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5년, 통신방송을 달군 이슈의 실체

전문 기자가 쓴 '방통강국을 다시 상상한다' 출간

일반입력 :2014/01/02 16:55    수정: 2014/01/02 17:17

황치규 기자

통신방송쪽을 직접 취재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기자가 보기에 이 동네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상적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장면이 수시로 연출된다. 정부 정책에 따른 이해관계를 놓고 싸움이 많이 터지는 곳이 바로 통신방송 분야다.

하도 많이 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통신 방송 분야에서 싸움이 터져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생겼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구경꾼 입장에서 통신방송 분야 싸움은 재미도 없고(?) 잘 와닿지도 않는다.

요금제나 케이블과 지상파간 갈등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 등을 제외하면 통신방송 관련 뉴스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다. 주파수 경매나 각종 사업자 선정에 일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아직은 어색한 장면이다.

그러나 재미없고 흥행성이 떨어진다고 나몰라라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통신방송쪽 이슈다.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사실 사회적인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최근 출간된 '방통강국을 다시 상상한다'는 이명박 정부 5년간 있었던 통신 방송 이슈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기자의 기록이다.

KBS 수신료 인상에서 드러나는 한국 방송통신의 현주소, 종편의 탄생을 둘러싼 이전투구, 지상파 방송과 가장 비싼 스마트폰의 이유 등 지난 5년을 뜨겁게 달궜던 각종 이슈들에 대해 저자(신혜선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장)가 객관적인 기록에 자신의 경험을 버무려 해설하는 성격의 책이다. 사실만 나열됐다면 끝까지 읽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에 눈에 비친 통신 방송 이슈는 밥그릇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겉보기엔 공공성이 명분인 듯 해도 실제로는 밥그릇 싸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상파와 케이블간 경쟁에서 이런 시선들이 많이 엿보인다. 종편과 케이블 사업자간 대립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어보니, 지난 5년간 통신 방송 분야에는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사업자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수시로 터졌다. 충돌과 갈등은 대부분 아직도 진행형이다.

스마트TV에 따른 네트워크 부하를 놓고 삼성전자와 KT의 망중립성 논쟁은 다시 터질 수 있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역시 펄펄 살아있는 이슈다. 책을 통해 이들 이슈들이 발생한 배경과 현재 진행 상황 그리고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본 건 종편PP와 관련한 부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2월 종편PP 사업자들을 재심사할 예정이다.

책을 보면 2012년 TV조선, JTBC, MBN, 채널A 등 종편 PP 4개사의 2012년도 매출액은 2천264원이었다. 그리고 이들 회사는 총 2천7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리고 보도와 유사 보도 프로그램 비중이 압도적이다. 2013년 9~10월만 놓고보면 TV조선은 93%, 다른 종편 PP 3사의 보도 및 유사보도 편성 비율은 무려 89%에 달했다.

종편 볼때마다 무슨무슨 평론가들이 나와 한마디씩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이 정도나 될줄은 몰랐다. YTN이나 뉴스Y와 종편이 다른게 뭔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저자 역시 비판적이다. 종편을 선정하며 명분으로 내걸었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이란 취지가 무색해졌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은 콘텐츠가 힘이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만 제작하고 종합 편성에 걸맞는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는 방송사에서, 글로벌 미디어그룹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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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재심사에서 탈락하는 종편이 나올수 있을까? 원칙을 들이대면 그럴수도 있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자 역시 정부가 종편 길들이기를 할지언정 종편PP가 재승인을 받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방통강국을 다시 상상한다'는 통신 방송쪽 이슈를 그다지 많이 취재해 보지 않은 기자 입장에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각종 이슈들에 깔린 관전포인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이기도 했다. 앞으로 통신방송 이슈를 좀더 흥미롭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