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방통위, 혼란과 변화 속 내일 막 내려

새 출범하는 3기 방통위 과제도 산적해

일반입력 :2014/03/24 17:33    수정: 2014/03/24 18:10

방송통신위원회 2기 공식 활동이 25일 오후 이임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청와대 추천 몫 상임위원 한 명이 결정되지 않아 김대희 위원의 연임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상임위원들이 교체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새 얼굴로 꾸려질 3기 방통위도 산적한 과제를 끌어안고 있다. 규제 전담 기구로서 출발하기에 앞서 2기 방통위의 행적은 향후 3기 방통위가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부분이 많다.

■위원장의 잦은 교체, 업무 혼란만 가중

방통위 2기는 출범 이후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상임위원의 교체가 임기 동안 업무에 혼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3년 임기 동안 위원장만 세명이나 거쳐갔다. 1기 위원장을 맡았던 최시중 전 위원장이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비리로 중도 낙마했다. 후임자 이계철 전 정보통신부 차관도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자진 하차했다.

현 이경재 위원장은 잔여 임기(최시중)의 잔여 임기(이계철)를 채우고 연임에 실패한 경우다. 위원장과 별도로 신용섭 전 상임위원이 EBS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임위원 교체도 있었다.

방통위는 5명의 차관급 상임위원으로 이뤄진 합의제 기구다. 설립 목적에 따라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규제 등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고 전문성과 통찰력이 우선돼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내놓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잦은 교체가 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 내부 한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정책 기구이기 때문에 최고 결정권자인 상임위원은 상당한 양을 공부해야 한다”며 잦은 교체가 업무 혼란을 불러왔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출범…ICT 쪼개져 위상 축소

방송과 통신 정책을 총괄하던 방통위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미래부의 출범으로 기관 성격이 바뀌었다. 산업 진흥은 기능과 정책 결정은 미래부가 맡게 되고, 방통위는 규제 기능만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변모하게 됐다.

미래부 출범에 앞서 ICT 기능을 전담하는 독임제 부처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일부 있었다. 예전 정보통신부처럼 하나의 통일된 부처로 위원회보다 강한 힘을 가질 것이란 예상이었다. 반면 미래부가 나오면서 오히려 방통위의 기능은 축소됐다.

또 사업자 성격에 따라 일부는 미래부가, 일부는 방통위가 주무부처로 자리잡는 모습도 연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는 방통위가 전담하고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은 미래부가 주무부처 역할 맡는 것 등이다. 통합방송법까지 논의되고 융합을 논하는 시점에 한 산업의 주무부처가 쪼개지면서 잡음도 많았다.

700MHz 주파수 용도 결정이 이 같은 문제에 해당한다. 통신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목에서 미래부와 방통위는 각 산업의 대변인 노릇을 하게 된다는 비판도 받게 됐다.

결국 2기 방통위는 당초와 달리 임기 내에 결정하지 않겠다며 선회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될 당시와 다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사업자 이해관계를 떠나 부처간 이견 조율도 쉽지 않았던 점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아규 속에서 등장한게 공동 연구반이다. 반쪽짜리 부처가 된 미래부와 방통위는 공동 연구반을 최적의 대안처럼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됐다.

■KBS 수신료-종편 재승인, 합의제 기구?

방통위는 여권과 야권의 추천 비율이 3대 2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다. 최종 결정은 각계의 입장에 비추어 충분한 논의를 이룬 뒤 내리게 돼있다.

업계 관계자들이나 방통위 내부에서도 그간 2기 방통위는 다른 합의제 기구에 비해 토론과 합의가 충분히 잘 이뤄진다는 평이 우세했다. 국정을 운영하는 여권의 프리미엄에 따라 한 표가 더 많으면서도 야권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기 말에 들어서 합의제 정신이 일순간에 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KBS 수신료 인상안과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가 대표적이다.

2명의 야권 위원들은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해왔지만, 별다른 의견이 더해지지 않은 가운데 3대 2 표결로 처리됐다.

종편 재승인은 더욱 심각하다. 야권 상임위원들이 요청한 심의 의결 자료를 두고 방통위 사무국과 여권 추천 상임위원이 반대했다. 결국 야권 상임위원이 회의장을 퇴장하기에 이르렀고 여권 추천 위원 세명만 남아서 재승인 심사안을 의결했다.

특이 이 안은 2기 방통위의 마지막 회의란 점에서 합의제 기구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지게 됐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에선 상임위원간 이견이 거의 없지만 종편처럼 정치논리가 끼어들면 방통위는 합의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끝내지 못한 숙제, 이통사 보조금 제재

방통위의 주요 기능으로 꼽히는 통신시장 안정화와 이용자 차별 금지는 결국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제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주도 사업자를 선별하는 등 규제의 실효성을 갖추려 했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2기 방통위는 3년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이통사의 차별적 보조금 집행을 두고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규제가 먹히지 않아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주로 받았다. 나중에는 금지행위 중지라는 시정명령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지막 대안으로 미래부와 함께 강력히 추진했던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도 결국 국회의 정쟁 논리에 발목을 잡혔다.

규제 실효성만이 아니다. 사업자 사이에선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규제가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2012년말 보조금 제재 결정에 따라 지난해 초 이통 3사는 순환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이후 방통위는 주도사업자를 선별해 가중 처벌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한차례 단독영업정지 제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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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 제재에서 방통위가 스스로 심사 기준을 의심하고 주도 사업자를 꼽지 못했다. 영업정지 없는 제재가 더욱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두달만에 추가 제재를 내릴 수 밖에 없게 된 방통위는 주도 사업자를 두곳을 꼽아 규제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는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런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낡은 법으로 시장 안정화를 못 이끌어내면서 사업자 규제만 늘리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