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차고 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중 가장 개발이 활발한 분야는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얼마나 걸어 다녔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피트니스 기기다. 이미 시장에 핏비트, 조본 등 다양한 기기가 출시돼 있으며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운동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건강을 챙기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피트니스 기기는 대부분 운동량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스마트폰과 연동 기능이나 확장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곧 국내 시장에 출시할 갤럭시 기어핏(이하 기어핏)은 단순히 운동량 관리 뿐만 아니라 갤럭시S5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보기에는 조금 특이한 패션 시계처럼 생겼지만 각종 센서를 이용해 심박수를 확인하고 하루에 얼마나 걸어 다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전화·문자 등 각종 알림 기능을 화면으로 확인하고 음악 재생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졌다.
■가볍고 날렵한 디자인
지난해 나온 갤럭시 기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능이나 성능의 문제가 아닌 디자인이었다. 피처폰을 넘어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순수하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오히려 자기만족이나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액세서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면에서 볼때 갤럭시 기어는 매력적인 액세서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신기해 보일 수 있지만 두껍고 투박했다. 한마디로 불합격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를 해외 유명 패션쇼에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등장시켰음에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기어핏은 디자인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최소한 투박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무게가 27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고 두께도 가장 두꺼운 부분이 11.95mm로 상당히 얇아졌다. 1.84인치 커브드 슈퍼 AMOLED를 디스플레이로 채택해 손목이 그리는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착 감기게 만들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가늘고 길어 날렵한 인상을 준다.
대부분의 조작은 화면을 터치해 수행하기 때문에 잡다한 버튼은 없다. 잠자기 모드에서 기어핏을 깨우는 버튼을 본체 오른쪽에 하나 단 것이 전부다. 통화 기능이나 카메라 기능이 없기 때문에 마이크나 카메라도 없다. 충전단자와 심박수 센서는 화면 뒤로 숨겼다. 전반적으로 이음매나 구멍이 보이지 않는 매끈한 디자인데 이를 통해 생활방수/방진 기능까지 구현했다.
기어핏을 손목에 찰 때는 손목끈을 손목에 맞게 당긴 다음 뚫린 구멍 두 개에 금속 고정장치를 끼워놓는 방식이다. 끼우기도 쉽지만 그만큼 빼기도 쉬운 것이 흠이다. 기어핏 본체와 손목끈은 쉽게 분리가 가능하며 원한다면 다른 색상 손목끈을 끼워 쓸 수도 있다. 기본 색상인 블랙 이외에 모카 그레이, 오렌지 등 2가지 색상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시계·배경화면 입맛대로 편집한다
갤럭시 기어는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갤럭시 기어2는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썼다. 하지만 기어핏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실시간 운영체제(RTOS)를 쓴다. 기존 피처폰보다 적은 210mAh에 불과한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아껴쓰는 데는 하드웨어 수준에서 최적화가 가능한 자체 운영체제가 낫다는 계산에서다. 버튼을 눌렀을 때 절전모드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나 화면 전환 등 체감 속도는 충분히 빠르다.
처음 전원을 넣은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어핏 매니저’를 설치하고 블루투스 페어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어핏 화면과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여섯자리 숫자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면 페어링 과정은 간단히 끝난다. 초기 화면에 표시되는 시계는 기어핏 매니저를 이용해 쉽게 변경할 수 있다. 총 다섯 종류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배경 화면도 직접 찍은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받은 그림을 자유롭게 편집해 넣을 수 있다.
화면 해상도는 432×128 화소로 다소 좁은 감이 있지만 날씨나 심박수 등 정보와 전화·문자 등 알림 기능을 보는 데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주로 야외에서 쓰는 기기인 만큼 시인성도 중요한 요소인데 기본 밝기로도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버튼을 눌러 화면을 켜면 기본적으로 시계가 표시되며 이 상태에서 좌우로 화면을 밀면서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는 형태다. 만보계, 운동, 심박수 등 자주 찾는 피트니스(운동) 관련 기능은 시계 화면 왼쪽에, 스마트폰 찾기 기능이나 타이머·스톱워치 등 다른 기능은 시계 화면 오른쪽에 모아놓았다.
■심박수 센서·만보계 기능 갖춰
기어핏은 심박수 센서등 여러 센서를 이용해 이동 거리와 운동량을 확인해 준다. 만보계 기능은 기어핏을 차고 있을 때 팔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감지해 자동으로 몇 보나 걸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걸음수에 따라 거리와 소모된 칼로리가 자동으로 계산된다. 물론 팔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걸음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팔을 흔드는 운동을 한다면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기어핏을 쥔 상태에서 좌우로 세게 흔들면 걸음수가 올라간다. 이럴때는 일시정지 기능을 이용하면 만보계 측정을 잠시 멈출 수 있다.
심박수 측정은 화면 아래 있는 심박수 센서를 이용한다. 적외선 LED로 빛을 강하게 비춘 다음 심장에서 전해지는 맥박에 따라 변화하는 혈관을 감지해 1분당 심장이 몇 번 뛰는지 세는 방식이다. 팔에 측정대를 두르고 혈압계를 이용해 잴 때보다는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건강상태를 간단히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심박수 센서와 손목을 지나가는 혈관이 밀착되도록 기어핏을 차고 측정 아이콘을 누른 다음 잠시 기다리면 현재 심박수가 나타난다. 심박수 측정 기능은 운동 기능과 연동해서 너무 빨리 운동하거나 너무 천천히 운동할 경우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코치 기능도 겸한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몇 분 동안 어떤 운동을 한다거나, 혹은 특정한 거리를 얼마만에 달려야 하는 등 시간을 재야 할 경우가 많다. 기어핏에 내장된 타이머와 스톱워치 기능은 이럴 때 유용하다. 타이머 기능은 정해진 시간 뒤에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주며 스톱워치 기능은 초 단위로 걸리는 시간을 잴 수 있다. 운동 뿐만 아니라 컵라면에 물을 붓거나 빨래 시간을 기다리는 등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기능이다.
■카카오톡 메시지 확인하고 스마트폰 찾아준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만큼 각종 연동 기능도 갖춰져 있다. 알림 기능은 문자나 전화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알림 기능을 이용하는 앱에서 보내는 거의 모든 알림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기어핏 매니저에서 알림을 받을 앱을 선택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앱은 물론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앱에서 자신 앞으로 온 메시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 컨트롤러 기능은 현재 재생되는 음악을 앞뒤로 넘기거나 잠시 멈추는 등 음악 재생 기능을 제어한다. 볼륨도 쉽게 조절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헤드셋을 쓰고 있다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음악 관련 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물론 한 곡 반복 재생 기능이나 셔플 기능을 제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야 한다.
디바이스 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높은 볼륨으로 울리면서 진동 기능까지 활성화되어 주변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군가 스마트폰 스위치를 일부러 껐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어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는 이 기능이 무용지물이다.
■디자인은 좋은데…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아”
기어핏은 디자인과 착용감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아쉬운 점도 곳곳에 보인다. 가장 먼저 손목끈(밴드)이 의외로 허술하다는 점이다. 손목끈에 난 구멍에 금속 단추를 눌러 끼우는 방식은 기어핏과 손목을 밀착시키는 데는 적합하다. 하지만 움직임이 격해지거나 금속 단추가 채워진 부분에 충격이 가해지면 분리되기도 쉽다. 금속 단추를 자주 채웠다 끌르면 고정되는 구멍이 헐거워질 가능성도 있다. 주요 기능이 피트니스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단점일 수도 있다. 디자인 면에서는 조금 뒤떨어질 수 있지만 벨크로(찍찍이)를 이용해 고정할 수 있는 손목끈이 추가로 나온다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갤럭시S5, 내일부터 매장서 체험할 수 있다2014.03.23
- 기어핏 호평, 휘는 디스플레이 기(氣) 사나2014.03.23
- “삼성 갤럭시S5, 골드폰도 나온다”2014.03.23
- “갤럭시S5 지문인식 센서는 홈버튼”2014.03.23
사소한 문제지만 기어핏을 오른손에 찰 경우 버튼을 누르기 불편하다는 점도 있다. 기어핏을 왼손에 찼을 때는 오른손 엄지로 기어핏이 밀려나지 않도록 잡은 상태에서 검지로 화면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오른손에 찰 경우는 디스플레이 표시 방향 때문에 기어핏을 손목끈에서 분리해서 반대로 끼운 다음 차게 된다. 이때는 왼손 엄지 대신 검지로 버튼을 눌러야 하므로 어색하다. 왼손잡이를 위해 디스플레이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배려가 아쉽다.
전화·문자 등 각종 알림 기능이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할 때 기어핏 단독으로는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물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쓴다면 진동으로 이를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몸과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는 기어핏을 켠 다음 알림 아이콘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운동에 몰두하고 있을 때 기어핏 화면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쉽다. 작은 진동 모터라도 넣었더라면 좀 더 좋았겠지만 공간이나 배터리 문제로 빠진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