삼성그룹의 매출 70%를 삼성전자가 내고 있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75%는 IM부문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계열사만 하더라도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은 지난해 말부터 악화됐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1분기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기 역시 지난 1분기 흑자전환을 했지만 151억원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체면치레 한 정도로 평가된다.

신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빨리 변화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강점이 빠른 실행에 있었던만큼 특유의 강점을 살려내려는 의미도 있다.

스마트폰에 수익성을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경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12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5월 이례적인 ‘봄철 인사’를 통해 먼저 현장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높다”며 “미래전략실에서 마하경영을 잘 실행할 수 있는 인재가 삼성전자로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법무팀장 사장급 '격상'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을 삼성전자로의 전진배치는 현장경영 이외에도 당면 과제 해결 의지가 담겼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로 배치된 인력은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 김상균 법무팀장으로 모두 사장급이다. 그동안 부사장급이 담당했던 직위가 모두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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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조직을 통한 사내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애플과의 소송 등으로 한층 중요해진 법무팀의 지위를 격상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팀장의 지위가 격상되면 조직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무너지면 삼성도 어려워지는 만큼 현안에 대응하려는 삼성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