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트리니티...원폭문명에 대한 경고

일반입력 :2013/12/29 22:21    수정: 2013/12/29 22:52

이재구 기자

-조너선 페터봄 지음, 이상국 옮김, 서해문집 펴냄, 160쪽, 1만2천원.

‘트리니티’는 미국 뉴멕시코 로스 앨러모스에서 20km 떨어진 장소다. 1945년 7월 14일 새벽 인류최초의 핵폭탄 실험이 있었던 곳의 명칭이자 폭발실험 암호명이기도 했다. 이 날 이곳에서는 태양보다도 밝은 또하나의 태양이 떠올랐다.

‘트리니티’는 원자폭탄 역사의 거의 모든 것을 그리고 있다. 원자핵분열의 원리와 발견과정,원자폭탄 탄생 , 히로시마와 나카사키 원폭 투하, 일본의 항복으로 끝난 2차대전 등 원자폭탄 개발이 가져온 성과와 해악 등을 담고 있다.

방사능을 발견한 퀴리에서부터 중성자를 이용한 핵분열 원리를 밝힌 이태리의 천재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 최고의 물리학자들을 이끌고 맨해튼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오펜하이머, 그를 지휘한 그로브스소장과 핵폭탄 최종 투하 결정을 내린 트루먼 대통령, 원폭 투하가 가져온 인류 파멸적 결과, 이후 과학자들의 고뇌 등이 시간대 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는 당초 핵폭탄의 재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만화형식이어서 술술 읽히는 편이지만 핵심을 낱낱이 훑고 있는 역사교과서 같은 책이기도 하다. 160페이지에 불과한 만화책이라고는 하지만 글로 쓰여진 책 못지않게 깊이가 있다.

핵폭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만화만의 장점을 잘 살렸다. 핵폭탄이 등장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환경, 즉 정치,군사,외교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특히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후 벌어지는 끔찍한 재앙과 이를 알게 된 과학자들의 고뇌도 빠뜨리지 않았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원폭제조과정에서는 수년동안 자신들에게 “ 가능한 일일까?”라는 질문과 궁금증을 가졌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맨해튼프로젝트가 끝난 후 많은 과학자들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질문, 즉 (원자폭탄 제조가)“해도 되는 일일까?”하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서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일본에 투하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면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저자는 과연 미대통령 트루먼은 맨해튼프로젝트 결과 나온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책 종반부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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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프로젝트의 유산으로 우리가 물려받은 세상에는 1945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위협이 상존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몰살시킬 능력을 과학자들에게서 받았고 점점더 늘어나는 원자폭탄의 잔여물로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몸에 일정량의 방사성 물질이, 핵실험의 흔적이 남아있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핵발전소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하며 세상을 밝혀주고 있다. 싸고 깨끗한 에너지-뭔가 잘못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밀과 불신의 역사는 지금까지 그 잔재가 남아 세계는 아직 피해망상에 빠져있다.우리의 불안을 표현하는 새로운 단어들도 생겨났다. 노심용해. 낙진. 임계질량. 그라운드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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