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해외서는 왜 논란이 없을까

[긴급진단]휴대폰 보조금, 이대로 괜찮나③

일반입력 :2014/02/22 18:51    수정: 2014/02/27 09:19

정윤희 기자

연초부터 휴대폰 보조금 논란이 뜨겁다.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에 100만원이 넘는 최신 LTE 스마트폰이 공짜도 됐다가, 오히려 웃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급기야 정부가 ‘사상 최대 제재’라는 칼을 빼들었다. 대통령까지 보조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나설 정도다. 국회에는 보조금과 관련된 법안이 계류돼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보조금이 많이 실릴수록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데 왜 막느냐는 것이 이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디넷코리아>는 총 4회에 걸쳐 현재 이동통신시장과 휴대폰 유통구조의 문제점,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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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대호갱시대 개막…보조금 무엇이 문제인가

② 단속 숨바꼭질…보조금 꼼수 천태만상

③ 휴대폰 보조금, 해외서는 왜 논란이 없을까

④ 진통 끝낸 단통법, 보조금 난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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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휴대폰 보조금은 이동통신시장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최신 LTE폰이 공짜폰으로 둔갑했다는 소식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요동치는가 하면, 프라임타임 지상파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보조금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보조금 문제를 언급하고 나설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일어난 ‘211대란’을 겨냥,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추운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대폰 보조금이 국가원수가 신경 써야 할 문제냐 하는 데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만큼 주요한 사회문제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시에 의아하다. 휴대폰 보조금은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외에서 보조금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고 대통령까지 입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다. 해외는 보조금을 어떻게 지급하기에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 걸까.

■韓, 보조금 구조 복잡-유일한 규제 국가

일반적으로 단말기 보조금은 구입시 지급하는 일시 보조금(subsidies) 방식과 약정기간 동안 월별 할인을 제공하는 역보조금(reverse-subsidies) 방식으로 나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대부분 일시 보조금을 적용하며, 남은 단말기 가격은 일시불로 구매한다. 반면 일본, 호주 등에서는 역보조금을 도입, 초기 보조금이 없는 대신 단말할부 판매가 제공되는 식이다. 국내와 달리 통신사의 단말할부 제공을 하나의 혜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조금 구조는 더욱 복잡하다. 국내는 일시 보조금, 월별할인(역보조금), 단말할부 혜택을 모두 제공한다. 또 보조금은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으로 구성되는 식이다.

문제는 구조가 복잡한데더 지급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제조사의 출고가만 공개될 뿐, 이통사에 넘기는 공급가와 유통망에서 지급되는 보조금 및 장려금 규모는 비공개다. 또 일선 대리점, 판매점에서는 월별 요금할인을 단말기 할인인 것처럼 설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연히 소비자는 자신이 사는 스마트폰의 실제 가격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는 출고가와 단말 보조금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남은 단말비용은 일시불로 구매하며 추가적인 월 요금할인은 없다. 일본의 경우 NTT도코모는 LTE 크록시(Xi) 상용화에 맞춰 단말 보조금을 폐지하고 월별 단말할인과 기본료 할인으로 통합했다. 단말 등급별로 할인금액을 차등화하고 일부 전략폰에는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식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조금 금액과 관련된 규제가 있는 나라다. 현재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으로 정해놓고, 이를 넘어설 경우 이통사에게 시정명령,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일반적으로 경제학적 상식에서는 보조금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보조금 금액은 일정한 평균으로 수렴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식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보조금 규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조금 규제가 강력할수록 돈을 써서라도 먼저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이 최우선이 되기 때문에 보조금 금액의 편차, 진폭이 커지는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보조금 이슈는 휴대폰 보조금의 문제가 아닌, 보조금 규제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해외, 보조금 폐지 증가…자발적 대안 마련

사실 해외서도 휴대폰 보조금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법으로 규제를 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한 대안을 찾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단말가격 상승으로 인해 보조금이 증가하면서 이통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부분이다. 이에 최근에는 이통사별로 보조금 전면 폐지 움직임이 늘고 대신 요금 인하, 단말 할부판매, 월별 할인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실제로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지난 2012년 3월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요금인하 및 할부판매제도 등 충성도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 T모바일도 지난해부터 보조금 요금제를 전면 폐지하고 無 보조금의 저렴한 밸류 플랜(2011.07. 출시)으로 요금제를 통합했다. 호주 텔스트라도 일시 보조금을 폐지하고 ‘모바일 리페이먼트 옵션(MRO)’ 제도를 도입해 매월 요금 할인 효과를 내도록 했다.

보조금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데이터 요금제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유통모델을 도입키도 한다. 미국 버라이즌은 ‘쉐어 에브리싱’, AT&T는 ‘모바일 쉐어’라는 완전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보조금은 유지하더라도 데이터 이익으로 수익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영국 보다폰처럼 최신 고가 스마트폰 임대 요금제를 도입해 아예 소비자의 단말 구매 방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해외의 경우 무분별한 번호이동, 단말기 교체를 막기 위한 위약금의 수준이 국내보다 다소 강하다.

미국 버라이즌은 스마트폰 350달러, 피처폰 175달러의 정액 위약금을 설정했으며, AT&T는 스마트폰 325달러, 피처폰 150달러의 위약금을 매월 차감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영국 보다폰이나 호주 텔스트라, 프랑스 오렌지의 경우에는 약정만료까지 남은 월 요금을 소비자가 전액 지불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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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 어디서나 평균 10~30분 이내에 번호이동이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주요국은 번호이동 처리시간에 최소 1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일본도 절차상 통신사 간 사전 번호이동 통보 이후에 번호이동이 가능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복잡한 국내 보조금 구조를 해외처럼 단순화해 보조금 지원 한도를 축소,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고 해외 대비 비정상적인 번호이동 제도 개선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