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위한 썬더볼트 HDD, 속도 측정해보니…

WD 마이패스포트 프로 리뷰

일반입력 :2014/04/11 15:51

권봉석

맥북에어·맥북프로, 맥미니·아이맥 등 애플 컴퓨터에는 어김없이 쓰이고 있지만 정작 활용도가 적은 인터페이스가 바로 썬더볼트다. 2011년 맥북프로부터 쓰이기 시작한 썬더볼트는 디스플레이 신호와 데이터 신호를 한 케이블로 실어 보낼 수 있고 최대 전송 속도는 USB 3.0 단자의 최대 두 배인 10Gbps(썬더볼트 1 기준)에 달하는 고속 인터페이스다.

하지만 정작 주위에는 썬더볼트 규격을 따른 주변기기를 찾기 힘들다. USB 저장장치만 해도 대부분 USB 3.0 규격을 따르는데다 썬더볼트 주변기기의 가격도 만만찮다. 애플이 출시한 모니터인 썬더볼트 디스플레이, 혹은 벨킨이 내놓은 썬더볼트 익스프레스 독 등 썬더볼트 단자를 USB 3.0이나 파이어와이어 등 다른 인터페이스로 바꿔 주는 제품이나 저장장치가 고작이다.

WD 마이패스포트 프로(이하 마이패스포트 프로)는 아직까지 대중화 되지 않은 썬더볼트 단자를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외장형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다. 대용량 영상을 가지고 다니며 편집하거나 사진 촬영이 많은 전문가들이 결과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백업할 수 있다. 또한 전송 속도를 높이는 레이드 0과 안정성을 중시한 레이드 1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USB 포트 없이 오로지 썬더볼트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맥에서만 쓸 수 있다.

날렵함 대신 안정성 택했다

마이패스포트 프로는 날렵함이나 휴대성을 내세운 USB 외장형 HDD와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두껍고 무겁다. 무게는 460g, 두께도 28.7mm로 여느 USB 외장 HDD의 두 배 이상이다. 속도와 저장용량을 높이기 위해 2.5인치 노트북용 HDD를 두 개 넣었기 때문이다. 본체는 통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제품을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주어도 하드디스크가 손상될 가능성을 낮췄다. 표면에는 얇은 피막을 입혀 땀이나 이물질로 인한 부식을 막는 아노다이징 처리를 했다.

맥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썬더볼트 케이블은 본체에 내장되어 있다. 썬더볼트 마크가 있는 쪽을 살짝 잡아 빼면 숨겨졌던 썬더볼트 단자가 나온다. 길이는 30cm 가량이며 맥북에어·맥북프로 등 노트북이나 아이맥 등 데스크톱PC에 연결하는 데 케이블 길이가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장치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는 썬더볼트 단자가 없어서 줄줄이 사탕처럼 자유롭게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썬더볼트의 장점은 살릴 수 없다. HDD를 읽고 쓸 때 켜지는 LED 상태 표시등은 썬더볼트 케이블이 수납되는 곳 위에 있다. HDD 두 개가 한꺼번에 작동하다 보면 진동이나 소음도 만만찮은데 내부를 식히는 작은 냉각팬을 달아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제품 바닥에는 실리콘 받침대를 네 개 달아 책상 위에 올려 놓았을 때 흔들리거나 움직이는 것을 막았다. 두께를 줄이기 위해 노트북용 2.5인치 HDD인 WD10SPCX를 두 개 썼다. 두께가 9.5mm인 여느 노트북용 HDD와 달리 약 2.5mm가량 얇은 7mm인 것 이외에는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

꽂자마자 바로 쓴다

마이패스포트 프로는 여느 USB 저장장치와 마찬가지로 상자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OS X에서 쓰는 형식인 Mac OS 확장(HFS+J)으로 미리 포맷되어 있어 바로 파일을 옮겨담거나 백업할 수 있다. OS X 백업 기능인 타임머신 데이터를 저장하는데도 쓸 수 있다. 용량은 2TB/4TB 중 선택할 수 있으며 리뷰 제품은 2TB다.

마이패스포트 프로 역시 용량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초기 상태는 HDD 두 개를 묶어 속도를 높이는 레벨 0이다. 손상되면 곤란한 데이터를 옮겨야 한다면 똑같은 내용을 동시에 기록해 신뢰성을 높이는 레벨 1을 선택하면 된다. WD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WD 드라이브 유틸리티’를 설치하면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자체 진단 기능도 갖춰 전송 속도가 느려지거나 인식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OS X에서 저장장치 성능을 확인하는 데 흔히 쓰이는 프로그램인 ‘블랙매직 디스크 스피드 테스트’로 읽고 쓰는 성능을 측정했다. 5GB 파일을 읽고 쓰는 테스트에서는 레이드 0일때 초당 최대 읽기/쓰기 속도가 각각 208.5MB, 208.7MB를 기록했다. 풀HD 영상 파일을 옮겨 담은 다음 편집하고 저장하는 데 문제없는 수준이다. 2K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을 편집하기에는 버겁다. 레이드 1일때 성능은 다른 USB 3.0 외장 HDD와 비슷한 수준인 105.2MB, 103.0MB를 기록했다. 담아야 하는 데이터의 중요성이나 필요한 전송 속도에 따라 작동 모드를 선택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USB 3.0 쓴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마이패스포트 프로는 내장된 썬더볼트 케이블을 이용해 맥과 간단히 연결할 수 있고 저장될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저장모드를 바꿀 수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안전하게 가지고 다녀야 하는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다. 다만 썬더볼트 단자가 하나 뿐인 맥북에어나 맥미니에 연결할 때는 외부 디스플레이 연결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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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맥미니로 1920×1080 화소 이상 디스플레이를 쓰고 싶다면 썬더볼트 단자에 디스플레이포트 케이블을 꽂아야 하기 때문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포기하고 HDMI 단자에 케이블을 꽂아 써야 한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썬더볼트 단자를 늘려주는 독을 추가로 구입해 써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최대 5대까지 연결이 가능한 썬더볼트 특성을 살려 다른 장비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있었다면 훨씬 간편했을 것 같다.

가격은 2TB 제품이 49만원, 4TB 제품이 69만원이다. “전문가를 위한 제품인만큼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졌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그런데 같은 컨셉으로 나온 경쟁제품인 씨게이트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4TB 제품을 49만원에 살 수 있다. USB 3.0 규격을 따라 어느 PC에나 자유롭게 꽂아 쓸 수 있고 성능에도 큰 차이가 없다. 레이드 작동 모드를 선택 가능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속도(레이드 0)를 선택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이런 이점도 사라진다. 물론 작동 온도를 낮춰주는 냉각팬을 달았고 더 튼튼하다는 장점도 있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은 좋지만 썩 매력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