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게임 이용자들과의 예측과 달리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 원’의 판매 실적이 기대치를 뛰어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높은 가격과 투박한 디자인으로 푸대접을 받던 X박스 원이 경쟁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4’의 뒤를 바싹 쫓으며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게임을 넘어선 통합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진화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22일 13개 지역에 출시된 X박스 원은 출시 18일 만에 200만 대 넘게 판매됐다.
이는 16일 만에 32개 국가에서 210만대 판매된 PS4와 비교했을 때 크게 뒤쳐지지 않는 수치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달 15일 미국과 캐나다에 PS4를 최초 출시해 같은 달 29일 유럽과 호주, 남미 지역 등 총 32개 지역에 이 기기를 출시한 바 있다.
출시 첫 날 흥행 성적을 비교하면 PS4는 북미 지역에서만 100만대가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뒤질세라 X박스 원 역시 13개 지역에서 100만대가 판매되며 PS4 못지않은 흥행력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인포스카우트 시장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X박스 원은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콘솔 게임기 중 가장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499달러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31%를 기록하며, 15%를 차지한 PS4를 큰 차로 따돌렸다.
이처럼 X박스 원이 PS4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유는 게임기를 넘어선 ‘홈 엔터테인먼트’ 방향성을 추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통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PS4보다 100달러가량 더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X박스 원은 게임뿐 아니라 TV, 영화, 음악, 앱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 TV 셋톱박스 역할을 대신한다. 또 스카이프 서비스가 기본 탑재돼 있어 타 이용자와 화상 채팅을 하거나, 회사에서 화상 회의를 할 때 활용도 가능하다.
특히 X박스 원은 동작 인식 기기인 ‘키넥트’와의 절묘한 조합이 차세대 게임기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PS4 구입 가격에 한화로 10만원 정도만 더 투자하면 키넥트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고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데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키넥트는 이전보다 한층 성능이 업그레이드 돼 최대 6명까지 사용자를 인식하며, 손가락의 움직임과 심박동수까지 읽어낼 만큼 향상된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헤일로’ 신작, ‘퀀텀 브레이크’, ‘페이블 레전드’, ‘포르자 모터스포츠5’ 등 X박스 원 독점 타이틀 역시 소비자들이 X박스 원을 선택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차세대 콘솔 게임기의 제2라운드 경쟁은 바로 아시아 지역이다. 두 기종 모두 아시아 시장에서 출시되지 않은 만큼 현시점에서 어느 한 쪽의 승패를 단정 짓기 어렵다. 다만 PS4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홈그라운드라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관련기사
- ‘X박스 원’ 200만대 돌파…PS4 맹추격2013.12.12
- X박스 원, 키보드·듀얼쇼크4로 조작해 보니2013.12.12
- 한국MS, PS4 겨냥해 'X박스 원' 발표2013.12.12
- ‘PSN’ 해킹 피해자 속출…“피파14 탓?”2013.12.12
이미 X박스 원이 유리한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좋은 수치를 충분히 끌어올린 만큼 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느냐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PS4는 오는 17일 한국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지역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일본에는 내년 2월22일 출시될 예정이다. X박스 원의 국내 출시일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게임기가 시판되기 전까지만 해도 PS4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막상막하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며 “게임기 고유의 성능에 집중한 PS4와 통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전향한 X박스 원의 치열한 경쟁은 내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