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게이트쉐어링'은 예전과는 달라진 뉴스 유통 환경과 거기에 맞춰 미디어들이 지향해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이론서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디어 업계가 당면한 냉정한 현실이 밑바탕에 깔렸다.
기자 출신이고 지금은 국내 온라인 뉴스 유통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네이버 뉴스 서비스 실무 책임자이기도한 저자는 우리나라 언론들도 이제 독자들을 먼저 찾아가는 콘텐츠 유통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이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책 제목이기도 한 게이트쉐어링이다. 게이트쉐어링은 사용자들이 많이 모이는 웹과 모바일 공간을 적극 파고드는 콘텐츠 유통 전략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은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앞으로는 언론사가 먼저 독자들을 찾아가 소통하는 유통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언론사가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독자들을 직접 끌어들이는건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한때 언론사 포털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추억속의 단어가 됐다. 온라인 뉴스 유통에서 개별 매체가 갖는 영향력은 줄어드는 시대다. 상대적으로 포털과 SNS의 유통파워는 커졌다.
콘텐츠를 잘 만들거나 유료화를 한다고 해서 언론사 입장에서 좋았던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경쟁력 있는 게이트쉐어링 전략이 독자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장 확률높은 승부수라는게 저자의 메시지다.
게이트쉐어링을 위한 공간은 다양하다. 포털 사이트, SNS에 플립보드같은 뉴스 리더 서비스들도 있다. 그런만큼 저자는 게이트쉐어링 역할을 하는 서비스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독자들과의 관계망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공감한다. 그렇지만 게이트쉐어링 측면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툭까놓고 말해 한국에서 게이트쉐어링을 위한 최적의 공간은 네이버와 다음이다. 트래픽 측면에선 네이버가 최고의 게이트쉐어링 파트너다. 네이버 검색, 네이버 뉴스 서비스, 네이버 뉴스스탠드 서비스 모두 언론사 콘텐츠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SNS나 플립보드와 같은 서비스는 어떠냐고 묻는다면 아직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답해주고 싶다. 네이버와 비교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결국 게이트쉐어링 측면에서 다양성과 롱테일 파워가 확보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게이트쉐어링의 가치도 이런 다양성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기자는 게이트쉐어링의 시대, 언론사 브랜드가 갖는 의미, 미디어 편집의 미래 대해 잠깐 고민했다.
게이트쉐어링의 세상에서 매체는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개별 매체가 어디인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상황에서 매체는 그저 게이트쉐어링 역할을 하는 공간의 부속품 역할에 그치지는 않을까? 마이언론사를 설정해놓고 뉴스스탠드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은 지금의 상황은 앞으로 달라질수 있을까? 또 앞으로는 매체보다는 개별 기자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지 않을까?
언론사, 네이버같은 게이트쉐어링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 그리고 독자 모두 윈윈을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는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뀌는 과정, 그리고 그후 벌어진 이런저런 일들에서 저자가 가졌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유료화 전략도 게이트쉐어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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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매체가 기존에 무료로 제공해온 뉴스 콘텐츠 중 유료로 전환할 수 있는 기사는 하루 20~30건에 불과할 수 있다. 경쟁 매체가 쓰지 않는 단독, 기획 기사 중심으로 유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콘텐츠 양으론 유료화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다섯 개 매체에서 유료로 분류한 콘텐츠를 모아보면 어떨까? 매일 100건의 단독 기사나 기획 기사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하나의 패키지로 상품화할 수 있다. 다섯개 매체가 공동으로 소액 결제 시스템을 갖춘 통합 사이트를 구축해 유료 콘텐츠를 모으면 된다.
국내에선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기자는 따로따로 보다는 저자 말대로 협업 모델이 그나마 나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