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낸 단통법, 보조금 난리 잡을까

[긴급진단]휴대폰 보조금, 이대로 괜찮나④

일반입력 :2014/02/27 09:13    수정: 2014/02/27 13:39

정윤희 기자

연초부터 휴대폰 보조금 논란이 뜨겁다.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에 100만원이 넘는 최신 LTE 스마트폰이 공짜도 됐다가, 오히려 웃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급기야 정부가 ‘사상 최대 제재’라는 칼을 빼들었다. 대통령까지 보조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나설 정도다. 국회에는 보조금과 관련된 법안이 계류돼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보조금이 많이 실릴수록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데 왜 막느냐는 것이 이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디넷코리아>는 총 4회에 걸쳐 현재 이동통신시장과 휴대폰 유통구조의 문제점,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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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대호갱시대 개막…보조금 무엇이 문제인가

② 단속 숨바꼭질…보조금 꼼수 천태만상

③ 휴대폰 보조금, 해외서는 왜 논란이 없을까

④ 진통 끝낸 단통법, 보조금 난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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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현혹, 담합, 부당이득, 실효성 없는 규제와 그로 인한 꼼수 난무…

앞서 살펴본 것 같이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구조는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대리점·판매점, 소비자 등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도 많다보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휴대폰을 살 때마다 이른바 ‘호갱(속이기 쉬운 호구 고객)’이 될 수는 없다. 자, 호갱 양산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학계,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아예 보조금 규제 자체를 없애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완전히 분리시켜야 한다는 지적, 행정제재에 과징금, 영업정지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형사 처벌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그 중 정부와 새누리당이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다. 그동안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던 보조금을 투명화해 호갱을 없애겠다는 것이 법안의 목표다. 현재로서는 보조금 난리를 잡기 정부가 제시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단통법은 지난해 5월 발의돼, 수개월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라면 오는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런데 법안의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조항의 규제가 완화돼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과연 단통법은 보조금 난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단통법, 어떤 내용 담겼나

요약하자면 단통법에는 ▲보조금 차별금지 ▲보조금 공시 ▲이용자의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보장 ▲보조금과 연계한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제조사 장려금 조사대상 포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소비자의 가입유형, 요금제, 거주지역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이 금지된다. 즉,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공짜가 되거나 50만원이 되거나 하는 일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또 번호이동에 비해 기기변경에 실리는 보조금이 적어 장기가입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을 방지하고, 싸게 사기 위해서는 6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는 일을 없애겠다는 것이 목표다.

단말기에 실리는 보조금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시된다. 이용자는 단말기별 출고가와 투입되는 보조금,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차감한 판매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현장에서는 이통사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범위 내에서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

만약 스마트폰 공기계를 가져와 통신서비스에만 가입하려고 할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이통사는 단말기 보조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법안에서 강조한 것은 대리점, 판매점에서 서비스 약정시 적용되는 요금할인액을 보조금인 것처럼 설명하거나 표시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실제 휴대폰을 사러갔을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시면 한 달에 얼마씩 할인 받으시니까 실제로는 공짜폰이에요” 식의 설명을 금지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제조사 장려금 부분이다. 단통법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단통법에서는 제조사의 장려금도 정부 조사 대상에 포함, 자료 제출을 의무화시켰다. 일반적으로 보조금은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으로 구성되지만,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관련 법령의 미비로 이통사에 대해서만 보조금 제재를 내려온 데서 착안한 것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이통사, 제조사들은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장려금 규모 등의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정부와 미방위는 장려금 자료가 공개되면 영업기밀이 노출된다는 삼성전자의 반발을 고려해 이 조항을 3년 일몰제로 변경하고, 개별 제조사 장려금 제출을 전체 합계 제출로 수정했다.

■왜곡된 구조 개선? 과도한 시장개입?…갑론을박 여전

현재 시장에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알뜰폰협회, 대리점 및 판매점을 대변하는 이동통신유통협회가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제조사 진영에서도 LG전자, 팬택은 단통법에 찬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일부 조항이 수정되면서 반대하지 않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단통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한 고위 관료는 “현재의 이동통신 보조금 지급 양상은 ‘약탈적 보조금’이라는 말로 표현 가능하다”며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바로잡으려면 단통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시장조사과 관계자 역시 “지난해 재고처리를 목적으로 투입된 제조사 장려금으로 일명 ‘대란’이 일어난 경우가 왕왕 발생했으나, 이를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도 “결국 휴대폰 보조금은 소비자들이 내는 통신요금, 단말기 금액을 재원으로 지급되는 것인데 혜택은 일부 고객에게만 집중적, 차별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100만원 폰에 120만원 보조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가격 인식이 상당히 왜곡돼 중저가 알뜰폰을 내놔도 거들떠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찬성하지만 속으로는 반대하는 분위기도 적잖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고 좋은 효과보다 시장 냉각 등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금의 보조금 난리의 근본 원인은 오히려 정부의 시장 개입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인 것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단통법은 소비자에게 일정금액 이상으로는 더 싸게 팔지 말라는 뜻으로 소비자에게 부정적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보조금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은 잘못됐으며 과포화 상태의 이동통신시장에서 사업자의 영업비 경쟁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통신요금 경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언급하지 않고 단말기 가격만으로 시장을 컨트롤 하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사실 판매 장려금은 어느 유통채널에나 있는 것이고 제조사 규제는 공정위가 사후 규제로 하고 있는데 미래부가 특별규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통과 임박…시행령서 보완 필요

아직까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단통법 국회 통과는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이미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고 27일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그렇게 될 경우 이 법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 법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법안 시행까지는 6개월이 남은 만큼, 이 기간 동안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시행령은 정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고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조금 게시 방법, 내용, 공시 주기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해 알리게 된다. 또 소비자가 보조금이 아닌 요금할인을 선택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수준에 대한 기준도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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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조사들의 장려금 자료 제출 주기와 세부 범위 등에 대한 기준도 시행령에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의견이 매우 상이한 만큼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하자는 목적인만큼 세부 시행령에서 법안의 원래 취지가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