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데이터센터 서버 인프라에 IBM 파워 프로세서 도입을 고려 중이다. ARM 서버 도입을 계획 중인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인텔 x86 프로세서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구글은 IBM의 신형 파워8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용 메인보드 사진을 공개했다. IBM이 파워8을 소개한지 1주일만이다. 테스트용 플랫폼이지만 구글이 실용화를 준비 중이란 신호로 풀이된다.
파워8 서버 메인보드 사진을 공개한 주인공은 고든 맥킨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다. 그는 IBM과 구글이 주축이 돼 파워 칩 설계와 그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 '오픈파워파운데이션'의 의장을 맡고 있다.
구글이 언제부터 파워 프로세서를 중용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구글의 일부 시스템은 파워 기반으로 이식 중이다.
맥킨 의장은 사용자에게 최고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의 소프트웨어 스택을 파워 프로세서에 이식할 서버를 만들었다며 실제 서버 플랫폼에는 오픈파워 재단과 확대된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통합, 테스트하고 구체적인 성능 측정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자사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인텔이라는 단일 제조사의 프로세서로 채워가는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결성된 오픈파워파운데이션의 이름을 걸고 IBM의 최신 프로세서 활용을 준비하면서 과거 의존했던 인텔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이미 인텔은 '제온' 시리즈로 주류 서버용 x86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했다. 최근 데이터센터에서 새롭게 성장 중인 하이퍼스케일 영역에도 대응하기 위해 저전력 프로세서 '아톰' 제품군을 강화했다. 이는 지난해말 HP 문샷 서버라는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다. ARM서버 제품도 준비중이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미국 지디넷 편집장 래리 디그넌은 구글은 인텔에 걸린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IBM 파워 플랫폼을 향한 구글의 움직임은 하이퍼스케일 서버를 만들어 돌리는 식으로 구체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런 구글과 오픈파워파운데이션의 움직임이 구체화할수록 IBM의 사업에는 도움이 된다. 매출이 감소 중인 IBM의 자체 유닉스 서버에 주로 쓰였던 파워 프로세서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인텔 x86 프로세서 진영과의 생태계 싸움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IBM도 파워시스템 사업에서 그걸 노린다.
앞서 지난 24일 IBM은 파워8 프로세서와 오는 6월부터 시판에 들어갈 파워8 기반 시스템 5종의 출시를 예고했다. 이 때 기존 유닉스 플랫폼의 자체 경쟁력보다 리눅스, 오픈소스 플랫폼에 대한 기술 지원을 강조했다. x86 서버 아키텍처의 맹주 인텔을 정조준한 행보다.
IBM은 파워8 시스템에서 우분투 서버 14.04 LTS와 클라우드 기술 오픈스택, 오케스트레이션 도구 주주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분투 개발을 주도하는 캐노니컬과 손잡고 클라우드 구축 애플리케이션을 리눅스로 이식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파워시스템용 리눅스 가상화 기술 '파워KVM'을 모든 파워8 기반 리눅스 전용 시스템에 적용했고 레드햇과 수세리눅스 운영체제에 대한 기존 지원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인텔 입장에서 IBM 파워시스템과 오픈파워파운데이션의 활동은 눈앞에 닥친 고민이 아니다. 파워시스템은 저전력보다 전통적인 서버용 x86 프로세서 제온 시리즈와 경쟁할 것이다. 파워시스템용 리눅스에서 돌아갈 서버용 애플리케이션이 대거 이식, 배포되기 전까진 시장에서 직접 맞붙기 어렵다.
정작 인텔의 두통을 유발하는 건 시장 분위기나 사업자간의 협력이 무르익은 ARM서버 쪽이다.
페이스북은 대규모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저전력 시스템에 ARM칩을 쓸 계획을 실행 중이고 아마존도 정황상 같은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레드햇과 캐노니컬 등 리눅스 업체와 HP, 델같은 서버 제조사도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인텔에 x86 시장을 빼앗긴 AMD조차 ARM기반 서버 디자인을 통해 반격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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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 데이터센터호스팅업체 스마일서브도 지난 2월 전력통신(PoE)기술을 적용한 ARM서버 기반 클라우드서비스를 출시해 실용화했다. 그 서버 시스템은 전기 케이블과 전원 공급장치를 떼고 일반 랜선으로 공급되는 직류 전기만으로 작동할 정도로 낮은 소비전력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 중소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마이크로서버'라 불리는 저전력 시스템도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 방송 기술개발 및 표준화 사업' 일환으로 추진돼 실용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