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64비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될 전망이다. 한동안 프로세서의 코어수와 동작속도에 치중했던 경쟁이 내년부터는 메모리 대역폭을 2배로 넓혀 속도를 높이고 데스크탑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쏠릴 전망이다.
PC의 경우 64비트 프로세서가 대중화되는데 10년이 걸렸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64비트가 보다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올해 애플이 아이폰5S와 함께 내놓은 64비트 A7 프로세서가 촉매가 되면서 내년에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본격적인 64비트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64비트 프로세서는 PC로 따지면 펜티엄급의 성능을 낼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지난 9일(현지시간) 경쟁사들에 첫 번째 64비트 프로세서 '스냅드래곤410'을 공개하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내년 하반기 본격 출시된 이 제품은 150달러 미만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최근 발표한 고급형 스냅드래곤805와 함께 차세대 스냅드래곤 라인업을 이끌게 된다.
이 제품은 ARMv8 기반의 코어텍스-A53 설계를 모바일용 제품에 적용한 첫 사례다. 자체 크레이트(Krait) 아키텍쳐를 사용한 주력 제품과 달리 ARM의 아키텍쳐를 그대로 사용했다. 퀄컴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도 내년 1월 CES 2014를 전후로 ARMv8 아키텍쳐를 활용한 64비트 프로세서를 속속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도 내년 초 64비트 버전의 '아톰 Z3000'(베이트레일) 프로세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9월 신제품 아이폰5S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64비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아이폰5S와 아이패드 에어에 탑재된 A7 프로세서는 애플의 첫 64비트 프로세서로 CPU와 GPU 성능이 기존 대비 각각 2배씩 향상됐다.
애플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개발역량을 모두 갖춘 회사로 차세대 운영체제 iOS7에서 64비트를 지원하면서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64비트 컴퓨팅이 제대로 역할하려면 프로세서와 함께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하지만 안드로이드 OS는 아직 64비트를 지원하지 않는다.
메모리 용량 역시 최소 4GB는 돼야 제대로 된 컴퓨팅 성능을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스마트폰에 64비트 기술이 꼭 필요한가?'라는 유효성 논란과 무관하게 64비트 컴퓨팅이 모바일 시장에서 대세가 될 것이라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업계관계자는 애플이 64비트 프로세서를 발표한 이후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삼성전자 등 업체들이 이미 공식적으로 64비트 프로세서 출시를 천명한 만큼 64비트는 모바일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됐다면서 이전에는 64비트를 지원하는 OS도 없었고 애플리케이션도 없었기 때문에 생태계가 미흡한 측면이 있었지만 애플을 시작으로 모든 생태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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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역시 지난달 삼성 애널리스트데이에서 3개월 전만 해도 스마트폰에 64비트 프로세서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많이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언제 (64비트 프로세서가) 나오냐는 질문이 나온다면서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처음에는 ARM 기반 64비트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이후 자체적인 설계기반의 64비트 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64비트 생태계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A7 프로세서와 함께 32비트에서 64비트로의 마이그레이션과 64비트 엑스코드(iOS용 애플리케이션 개발툴)를 지원해 64비트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역시 64비트에 최적화된 커널과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