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PC를 새로 한 대 조립하기 위해 저장장치를 고를 때는 용량만 따지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이후 SSD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바로 SSD와 하드디스크의 용량 배분 문제다. 이 문제는 개인의 사용 패턴이나 상황에 따라 크게 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나 들어맞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는 모범답안은 있다. 바로 SSD에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하드디스크에는 문서 파일이나 음악파일이나 동영상을 담아 두는 것이다.
요즘 흔히 쓰이는 256(240)GB SSD와 2TB 하드디스크를 같이 구입할 경우 드는 비용은 SSD가 약 20만원, 2TB 하드디스크가 약 9만원으로 3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그런데 기존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많아 3TB 하드디스크를 쓰고 싶다면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4TB라면 하드디스크와 SSD 값이 거의 비슷해진다.
SSD와 비슷한 값에 용량은 넉넉하게 쓰면서 속도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씨게이트 SSHD 4TB(이하 SSHD 4TB)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생김새는 기존 데스크톱PC용 하드디스크와 비슷하지만 내부에 8GB SSD를 내장해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를 높였다. 하드디스크의 용량과 SSD의 속도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생김새는 기존 하드디스크와 큰 차이 없어
SSHD 4TB는 기존 3.5인치 데스크톱 하드디스크와 외관에 큰 차이가 없다. SATA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는 단자 위치도 같고 크기와 무게도 큰 차이가 없다. 노트북용 하드디스크나 USB 하드디스크와 달리 항상 들고 다니는 장치도 아니며 한번 PC에 설치하면 뜯어 볼 일이 없는 장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실제로 정보를 저장하는 원반 모양의 부품인 플래터가 몇 장인지, 또 플래터가 분당 몇 번 회전하는지 같은 수치들이다. 예를 들어 2TB 용량은 한 장당 500GB를 저장할 수 있는 플래터 네 장으로도 구성할 수 있고(500×4=2000), 1TB짜리 플래터 두 장으로도 만들 수 있다(1000×2=2000).
두 경우 모두 용량은 같지만 전송속도와 내구성에서는 1TB짜리 두 장짜리 제품이 낫다. 플래터가 줄어들면서 내부에서 움직이는 부품 수도 덩달아 줄고 같은 면적당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늘어나 보다 짧은 시간 안에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용 하드디스크에서는 플래터 하나당 담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1TB 정도로 여겨지는데 SSHD 4TB도 1TB짜리 플래터 네 장을 써서 4TB를 구성했다. 플래터가 하드디스크 안에서 회전하는 속도 역시 읽고 쓰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하드디스크 안에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장치 ‘헤드’는 고정된채로 플래터가 하드디스크 내부에서 회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빠르면 빠르게 돌수록 같은 시간 안에 보다 많은 정보를 읽어올 수 있다. 전송 속도 대신 같은 값에 더 많은 저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드디스크는 5000rpm 내외, 전송 속도를 강조한 제품은 7200rpm으로 플래터를 회전시킨다. SSHD 4TB는 플래터를 분당 최대 5900rpm으로 회전시킨다. 당연히 전송속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다.
■동급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성능
SSHD 4TB의 실제 용량은 약 3.73TB다. 하드디스크 제조 업체와 윈도 운영체제의 용량 계산법이 달라 일어나는 일이며 이는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PC에서 용량이 3TB 넘는 하드디스크의 제 용량을 모두 쓰려면 UEFI 규격을 따른 PC 바이오스가 있어야 하고 64비트 운영체제도 필요하다. 2012년 이후 출시된 메인보드와 운영체제라면 대부분 문제 없이 쓸 수 있지만 구형PC라면 최대 2TB밖에 못 쓴다. 윈도 운영체제에서도 드라이브를 GPT 방식으로 지정해 주어야 부팅에 문제가 없다. 한 마디로 구형 PC에서는 제 용량을 온전히 쓰기 어렵다.
내장된 8GB 용량 SSD는 SSHD 4TB 안에서 자체적으로 관리되며 자주 쓰이는 파일은 SSD 영역으로 옮기고 자주 쓰이지 않는 파일은 하드디스크로 옮겨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주로 윈도 운영체제나 자주 쓰는 프로그램, 혹은 문서파일이 SSD 안에 저장된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애플이 지난 해 내놓은 개념인 ‘퓨전 드라이브’와도 닮았다. 하지만 SSD 용량이 작아 효과가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SSHD 4TB는 최대 6Gbps(약 750MB/s)까지 전송할 수 있는 SATA3 규격을 따랐지만 제원상 최대로 낼 수 있는 전송속도는 초당 190MB 수준이다. 저장장치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확인해 본 결과 쓰기 속도는 초당 최대 154.1MB, 읽기 속도는 126.6MB가 나왔다. 제원상 최대 속도보다는 떨어지지만 플래터 회전 속도가 비슷한 다른 하드디스크와 비교하면 같은 수준이다.
■파일 크기 작고 갯수 많을수록 성능 떨어져
SSD에서 파일을 읽고 복사하는 속도도 확인해 봤다. 먼저 파일 크기가 200MB에서 10GB까지 골고루 섞인 동영상 파일 256개, 102GB를 윈도 8.1에 기본 내장된 복사 기능으로 확인하며 성능을 확인했다. 읽기 속도는 초당 최대 151.7MB, 쓰기 속도는 초당 최대 119.5MB다. 최상의 조건으로 실행한 벤치마크 프로그램과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2MB에서 7MB로 구성된 사진 파일 2만3천743개, 87.4GB를 복사하니 읽기 속도는 초당 최대 85MB, 쓰기 속도는 초당 최대 100.3MB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1KB에서 8MB로 구성된 문서 파일 6천511개, 5.15GB를 복사하니 읽기 속도는 초당 최대 37.8MB, 쓰기 속도는 초당 최대 46.8MB로 최하 수준으로 떨어진다. 제품에 내장된 SSD가 파일을 한꺼번에 복사하거나 읽어올 때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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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SSHD 4TB는 용량은 넉넉하지만 SSD 8GB를 탑재한 것 치고는 속도 상승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플래터 회전 속도를 5900rpm으로 낮추는 바람에 작은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는 더 떨어져버렸다.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하자면 같은 회사(씨게이트) 4TB 하드디스크가 18만원 전후, 이 제품이 26만원 전후다. 결국 8만원을 더 내고 8GB짜리 SSD를 산 것인데 그만큼의 속도 상승 효과는 얻기 힘들다. 10만원 전후의 128GB SSD와 4TB 하드디스크를 조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다만 같은 방식을 쓴 SSHD 2TB는 플래터 회전 속도가 7200rpm이며 일반 2TB 하드디스크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6만원에 불과하다. 애플 아이맥 등 일체형 컴퓨터나 완제품 PC처럼 하드디스크를 설치할 공간이 적지만 용량은 늘리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읽고 쓰는 속도가 가장 높은 하드디스크 앞부분에 윈도 운영체제와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내장된 SSD가 속도를 향상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