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도안팔려” 영업정지10일 판매점 곡소리

손님 발길 뚝…개인정보 실태조사 겹쳐 울상

일반입력 :2014/03/24 15:54    수정: 2014/03/25 16:50

정윤희 기자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다가 집에 갑니다. 하루에 한 대 팔면 수지맞았다고 해요.”

“말도 마세요. 지금은 가격이 좋아도 못 팔 지경입니다.”

이동통신3사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 10여일 가까이 흘렀다. 원하는 시기에 휴대폰을 바꾸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불편뿐만 아니라 일선 판매점들의 곡소리도 높아져간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 기간이 경과할수록 시장 냉각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소규모 판매점들이 늘고 있다. 영업정지 시작된 후 두 번의 주말, 이때는 아예 문을 닫는 판매점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판매점은 한 이통사의 상품만 파는 대리점과 달리, 이통3사의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유통망이다. 대형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3사 상품을 모두 판매하며 대부분 영세 소상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홍대 근처에서 휴대폰을 판매 중인 A씨는 “아예 손님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보시면 된다”며 “보조금이 얼마고, 폰이 싸다 비싸다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들이 아예 지금은 폰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강변역 테크노마트의 휴대폰 판매인 B씨 역시 “테크노마트에는 아예 휴대폰을 사러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며 “대형 이통사 직영점, 대리점이 아닌 이상 소규모 판매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매장에 한 명씩 앉아서 컴퓨터만 보고 있다가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영업정지 소식이 확산되면서 시장 자체가 냉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평균 3만~4만건에 달하던 번호이동(MNP)도 영업정지 시작 후 3천~4천건 수준(알뜰폰 제외)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계속됐던 순차 영업정지 당시에는 1개 사업자가 영업을 하지 않을 동안 2개 사업자가 정상 영업을 진행해 버텼다지만, 올해는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정지에다 24개월 미만 기기변경까지 금지되면서(분실, 파손제외)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신촌의 한 판매인 C씨는 “요즘은 판매인들끼리 모이면 영업정지 기간 동안 어떻게 버텨야할지 마주보고 한숨만 쉬다 헤어진다”며 “심지어 오늘은 그동안 자주 이용하던 퀵서비스 아저씨도 일이 없다며 한참을 하소연하고 가실 정도”라고 토로했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대해 불법 보조금 지급 금지행위 중지명령을 불이행한 책임을 물어 각사별로 45일간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통3사 전체 영업정지 기간은 13일부터 5월 19일까지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이통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 판매점을 대상으로 불시 방문 방식으로 개인정보 관리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 받은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보관했다가 이를 영업에 활용하거나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판매인 B씨는 “이통사들이 의무사용기간 중 요금제 변경, 서비스 해지 등이 발생하면 판매점에 리베이트를 차감하게 되는데 이때 가입자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때문에 대부분의 판매점이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개인정보를 3개월까지 보관했다가 이후에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통사들이 필요한 경우 전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아 판매점의 개인정보 보관을 조장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영업정지 기간 중에 판매점이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기름을 더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최근 온라인상의 판매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방통위가 경찰을 대동해 일선 판매점을 급습, 몇 백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매겼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않는 판매점도 많아졌다.

판매인 C씨는 “방통위와 경찰이 판매점을 돌며 계약서나 컴퓨터 자료를 뒤지고 한 개라도 적발되면 3천만원 이상 벌금이네, 경찰서로 연행되네 하는 유언비어들이 너무 많이 돌고 있어 매일 불안하다”며 “이참에 판매점 자체를 접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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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휴대폰 판매인들의 토로에 대해 방통위는 실태 조사 이후 위법성에 대한 검토를 별도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반상권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판매점들에서는 그런 소명을 하고 있으나, 판매점에서 실제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등 위법성 여부는 실태 조사 이후 법리 검토를 별도로 하게 될 것”이라며 “위법성 검토 이후에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이 되면 처벌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