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부품, 폰 덕보기 vs LG폰, 부품 덕보기

계열사간 밀어주기 구조 정반대여서 주목 끌어

스마트폰과 관련 부품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분기 실적이 두 그룹 전체의 명암을 가르는 단면을 미묘하게 드러내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이 큰 형 노릇을 하며 동생인 부품 사업을 이끌고 있다. 큰 형 덕에 잘 나가다가 4분기에 큰 형이 주춤하자 동생들도 휘청거리는 구조를 보였다. 동생들이 큰 형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로 더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는 것이다.

LG는 정반대다. 몇년째 힘을 쓰지 못하는 큰 형 탓에 똘똘한 동생들마저 피가 마르는 형국이다. 동생들의 삐죽 나온 입이 들어가려면 형 노릇 제대로 해야 할 상황이다.

■LG폰 적자 지속에도 LG디스플레이·이노텍 실적 선방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분기 TV용 패널 가격 부진 등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2천5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회사 영업이익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1천100억원)의 두 배다.

애플 아이패드 등 거래선의 태블릿 신제품 출시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중소형 프리미엄 패널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며 TV 패널 가격 하락세를 방어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3년만에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LG디스플레이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천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상승한 수치다.

또 다른 LG 계열의 부품사인 LG이노텍도 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주춤하긴 했지만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6조2천115억원에 영업이익 1천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8%와 76.1% 증가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55.8% 껑충 뛰었다.

LG이노텍도 LG전자 이외 고객사 다변화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은 스마트폰 등에 공급되는 카메라 모듈을 주력으로 한다. 애플 등도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거래선이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분야는 연간 매출 2조5천231억원, 4분기 매출은 분기 최대치인 7천51억원을 나타내며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큰 형 격인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 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적자는 지난해 4분기 434억원 적자를 내면서 2분기 연속 수백억원대 적자폭을 이어갔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판매량이 늘었기는 하지만 계열사 구조에서 체면이 안 서는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고, 부품 계열사의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하니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삼성 계열사와 비교하면 참으로 답답할 노릇인 게 사실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삼성 부품 계열사 스마트폰 영향 실적 부진

삼성 부품 계열사의 4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이 중심인 삼성전자 IM 사업부문이 4분기 들어 몇년 만에 꺾이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 계열사 실적이 줄줄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들 부품 계열사들은 그동안 초고속 성장을 해왔는데 모두가 갤럭시 군단의 승승장구 덕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삼성SDI는 4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9.9% 줄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5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조2천48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14.8% 줄었다. 삼성SDI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스마트폰 등에 납품하는 소형전지 사업에 의존해왔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패널도 삼성전자 갤럭시 의존도가 높다.

또 삼성SDI의 4분기 소형 전지 매출은 7천490억원이다. 이는 총 매출의 62%에 달한다. 삼성SDI는 4분기 소형전지에서만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대비 무려 870억원이나 줄었다.

삼성SDI는 지난해 실적 하락의 이유로 “연간 전체 판매는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스마트폰, 태블릿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 감소로 매출은 줄었다”며 실적 부진 원인이 모바일 부문에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 역시 급락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천100억원으로 동종업계의 LG디스플레이 2천570억원과 비교해도 영업이익 부진이 두드러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패널 사업 실적 하락에 TV 사업 업황 악화까지 겹쳤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AMOLED 패널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는 삼성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문의 경우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감소한 33조8천900억원, 영업이익은 18% 줄어든 5조4천700억원을 기록했다. IM부문은 직전분기 영업이익이 6조7천억원에 달해 전사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었다.

하지만 IM 사업부문 부진으로 전사 4분기 영업이익도 8조3천100억원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품 계열사를 탓하기야 뭐하지만 더 독립적인 구조를 가지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말했고, 부품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LG 계열사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것은 아닌데 묘하게 이런 결과가 나타나 경영진이 적잖은 부담을 갖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