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인 베를린은 일부 비트코인 사용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수도(Bitcoin capital)'로 불린다. 베를린에선 비트코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토론이 벌어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연출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이 끊임없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은 익숙한 장면이다.
문자메시지로 비트코인을 주고 받게 해주는 '37코인스'를 만든 요한 바비, 이송이씨는 한국이 아니라 베를린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트코인 비즈니스를 꿈꾸는 이들에게 독일,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인 베를린은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7일 한국을 찾아, 사업 설명회를 가진 바비, 이송이씨도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독일이 갖는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나라다. 비트코인 거래로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된다. 독일 연방금융감독기구는 지난해 7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트코인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하면서 차익을 얻은 사람들의 경우에만 일정한 세금을 내야한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이 각국 법의 테두리안에서 거래될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비트코인이 새로운 거래 수단으로 인정받아 활용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독일내 커뮤니티의 역할이 컸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송이씨는 독일에서 비트코인이 활성화 된 이유는 커뮤니티의 역할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선 다양한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비트코인랩 베를린은 주로 '룸77'이라는 바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이곳 주인인 요에르크 파처도 비트코인 광팬이다. 송이씨에 따르면 햄버거와 맥주 등을 파는 이곳으로 비트코인 팬들이 모인다.
비트코인 익스체인지 베를린은 이 지역 사람들이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하는 물물교환 시장 같은 모임이다. 각기 작은 칠판에 그날 판매하려는 비트코인을 시세, 연락처와 함께 적어놓은 뒤 그 자리에서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이곳과 함께 비트코인 스타트업 베를린은 베타하우스라는 공간에서 2주마다 3~4명의 연사들이 비트코인 관련 자신의 사업아이템, 혹은 새로운 개발 아이디어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37코인스도 이 자리에서 처음 소개돼 수많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송이씨는 설명했다.
전 독일 비트코인 협회라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해 일반 대중,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여러가지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베를린이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이유 중에는 정치문화적인 코드도 녹아있다. 요한은 베를린 사람들 성향이 정치에 민감하면서도 정부나 은행 등 기관에 대한 반감이 많다며 독일은 국가가 세금을 많이 떼고, 은행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하는 성향이 기존 금융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비트코인을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베를린에 많은 스타트업, IT개발자들이 집결하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 수도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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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내용 대부분은 비트코인이 대박투자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집중됐다. 아직 한국은 비트코인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제대로 서비스 하기 위한 피드백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곳이다.
요한씨는 가끔 접하는 한국 소식을 보면 비트코인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보거나 투기적인 시각에서 보는 회의론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툴로서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