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리눅스가 데스크톱과 서버, 임베디드 시스템 등의 주도 운영체제(OS)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20년이 지난 현재 그 예측들은 서버와 임베디드 시스템엔 적중했지만, 데스크톱에선 확실하게 빗나갔다.
미국 지디넷은 6일(현지시간) 리눅스가 데스크톱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한 이유를 조명했다. 댄 쿠스네츠키 칼럼니스트는 1994년 리눅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당시 보였던 리눅스의 급격한 성장에 근거를 뒀지만, 예측대로 되지 않았다며 너무 이른 전망이었다고 적었다.
1994년 당시 리눅스는 서버용 OS로서 연 200% 성장했고, 데스크톱에선 연 100% 성장했다. 시장분석업체들은 앞다퉈 1999년이면 리눅스가 서버, 클라이언트, 임베디드 등 전 영역에서 선두를 차지할 거라 예상했다.
리눅스 아키텍처는 잘 정립된 유닉스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로서 리눅스가 커뮤니티 버전 다운로드에 있어선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 400개 이상의 리눅스 배포판과 20곳 이상의 주문제작생산(OEM)업체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핑크빛 전망의 근거로 제시됐다.서버와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리눅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데스크톱에 대한 전망은 과대선전인 셈이 됐다. 수많은 개발자, 학자, 연구원, 콘텐츠 생산자들이 업무에 리눅스 데스크톱을 활용한다. 그러나 리눅스 데스크톱의 전체적인 시장점유율은 당초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데스크톱 PC는 애플리케이션과 작업툴을 쓰는 도구다. 많은 구매자들은 OS만 보고 데스크톱을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애플리케이션과 툴을 써야 하는지 따져 데스크톱을 산다.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과 툴이 어떤 OS에서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의 경우 윈도나 애플 맥OS X 등의 OS만 지원한다. MS는 20년 동안 단 한번도 리눅스용 오피스를 내놓지 않았다. 같은 예산에서 피벗 테이블 같은 엑셀의 기능을 이용하고 싶다면, 결국 선택지는 좀 더 저렴한 윈도PC를 사는 수밖에 없었다.
오픈오피스나 리브레오피스처럼 MS 오피스의 강력한 대안 SW가 여럿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S와 리눅스 사이에 벌어졌던 문서파일 포맷 호환 분쟁처럼 기업 사용자의 대안SW 채택을 막는 요소가 많았다.
더구나 기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번 정한 것을 변경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들은 시스템, SW, 절차 등을 바꾸고 직원을 재교육하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종전의 환경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는 일부 기업들이 여전히 윈도XP와 윈도서버2003을 유지하려 하는 경향에 대한 이유기도 하다.
리눅스 데스크톱이 퍼지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리눅스 단일 버전과 단일 기업의 부재다. 댄 쿠스네츠키는 데스크톱용 리눅스는 하나의 제품이라기보다 바이킹 같다라고 표현했다.
리눅스는 버전과 배포자에 따라 사용자 인터페이스, 파일시스템, 설치 및 업데이트 시스템이 모두 제각각이다. 이는 리눅스 OS의 강점이지만, 기업과 다수의 일반 사용자가 보기엔 혼란을 주는 점이기도 하다.
리눅스에 대한 단일한 제안자나 단일한 메시지도 없다. 이는 의사결정권자가 협상 창구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여러 곳에서 리눅스에 대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리눅스에 대한 통합된 뷰도 확보할 수 없었다.
1994년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리눅스는 당시 클라이언트 OS 시장에서 맥OS를 넘어 2위 자리를 찍었다. 그러나 2위에 머무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리눅스는 데스크톱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일반 사용자의 삶에 끼치는 MS 윈도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스템은 더 이상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일반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사용 플랫폼으로 부상한 탓이다.
현 시점에서 모바일과 태블릿 시장의 승자를 본다면 리눅스와 유닉스가 시장 1위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에 기반하며, iOS 역시 유닉스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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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데스크톱에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유일한 선택지도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일반인들이 손안의 기기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 어딘가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고 있다. 웹앱, 이메일, 협업SW, 검색 등 웹기반 툴은 더 낮은 가격의 기기로 윈도 시절과 같은 생산성을 유지하게 해준다. 사람들은 점차 윈도 기기에 대한 필요성을 잊어가고 있다.
댄 쿠스네츠키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다. 리눅스와 유닉스가 그 강력한 윈도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추세를 고려한다면, 그 답은 '그렇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