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찾아와서 사기꾼이라고 욕한다. 이제는 다들 비아냥 거리는 ‘폰팔이’가 내 이름이다. 한시간 만에 통신사가 보조금 정책을 바꾼다. 사고는 통신사가 치고 벌은 우리가 받는다. 나라는 법이 잘못됐는지 모르는 것 같다”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를 위한 30만 종사자 결의대회’에서 단상 위로 올라온 한 휴대폰 판매점 업주는 이 같이 절규했다.광진구 테크노마트에서 판매점을 10여년간 운영해온 그는 “너무 억울해서 이 자리에 올라왔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영업정지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이 자리에는 수도권 대리점, 판매점 종사자를 비롯해 대전 충청, 부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호남 등 전국 각지의 통신 판매인 종사자 1천여명이 모였다. 이통사 영업정지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친 것이다.이들은 하나 같이 “이통사 영업정지로 판매점만 매달 2천만원의 손실을 입고, 이통사는 반대로 배를 불리게 된다”면서 “27만원 보조금 규제와 영업정지 제재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통신 판매인들이 모여 사상 처음으로 집회까지 열게 된 이유는 이날부터 시작된 미래창조과학부의 이통3사 사업정지 제재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 집행을 금지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통사에 내려진 통신사 별 45일간의 사업정지가 실질적으로 대리점과 판매점 등 소상인에게만 피해가 전가된다는 것이다.집회에 앞서 통신 판매인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두 차례의 성명서 발표를 통해 이통사 영업정지를 반대했다. 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호소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영업정지 철회하라, 생존권 보장하라”집회 현장에는 1천여명의 통신 판매 종사자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이 함께 했다. 안명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은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으로 이통사를 제재하면서 영세 판매점과 대리점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영업정지를 한다고 시장이 개선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소비자도 판매점주도 피해를 보는데 이통사만 이득을 얻는 이상한 처벌”이라며 현행법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우원식 의원(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다”며 “여러분의 뜻을 미래부와 방통위에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협회 측은 장기간 영업정지에 반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기간이 단축되거나 영업정지가 철회될 때까지 거듭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이와 함께 27만원 보조금 규제를 없애고 영업정지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미래부의 영업정지 대책 발표 “한심한 수준”미래부는 지난 12일 과징금을 요금 감면으로 돌리는 제도를 도입할 뜻이 있다고 밝히면서 팬택 등 중소 제조사 단말기 선구매, 대리점 대상 통신사의 지원 방안 강구 등을 장기간 영업정지 대책으로 내놓았다.협회는 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니 정부가 긴급히 생색내기로 낸 대책에 불과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미래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대리점을 대상으로 단말채권 상환기간 연장 등의 금융지원 ▲대리점에 대한 단기 운영자금 및 매장 운영비용 일부 지원 ▲수익 보전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는 미래부와 통신사가 세 차례 가량 논의를 진행한 결과물이다.협회 관계자는 그러나 “이통사가 직접 운영하는 대리점에만 해당하고 판매점은 제외됐다”며 “어떻게 이걸 가지고 소상인 보호 대책이라고 발표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단말채권 상환기간 연장, 단기 운영자금 지원 등의 항목에 대해서는 “결국 단기 운영자금이라는게 이 쪽 업계에서 말하는 대출을 뜻한다”며 “결국 빚을 더 지라는 것과 가지고 있는 빚을 늘리라는 말”이라며 현실적인 지원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지원 내용도 구체적인 수치 없이 성명 수준의 발표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협회는 이에 따라 실질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영업정지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