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甲午年) 청마(靑馬)의 해인 올해는 대한민국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선보인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984년 5월에 개통된 카폰이 그 시초다. 당시 카폰은 포니 승용차 가격보다 비싸 특수 계층만 사용하던 귀족폰이었다. 이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환경이다. 이동통신은 내부적으로 국민의 생활과 기업의 문화를 혁신케 한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왔으며 외부적으로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 산업으로 올라선 스마트폰의 젖줄이 되었다.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모바일 혁명의 역사를 6회에 걸쳐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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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생각나시나요?…차보다 비쌌던 30년전 그 폰
2) 응답하라 1997…삐삐·시티폰, 그 아련한 추억
3) 보조금이 태어났다…격동의 이통 5社 시절
4) 아이폰 전에 꿈꿨다…손안의 멀티미디어 3G
5) 어느날 아이폰이 왔다…4년만에 시효 끝?
6) 호모 모빌리쿠스 시대…스마트폰이 곧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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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뉴스를 읽고 동영상을 본다. 필요하면 이메일도 보낸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익숙해진 지금 우리의 풍경이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있기에 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무선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다. 지금보다 속도가 느리고 기기 사양이 낮았을 뿐 '꿈의 이동통신'이 도래한다며 읊었던 내용이다.
3세대(3G) 이동통신의 등장. 한국 이동통신의 장을 새롭게 펼친 역사적인 순간이다.
21세기 시작과 함께한 3G는 앞선 아날로그 셀룰러폰, 디지털 PCS를 넘어서 데이터 전송속도가 전보다 매우 빨라지고, 글로벌 표준에 따라 세계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라고 불렸다.
어쩌면 지금의 LTE 보다 더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당시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일들이 휴대폰에서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이었다.
그때는 흑백 디스플레이의 휴대폰을 쓰고 있으면서 화상 통화를 논했다. 공중전화 옆에서 받지는 못하고 걸 수만 있던 시티폰의 기억이 생생할 때,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이야기했다. 이렇다 보니 '3G=꿈의 이동통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 IMT-2000…화상통화 시대 열었다
국제전기통신엽합(ITU) 규격에 따라 3G는 최대 2.4Mbps(1x EV-DO 기준)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지금의 LTE-A, 광대역 LTE가 구현한다는 150Mbps에 비해 초라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시대를 열었다고 찬사를 보냈었다.
밀레니엄의 해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은 2000년 10월 1일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세계 최초 CDMA2000 1x 네트워크를 구축해 3G에 앞서 2.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2002년, 동기식 IMT-2000(CDMA2000 1x EV-DO)을 인천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휴대폰에서 화상전화나 주문형 동영상(VOD)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3G 이동통신은 자연스레 3G 단말기의 부흥시대를 열었다. 2002년 세계 최초 컬러 액정을 탑재한 휴대폰이 나왔다. 또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카메라가 휴대폰에 자리잡았다. 일명 '폰카'의 등장은 화상통화를 위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SK텔레콤은 2003년 6월부터 동기식 IMT-2000 네트워크를 이용해 화상전화 시대를 개막했다고 설명한다.2000년 당시 쓰인 글들을 찾아보면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출장 중인 OOO 과장은 일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 집으로 전화를 건다. 단말기 화면에는 가족의 얼굴이 뜬다. 이내 자식들과 인사를 나눈다.
꾸며낸 상황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모습이라고 떠들었다. 몇 년이 지나 2,5세대에 이어 3세대 이동통신이 시작되자 현실이 됐다.
애플의 페이스타임을 즐겨 쓰고 각종 모바일 메신저의 기능에 흠뻑 빠진 현 시점에서 보면 대단한 서비스로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도 모두 화상통화를 가능케 한 3G 이동통신의 결과물이다.
■ 손 안의 멀티미디어 세상의 시작
16화음 벨소리. 이제와 들어보면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할 일이다. 진동 소리가 벨 소리보다 큰 휴대폰도 있던 시절에 단음에서 4화음, 16화음과 같은 벨소리 설정은 손 안에 진귀한 보물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사실 이는 3세대 이동통신 이전에 PCS에서 이미 가능했던 이야기다. 하지만 누구도 몇가지 음색의 벨소리로 ‘멀티미디어’라고 하지 않는다.
멀티미디어라는 말이 이동통신에서 처음 쓰인 사례는 'MMS'이다. 이 멀티미디어 문자메시지(MMS)는 3G 이동통신에서 등장했다. 지금은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다 글이 길어지다보면 MMS로 전환되거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파일을 보낼 때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서비스다.
MMS를 통해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어 배경음악을 싣고 글을 써서 보낼 수 있게 됐다. 화상전화와 더불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핵심으로 꼽혔다.
2000년대 초반,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수두룩할 때다. PC통신을 이용하던 그 시대의 얼리어댑터도 있지만 대부분의 휴대폰 사용자들은 MMS에도 눈이 휘둥그래질 상황이었다.
사무실에 급하게 나오느라 중요한 문서를 안 챙겼다고 치자. 직장 동료가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내준다. 급한대로 가까이에 있는 팩스를 찾아야 할 판이지만 휴대폰으로 해결했다. 이동통신서비스로 기똥차다는 말이 나올 법 했다.
MMS를 필두로 애니메이션이 담긴 문자 카드 서비스가 성행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각종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앱 개발자가 넘쳐나는 것처럼, 멀티미디어가 곁들여진 이동통신 시장에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통정보 제공서비스, 휴대폰 게임과 같은 휴대폰 인터넷 콘텐츠가 부각됐다. 이때 이동통신사들은 서비스 콘텐츠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를 모았다.
지금 모바일 콘텐츠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의 시작도 3세대 이동통신과 함께 한다. 지금은 한 회사가 된 컴투스와 게임빌의 출발도 2000년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가진 글로벌 IT 기업과 일을 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이동통신사의 콘텐츠 제공업체로 발걸음을 뗐다.
■ '로밍' 국경을 무너뜨린 이동통신
CDMA2000 1x EV-DO보다 한단계 진화한 WCDMA로 3G 이동통신은 꾸준한 발전을 이어갔다. 데이터 전송률이 확 뛰어올랐다.
단순 통화를 넘어 데이터 시장에 나가기 위해 SK텔레콤과 KTF(현 KT)는 각각 '준(June)', '핌(Fimm)'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였다. 조금은 다른 방식인 CDMA2000 1X EV-DV를 택하게 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도 EV-DO와 동등한 수준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였다.
각종 콘텐츠가 손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3G 이동통신은 '글로벌 로밍'이라는 무기를 내놨다. 해외를 자주 다니는 휴대폰 이용자에겐 가장 큰 혁신 서비스로 기억될 순간이다.
WCDMA의 최대 장점이자 ITU가 내세운 세계 표준은 지구촌 어디서나 동일한 단말기로 통화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로밍이다.
해외 출장과 여행객, 유학생 등이 많아지면서 국외와 국내간 통화량이 늘어났다. 여기서 글로벌 로밍은 꽃을 피웠다. 해외에서도 통화는 물론 문자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한 데이터 로밍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2014년.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여러 면이 3G 이동통신에서 출발했다. 휴대폰이 단순히 통화만 가능한 기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한 때다.
3G 이동통신 서비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5천450만명 가량의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2천만명 정도가 WCDMA를 이용 중이다.
2011년 7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이 상용화되고 2년이 갓 넘은 현재,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LTE 가입자가 절반을 넘어섰다. 이제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4G 중심으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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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통신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속도는 더욱 빨라졌지만, 스마트하고 편리하다는 모바일 서비스의 대부분은 3G 이동통신과 함께 했다.
새롭게 나오는 각종 모바일 서비스가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이유도 21세기의 초반에 휴대폰에서 봤던 풍경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