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 3년간 모바일 뿐 아니라 TV에서도 플랫폼 확장을 계속 시도해왔다. 작년에는 넥서스Q라는 뮤직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선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TV HDMI 단자에 연결할 수 있는 크롬캐스트라는 기기도 출시했다.
크롬캐스트는 PC나 모바일 기기에서 실행되는 크롬 브라우저 화면을 TV 화면에 캐스트(미러링)할 수 있다. 또 유튜브에서 처음 적용한 다이얼이라는 프로토콜을 지원하여 스마트TV가 아닌 일반 TV에서도 넷플릭스같은 비디오 콘텐츠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시도한 이 크롬캐스트가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속에 초도 물량이 매진됐다. 이전 시도들에 비하면 거의 대박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35달러짜리 크롬캐스트에 24 달러에 달하는 넷플릭스 3개월치를 끼워주었기 때문에 흥행 성공에 일부 왜곡은 있을 수 있지만 구글로서는 그 반응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크롬캐스트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반응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킬러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화면이 큰 일반 TV에서 편하게 보고 싶어 한다는 것과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 기기에 있는 콘텐츠를 무선으로 TV에서 볼 수 있는 쉬운 연결성(Connectivity)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크롬캐스트의 기능들은 현재 스마트TV에서도 제공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마트TV 기능이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고 그래서 사용하기 복잡하다는 시장 평가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스마트 TV의 이러한 복합형 컨버전스의 모습은 TV가 거실에서 중심 스마트 기기가 되고자 했던 초기의 올인원(All-in-one)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0여 전에 촉발된, 큰 디스플레이와 결합한 컴퓨터가 거실의 TV를 대체 할 것인가 아니면 TV의 컴퓨터화가 이를 막을 것인가의 '1차 TV (사실상 플랫폼) 전쟁(War)'의 연장선에서 나왔다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한 명의 사용자를 두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여러 스마트 기기들간 경합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디바이스들이 서로 더 쉽게 연결되면 될수록 중심 역할을 하는 기기와 협력하는 기기로 그 역할이 나눠질 수밖에 없다.
즉, 모든 기기가 동시에 주인이 되기 힘들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서로 중복된 기능은 더 잘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각 기기들의 본질적인 강점이 차별적으로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 점에서 크롬캐스트는 연결된 기기들끼리 서로 안정된 상태를 찾아 가려는 힘이 끊임없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서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스마트TV와 스마트폰간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려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그동안 구글TV 플랫폼으로 찾지 못했던 해법을 로쿠(Roku)나 애플TV처럼 TV 외곽을 두드리는 시도를 통해 일부 가능성을 찾았다고 스스로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킬러 콘텐츠 중심'과 'TV는 화질 좋은 디스플레이가 본질'이라는 두가지 핵심을 구글TV 플랫폼에 반영해 다시 한번 TV 산업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과거 구글TV 플랫폼은 안드로이드OS를 변형한 일종의
파편화(fragmented)버전이었다. 즉 구글이 파편화를 스스로 용인한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구글은 안드로이드4.2 버전(코드명 젤리빈)부터 코어 모듈과 확장(Extension) 라이브러리로 구조화해 구글TV를 안드로이드OS로 통합시켰다. 그리고 TV 플랫폼을 더 이상 구글TV가 아니라 안드로이드TV로 OS 이름을 통일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통해 모든 플랫폼을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도 힘들다. 모바일 앱같은 고성능 앱을 구동할 수 있는 OS가 배터리와 폼팩터가 작은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되기에는 무리다.
그래서 구글이 최근에 웨어러블을 위한 크록워크(ClockWork)라는 새로운 OS를 내어 놓은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OS플랫폼에 대한 주요 사업자들의 최근 인식은 OS플랫폼이 핵심 사업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공격용이기도 하지만 방어용으로서의 성격도 있다. 그렇다보니 OS는 서로의 주력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와 광고를 위해 OS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OS가 주 수익 사업인 MS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 수익 모델을 가진 애플은 그것을 확증하듯이 최근 아이워크 오피스 프로그램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선언했다.
MS로선 부담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 MS도 OS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내몰수 있다. 이렇듯 OS 플랫폼은 많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OS플랫폼에서 또 하나의 변수로 HTML5가 있다.
높은 성능과 단말기에 특화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네이티브 앱에 비해 HTML5는 아직 불리한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진화를 통해 기존의 웬만한 킬러 앱들을 HTML5로 치환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HTML5 호환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각종 앱을 쓰는 게 가능해 진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수혜주는 그 동안 30%의 수수료를 물던 앱 사업자들이다. PC에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직접 사용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인터넷 사업과 같은 사업적 자유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유료 앱스토어를 무력화시키는 역전의 시장 파괴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HTML5 웹앱 마켓을 지원하는파이어폭스 OS가 역전의 시장 파괴를 향한 선봉에 섰다. 현재 LG전자와 ZTE가 각각 ‘파이어웹’과 ‘오픈 파이어폭스’라는 이름으로 파이어폭스OS 기반 스마트폰을 내놨다.
현재로서는 피처폰 대체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없는 피처폰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파이어폭스폰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HTML5가 의외로 빨리 확산될 수 있는 분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가 있다. HTML5는 웹 기반이기 때문에 차량 교체와 상관없이 연속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티브 앱에 비해 기능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차량은 운전자의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간단한 UI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HTML5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눅스, QNX, MS 윈도, 안드로이드 등 많은 플랫폼이 넘치는 자동차 쪽에는 플랫폼과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HTML5가 관리 관점에서도 유리하다.
이제까지 2회에 걸쳐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여전히 모바일 시장이 대세인 상황에서는 아직까지 안드로이드와 iOS 양강 체제가 대세일 수밖에 없다. 반면 제 3의 OS진영은 아직 이에 견줄만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이통사들이 새로운 OS를 채택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텔레포니카 정도가 피처폰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제3의 OS를 수용하는 정도다. 그마저도 저가 안드로이드폰이 활성화되면 힘들어질 수 있다.
결국 제3의 OS들이 성공하려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스마트 TV나 웨어러블(wearable)과 같은 영역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현재로선 가장 실질적인 선택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플랫폼을 이야기 할 때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 플랫폼 경쟁력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근본적인 질문이다. 플랫폼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목적으로 할 때는 엄청난 투자와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플랫폼을 필요로 할 때는 외부 플랫폼으로는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없을 때이어야 할 것이다. 네이티브앱이냐 하이브리드앱이냐 웹앱이냐를 기술적인 경쟁력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 시장이 있는가로 결정해야 하듯이 플랫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장에 필요한 상품을 만들기 위한 것인가의 질문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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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가지더라도 항상 그런 관점에서 외부 플랫폼과의 내부 경쟁으로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경쟁력을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소는 최종적으로는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사용자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