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통신판, 보조금 전쟁에 날샜다

일반입력 :2013/12/31 15:30    수정: 2013/12/31 16:00

정윤희 기자

올 한 해 이동통신시장은 ‘보조금’으로 요약된다. 새해 벽두부터 보조금 제재로 인한 순차 영업정지에 들어가는가 하면, 연중에는 양판점발 보조금 전쟁이 폭발했다. ‘17만원 갤럭시’는 이제 시장 과열의 대명사가 됐다. 급기야 연말은 보조금으로 인한 사상최대 과징금으로 마무리했다.

네트워크 부문에서는 LTE 속도전이 불꽃 튀었다. LTE-어드밴스드(LTE-A), 광대역LTE 등 세부 기술은 다르지만, 명실 공히 LTE를 넘어선 ‘두 배 빠른 LTE’ 경쟁이 본격화됐다. 내년에는 최대 속도 225Mbps까지 내는 2밴드 CA 상용화가 예고돼 이동통신사간 속도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통3사간 신경전이 극에 달했던 것은 여름에 있었던 주파수 경매다. 광대역 주파수를 사이에 두고 장내, 장외를 가리지 않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경매 과정에서도 경매방해,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진행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밖에도 음성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인한 데이터 중심 시대 개막, 우체국 알뜰폰 판매를 필두로 한 알뜰폰의 유통판로 확산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연말에는 ‘통신 공룡’ KT의 수장이 바뀌며 한바탕 파란이 일었다.

■보조금 경쟁 지속…장려금 핫이슈 부상

2013년 통신시장은 보조금으로 시작해서 보조금으로 끝났다.

연초 방송통신위원회가 1월부터 3월까지 장장 66일에 걸친 순차 영업정지 제재조치를 내렸지만 보조금 경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통3사는 저마다 경쟁사의 영업정지 기간을 기회로 보고 가입자 끌어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17만원 갤럭시S3’는 오히려 1천원으로 내려가며 보조금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들이 쏟아졌다.

7월에는 KT가 단독 영업정지의 철퇴를 맞았다. 순차 영업정지 이후에도 게릴라성 스팟 보조금이 만연하자 주도 사업자를 엄벌하겠다는 방통위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KT는 벌점 산정 결과 97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LG유플러스 52점, SK텔레콤 32점)로 7일 단독 영업정지 처분에 처해졌다.

상반기 내내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가 지속되자 각종 꼼수도 난무했다. 단속을 피해 할부원금과 보조금 지급 금액을 쉽게 알 수 없도록 댓글의 글자수나 특수문자가 포함된 암호문, 동영상까지 동원해 할부원금을 알리는 판매자들이 늘어났다.

하반기에는 직장인 특판을 비롯해 하이마트, 디지털플라자 등 가전 양판점 등에서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가 늘어났다. 실제로 9~10월 하이마트 ‘17만원 갤럭시S4’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 보조금에 포함된 제조사 장려금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일반적으로 보조금은 이통사가 주는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장려금으로 이뤄진다.

방통위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 즉시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방통위는 “최근 시장과열 현상은 단말기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 이에 따른 재고 밀어내기가 주원인”이라며 “보조금 규제의 실효성, 규제형평성 확보를 위해 제조사의 차별적인 장려금 제공에 대한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조사는 지난 27일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로 이어졌다. SK텔레콤 560억원, KT 297억원, LG유플러스 207억원으로 총 1천64억원이다. 지난 4년 동안 이통3사에 부과한 약 1천1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한꺼번에 부과한 셈이다. 다만 영업정지는 없었다. 벌점 1, 2위가 1점밖에 차이나지 않아 시장 과열 주도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한 탓이다.

한 해 내내 보조금으로 인한 시장 과열이 지속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연내 통과를 추진했다. 지난 5월 조해진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조금 공시 ▲보조금 or 요금할인 선택제 ▲제조사 장려금 조사대상 포함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제조사 장려금 조사대상 포함에 10월 들어 삼성전자가 강력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 정쟁 탓에 법안소위 심사가 파행을 겪으면서 연내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광대역·LTE-A…두 배 빠른 LTE ‘후끈’

LTE 속도전 역시 달아올랐다. 시기와 기술의 차이는 있지만 3사 모두 두 배 빠른 LTE 서비스를 제공하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LTE-A와 광대역LTE 모두 이론상 최대 속도는 150Mbps다. 최대 속도 75Mbps의 LTE보다 두 배 빠르다는 얘기다. 다만 세부 기술상 LTE-A는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 기술을 활용해 두 개의 주파수를 묶어 LTE에 활용하는 반면, 광대역LTE는 두 배로 넓어진 주파수 대역폭에서 LTE를 제공해 두 배 속도를 낸다.

LTE-A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SK텔레콤이다. 지난 6월 800MHz 대역과 1.8GHz 대역을 묶어 LTE-A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LG유플러스가 지난 7월 800MHz 대역과 2.1GHz 대역을 묶어 LTE-A를 서비스 중이다. KT는 LTE 보조망으로 받은 900MHz 대역이 간섭현상을 빚으면서 LTE-A 시기가 크게 늦춰졌다. 지난 10월에야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 지역에 1.8GHz 대역과 900MHz 대역을 묶은 LTE-A를 시작했다.

반면 광대역LTE는 KT가 신호탄을 쐈다. 8월말 진행된 주파수 경매에서 기존에 보유한 1.8GHz 대역의 인접대역을 확보하면서 지난 9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먼저 광대역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LG유플러스는 이달 광대역LTE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이다.

KT는 비수도권의 경우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광대역LTE 서비스 시기가 제한돼있다. 내년 3월부터 광역시, 내년 7월부터 전국서비스 등이다. 다만 경쟁사가 먼저 광역시, 전국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KT 역시 바로 서비스 개시 가능하다.

■주파수 경매-700MHz…주파수 전쟁 활활

지난 8월말에는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있었다. 이통3사는 주파수 할당안이 정해지기 전부터 실제 경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신경전을 벌였다. 심지어 할당안이 정해진 직후에는 KT 노동조합이 변수로 돌출, 미래부를 규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KT는 1.8GHz 인접대역을 얻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경매는 KT vs 반(反)KT 연합의 구도로 흘러갔지만 이러한 양상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매 중반 SK텔레콤이 밴드플랜을 갈아타면서 3사 모두 각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을 전개했다.

결국 KT는 그토록 원하던 1.8GHz 인접 대역을, SK텔레콤은 1.8GHz 대역을, LG유플러스는 2.6GHz 대역을 할당받았다. 할당 금액은 총 2조4천289억원까지 올라갔다.

경매 후 KT는 할당받은 인접대역을 활용해 곧바로 광대역LTE를 시작했으며, SK텔레콤 역시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2.6GHz 대역에 새로 LTE 기지국을 구축, 지난 30일부터 광대역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700MHz 대역을 사이에 둔 통신-방송간 신경전이 불꽃 튀었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여유대역으로 나온 700MHz 대역 108MHz폭을 차지하기 위한 대립이다. 이중 40MHz폭은 이미 지난해 통신용으로 배정키로 했고, 추후 용도를 결정키로 한 68MHz폭이 문제다.

통신진영은 데이터 트래픽 폭증 대응, 글로벌 주파수 조화 등을 들어 700MHz 대역의 통신할당을, 방송진영은 차세대 UHD방송을 위해 방송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급기야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 간 기싸움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음성무제한 시대 개막…데이터로 간다

올 한 해 통신시장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무제한 요금제의 등장이다. LTE무제한부터 망내외 음성통화 무제한까지, 그동안 이통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내놓기 꺼려했던 무제한 요금제들이 대거 쏟아졌다. 이통3사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저마다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기 바빴다.

시작은 LTE 데이터 무제한이다. 지난 1월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자마자 ‘LTE 데이터 무한자유 95/110/130’ 요금제를 내놨다. 곧바로 KT가 ‘LTE 데이터 무제한 950/1100/1300’ 요금제를 내놓으며 따라갔으며, SK텔레콤 역시 ‘LTE 데이터 무제한 109’ 요금제를 내놨다.

비록 3개월 프로모션에다 9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에서만 사용 가능했지만 이통사들이 경기를 일으켰던 LTE 데이터 무제한을 내놨다는 점에서 파장은 엄청났다.

이후 음성통화 무제한은 SK텔레콤이 포문을 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망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T끼리 요금제’를 내놨다. 3만원대 요금제부터 10만원대까지 총 7종으로 음성통화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이후 KT까지 망내 음성 무제한을 제공하는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내놓자 LG유플러스는 음성통화 완전 무제한(망내외)으로 응수했다. LG유플러스는 4월 망내외 음성통화, 유선전화, 데이터 무제한까지 포함한 ‘LTE 음성 무한자유’ 등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고, KT가 다시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이를 따라갔다.

음성무제한 요금제는 더 이상 음성통화가 이통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로 평가받는다. 늦기 전에 데이터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음성무제한 요금제는 이후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집전화, 알뜰폰까지도 확산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형마트·우체국 합류…알뜰폰 가입자 쑥쑥

올해는 그동안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알뜰폰이 개화했던 한 해기도 하다. 편의점, 대형마트, 우체국 등으로 유통판로가 넓어지면서 지지부진했던 알뜰폰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편의점이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최초로 알뜰폰 판매에 뛰어든데 이어 GS25, GS수퍼마켓, 씨유(CU) 등이 알뜰폰 판매를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알뜰폰 진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가장 먼저 ‘플러스모바일’로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으며 10월에는 이마트가 팬택과 손잡고 알뜰폰을 내놨다.

알뜰폰 가입자 확산의 일등 공신은 우체국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9월부터 전국 주요 우체국에서 알뜰폰 수탁 판매를 시작, 가입자 모집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체국 알뜰폰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며 12월 기준 가입자 3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 같은 열풍에 농협, 신협 등도 알뜰폰 판매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KT, 수장 교체 ‘홍역’

2013년을 마무리하는 또 다른 빅뉴스는 KT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다. 올해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불거졌던 CEO 교체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KT는 민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일이 되풀이 돼 업계 안팎으로 씁쓸함을 안겼다.

이석채 전 회장은 두 번에 걸친 검찰 압수수색 후 11월 결국 사임했다. 지난 2월과 10월 참여연대 등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한데 따른 것이다. 첫 번째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을 감행했던 그는 추가 압수수색에 귀국 하루 만에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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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KT이사회는 CEO추천위원회를 꾸려 회장 후보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 이 과정에서 총 20여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등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특정 인물에 대한 청와대 낙점설, 삼성전자 출신인사 배제설, CEO추천위 내분설 등 각종 마타도어도 난무했다.

최종 후보로 결정된 황 내정자는 KT의 위기를 극복하고 떨어진 통신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KT를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27일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CEO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