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마음 없다면 미국에 오지 마시라"

씨디네트웍스 하대웅 이사의 미국 정착 스토리

일반입력 :2014/03/24 18:10    수정: 2014/03/25 11:25

“지독한 마음 없이 미국에 온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철저하게 시장을 조사하고, 얼마나 돈을 쓰고, 얼마나 벌어야 하는지 확실히 하고 와야 합니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전문 업체 씨디네트웍스 미국법인 서비스&서포트본부장을 맡고 있는 하대웅 이사의 조언이다. 한국 B2B IT 기업의 미국법인에 파견돼 현지시장에 적응한 그는 미국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들어오면 결과는 무덤행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는 환상은 깨고 들어오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대웅 이사 스스로가 환상 때문에 좌절했던 케이스다.

씨디네트웍스는 2006년 9월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CDN 본고장 정복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미국 상황이 본사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해졌다. 위기감을 느낀 씨디네트웍스는 2009년 미국법인에 대수술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하대웅 이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시점은 그때였다.

하 이사는 처음 미국에서 보낸 1년 사이 화병을 앓았다고 술회했다. 처음 6개월동안 싸움만 했을 정도라니 화병에 걸릴 만도 했다. 그러나 지금 씨디네트웍스 미국법인은 현재 연간 39%씩 성장하며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CDN 시장 3위에도 올랐다.

화병에까지 시달렸던 그는 지금 이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할만한 입장이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국내 IT기업, 특히 B2B를 주특기로 하는 기업들에게 하 이사는 특히 할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한국 B2B 기업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지원을 받아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버티는 곳은 우리를 포함해 두 군데뿐입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파견됐을 당시 임직원이 12명이었는데, 매일 6시간씩 미국인들과 싸움만 했어요. 결국 백인 임원을 모두 해고하고, 업계 1위인 아카마이 출신의 재미교포를 채용하고, 한국에서 가져간 상품 판매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정상화를 시작했죠.”

그는 여기서 미국 기업시장의 환상을 한번 깬다. 미국의 기업은 모두 솔루션에 정당한 가치를 선뜻 지불할 것이란 환상이다.

“미국 기업들은 세금도 잘 안내요. 이게 한국 B2B기업이 미국진출에서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한국 회사들은 고객확보에 노력을 쏟는 것에 비해 돈 받는 것에 신경을 별로 걱정을 안해요. 그런데 미국회사들은 처음엔 솔루션 좋다고 잘 가져다 쓰고, 돈을 잘 안냅니다. 그렇다 보니 고객은 많아서, 허위 매출이 사상누각처럼 커지죠. 미국은 돈 쓸 때와 벌 때 표정이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미국 현지인과 문화도 그가 적응해야 했던 부분이었다. 당황스러운 직장 문화차이뿐 아니라, 미국인 직원에 대한 능력에서도 환상을 깨야 했다.

“한국은 미국에 대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젊고 돈쓰는 사람 입장에선 최고에요. 그러나 돈을 벌겠다고 하면, 영어도 못하는 황인종일 뿐입니다. 온갖 인종차별과 각종 방해와 싸워나가야 합니다. 현지에서 고용할 수 있는 직원의 질적 수준도 기대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미국인이 모두 똑똑하고 합리적일 거라는 생각은 완전한 착각입니다.”

한국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KOTRA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KOTRA는 현지에서 저렴하게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마케팅을 지원하고, 재미 한국인 네트워크와 연결해주면서 정착을 도와준다. 그러나 지원은 여기까지. 생존에 대한 문제는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문제는 KOTRA를 졸업하는 시점입니다. 현지에서 한국업체가 고생하는 시점이 이 때에요. KOTRA에서 임대한 사무실에서 나오면 임대료, 전기, 수도 등등 돈 쓸 곳이 천지라 너무 춥죠. 체류비용이 한국에서 영업비용의 3~10배까지 들기 때문에 정말 미친 듯이 벌어야 해요. 진출 초반 1년 적응기간 동안 한두사람 머무는 데 2억원은 그냥 씁니다. 또 문화, 언어, 인맥 모든 게 무지하죠. 현지 문화를 알아야 어떻게 팔고, 어떤 직원을 채용할 것인가 알 수 있는데 모르죠. 미국은 한국보다도 더 인맥이 중요한데, 현지 학교나 출신도 아니라 현지 인맥도 없어요. 현지 경제에 대해 무지해서 가격책정할 감도 없지요. 아무리 똑똑하고 성실해도 1년 안에 이걸 다 알 수는 없어요. 허송세월하고 돈만 쓰다 돌아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미국 현지에 진출할 때 한국 기업인 대부분이 곤란을 겪는 문제가 현지 직원과 갈등이다.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미국인과 한국인의 갈등은 그리 큰 문제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미국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대항관계에 있어요. 한국처럼 시키는 대로 잘하는 직원을 뽑으면 안 됩니다. 미국은 하라고 하기 전까지 일을 안 해요. 기업이 직원에게 반드시 비전을 제시해야 일을 합니다. 연봉, 상장, 높은 수준의 지적 경험, 그 분야에서 새로운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걸 제시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뽑을 수 없어요. 구인자와 구직자가 서로 불신하기 때문에, 서로 요구를 합니다. 요구가 충족되면 같이 일하는 거죠. 한국인은 비전 제시를 잘 못해요. 일단 뽑고 나서 직무를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킬에 기반해 직무와 합치되는 인물을 뽑아야 합니다.”

그는 좀 더 자세한 경험을 늘어놨다. 기업과 직원 간 긴장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미국인 직원은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절반 이상이 소송을 겁니다. 소송을 해서 이겨도 변호사 비용을 내야해서 보험을 들기도 해요. 막대한 소송비용 낼 바에, 차라리 합의하는 회사가 많은데, 그를 노리는 직원도 있습니다. 성추행은 거의 백전백패에요. 만약, 유색인종, 50세 이상 여성이 회사에 성추행으로 소송을 걸었다면 못 이깁니다.”

명확하게 공사를 구분하는 문화에 대해선 장단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인 직원과는 사내미팅을 하면서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끝나고 나면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어요. 회식문화는 없어요. 한국처럼 가족 같이 지내는 문화가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인끼리도 안 친할 정도니까요. 단점은 요구사항이 끝 없다는 겁니다. 어떤 일을 잘 했다고 칭찬하면 인센티브를 주냐고 묻는 문화에요. 요구를 한번 들어주면 계속 요구합니다.”

그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별 것 아닌 듯한 발언도 인종차별에 속하고 자칫하면 소송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에 매우 엄격하게 대응하므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진출하려는 기업 가운데 기술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기술력을 가졌다고 여기는 한국 회사들은 미국 현지에서 영업과 마케팅만 잘 확보하면 될 거라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일단 마케팅에 대한 조언이다.

“가격 정책이나 문서화 때문에 마케팅이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의 특징이 상품에 대한 문서화가 전혀 안 된다는 점이죠. 마케팅을 생각하면 고객대응을 위한 브로셔 정도만 생각합니다. 미국은 요구사항이 뭐고, 그를 반영한 기능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되고, 결제는 어떻게 하고, 내부 직원 간의 엔드투엔드 프로세스 등등 일련의 과정을 문서로 요구합니다. 프로덕트매니저(PM) 조직을 만들어서 이를 챙겨야 합니다.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PM 없으면 해외 진출의 준비가 전혀 안돼 있는 것입니다.”

한국 회사처럼 브로셔만 멋지게 만들어서 고객을 설득할 수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마케팅 자체에 대한 미국 문화에 대한 언급도 이어진다.

“미국은 마케팅을 정말 신뢰합니다. 한국사람들은 마케팅을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영업사원의 개인적인 말을 믿습니다. 사람을 믿고 상품을 사는 사죠. 한국 기업에게 마케팅은 브로셔만 만드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미국은 마케팅을 전쟁터의 최전선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사람을 모아서 세일즈까지 가져다 줄 것인가 고민하는 조직이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에서 지불한 돈에 대해 계약성사까지 어떻게 가는가 단계별로 꼼꼼히 따지죠. 마케팅이 장난이 아니라 전쟁이라서, 마케팅 잘하는 사람도 많고, 겉만 번지르한 사람도 많죠. 그래서 마케팅 인력을 잘 가려서 뽑아야 합니다.”

영업은 마케팅보다 더 어렵다. 그는 한국기업이 미국 진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진출 초기에 영업인력을 뽑는 건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습니다. 1~2년 안에는 정말 좋은 사람을 뽑기 어려워요. 미국의 경우 모든 젊은 사람이 창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됩니다. 만약 창업할 여력 안되면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대기업을 가죠.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은 상장 가능한 중소기업에 가지요. 그것도 안되는 사람들이 제3세계 회사로 오는 겁니다. 그 중에서 정말 뛰어난 사람 찾는 건 쉽지 않아요. 미국 사회에서 영업은 가장 저열한 인력에 속합니다. 잘난 사람을 1년에 1명 뽑으면 기적이에요.”

미국 현지 영업인력에 대해 그가 겪거나 들은 일화도 많았다. 그중 하나를 소개했다.

“보통 영업은 3개월마다 실적을 검사합니다. 미국인 영업은 실적목표를 주지 않거나, 커미션을 명확하게 안하면 회사 물건을 팔지 않아요. 3개월 있다가 실적 안 좋으면 3개월 더 기회를 주고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되죠. 거의 회사에서 잘릴 때까지 일 안하고 놀기만 하는 사람이 다수에요. 그 정도로 철면피가 많습니다.”

훌륭한 영업조직을 갖추는 길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과정에 있다.

“정말 좋은 인력을 한명 뽑았어요. 그리고 그 사람의 인맥 덕분에 다른 사람을 더 채용할 수 있게 되죠. 그렇게 몇 년 지나면 제대로 된 영업팀 하나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한번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면, 다음엔 그를 기준으로 삼아서 사람을 뽑을 수 있게 돼요. 직원들이 서로 공격하고 의심하기 때문에 한명이 일 안하면 공식적으로 위에 보고를 하죠. 그래서 한명이 제대로 일하면 나머지도 조심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그렇게 핵심팀이 완성되면 확대시킬 수 있어요.”

하 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미국 진출은 성공 가능성이 너무 낮아 보인다.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접는 게 올바른 선택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나올 만한 곳입니다. 기회의 땅인 건 맞습니다. 긴 세월 동안 계속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남이 들어와서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 절차가 잘 갖춰져 있어요. 미국은 복불복과 일벌백계가 정말 많은 곳입니다. 모든 게 느슨한데 한번 걸리면 끝장이에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정합니다. 돈을 잘 지불하지 않는다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회도 공정해요. 일단 기회를 주면, 확실히 믿어주는 겁니다. 상품이 좋으면 정말 비싸게 돈을 주고 사요. 여기는 어떻게든 깎으려는데 고민하지 않고, 이익이 있다면 돈을 줍니다.”

그는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한다. 그냥 아메리칸드림이란 환상에 빠져있다면 꿈부터 깨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전하고 싶다면, 자신을 잘 돌아보고, 체력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미국은 규모가 크지만, 터널을 뚫고 나오기 힘들어요.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다는 회사는 나름 잘 나가는 회사일겁니다. 그런데 정말 미국에서 버틸 체력이 되느냐, 그만한 맨파워를 갖고 있느냐, 본사가 관리를 잘 할 수 있느냐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해요. 그런 확신이 없다면, 다른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그 성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을 마지막 공략점으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단, 시장으로서 미국은 매우 오만합니다. 미국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시장은 중국이고, 유럽 일부도 아닌 전체를 석권했다고 해야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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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미 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밀도있는 삶을 주문했다. 발가벗겨진다는 그의 표현이 날카롭다.

“미국에 오시겠다면, 정말 밀도 있는 삶을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에서 아무리 잘났더라도 미국 오면 완전히 발가벗겨집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잘나가더라도 미국 오면 영어 못하는 황인종일 뿐이란 걸 명심하세요. 아무리 영어 잘해도 네이티브 아닌 거 다 들통납니다. 그러나 어떻게 미국의 주류사회로 편입될 것이냐. 치열하게 일하고, 정말 뛰어나면 받아줍니다. 비록 1%의 찬스지만 한국보다 훨씬 크구요. 자아와 능력을 놓고 볼 때 자아보다 능력이 조금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만 세고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100% 실패할겁니다. 밀도 있는 삶과, 그 치열한 삶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 발가벗겨져도 버틸 수 있는, 그런 꿋꿋한 사람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