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텔스타, 위성통신시대 열다 ③천상의 목소리

일반입력 :2013/12/08 15:18

이재구 기자

4■우주에서의 목소리...스코어위성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크니크를 발사했다. 미국정부도 주목하던 국제관측년(IGY1957~1958)을 기념한 위성 발사는 소련과의 우주경쟁 패배로 결론났다. 육군, 공군, 해군이 제각각 로켓 발사를 향해 경쟁하다가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탐정소설가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시체를 발견한 것 같았지.”

그 자신 SF작가이기도 한 존 피어스박사는 스푸트니크 발사 소식을 듣고 받은 충격에 대해 짓궂게 물어보는 벨연구소 동료에게 이렇게 답했다.

서방세계가 쇼크에 빠졌지만 미국은 1958년 1월 익스플로러호 발사에 성공해 체면을 세웠다. 반 앨런대를 발견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다행히 2차대전 종전에 임박해 독일 피네뮌데에서 미군에 전향해 온 폰 브라운 박사의 레드스톤 로켓이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방부는 또다른 통신위성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류최초의 통신위성으로 또한번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1958년 6월 뉴저지 포트 몬마우스에 있는 육군통신연구개발연구소(SRDL)의 케네스 매스터맨스미스는 자신이 설계한 위성이 하늘에서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이때부터 뉴저지 몬마우스에 있는 미육군 통신연구개발연구소는 최대 68kg급 통신위성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테이프녹음기를 실어 지상기지국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음성 테이프 녹음기를 실은 위성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위성 방송을 가능케 해 줄 것이었다. 물론 신뢰성이 문제였다. 예비로 두 번째 녹음 테이프레코더를 통신패키지에 덧붙여졌다.

미국방부 고등국방기술연구원(ARPA)은 결국 6개월 후 이 위성을 내놓았다. 스코어(Signal Communications by Orbiting Relay Equipment) 위성이었다.

로켓은 저궤도로 발사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위성 수명은 기껏해야 2~3주에 불과할 터였다. 자연히 지상의 서로 다른 지역에 두 개의 지상기지국과 위성간의 실시간 중계되는 기회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통신위성은 전세계에 방송을 할 최초의 위성이 될 것이었다.

이 작업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스코어위성의 기술적 목표는 두가지였다. 대륙간 탄도탄인 아틀라스미사일 로켓이 지구궤도상에 오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로켓으로 대기 상층부로 쏘아보낸 보낸 위성메시지를 지상기지국에서 실시간으로 받아 다른 지상 지구국으로 보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 위성의 역사성을 감안해 우주에서 중계돼 지상에 들려줄 소리로 25개를 선정했다. 미국의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중요성을 감안해 선정된 오디오를 녹음테이프에 담았다. 여기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핑크 플로이드의 더 다크사이드오브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처비 체커의 ’더 트위스트터(The Twist) 등이 포함됐다.

발사 2일 전. 아이젠하워대통령은 이 위성이 단순한 위성이 아니라 우주에서 목소리를 들려줄 중계위성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말했다.

“전세계에 나의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네. 가능한가?”

이미 아틀라스미사일 로켓은 발사대에 놓여있었고 통신패키지는 페이로드안에 봉함돼 있었다. 발사대에서는 연료주입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로켓 발사당일인 18일 아침, 긴급히 녹음된 대통령의 메시지가 워싱턴에서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에 도착했다.

육군통신부대는 대통령의 음성메시지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 대기 중이던 통신 페이로드의 테이프 녹음기로 전송했다. 스코어 위성내에 있는 페이로드는 충실하게 주테이프녹음기와 백업 테이프 녹음기에 메시지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1958년 12월 18일 오후 6시 2분. 스코어 위성은 공군의 대륙간탄도탄(ICBM) 아틀라스10B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스코어위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근지점 183km와 원지점 1천480km사이의 궤도를 향해 발사됐다. 101분30초마다 지구를 돌았다.

“위성에서 음성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발사 첫날 스코어위성이 캘리포니아를 지날 때 테이프녹음기는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이튿 날인 19일. 예비로 준비한 백업 테이프녹음기가 암호화된 지상기지국의 명령을 받자 녹음기는 그제서야 아이젠하워의 목소리를 전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지상에 있는 기지국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미합중국 대통령입니다. 이 놀라운 과학적 발전을 통해 내 목소리가 외계를 통해 여러분에게 가고 있습니다. 나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미국인들의 우정과 평화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뉴저지 포트 몬마우스에 있는 육군통신연구개발연구소(SRDL)의 케네스 매스터맨스미스가 설계한 위성은 그렇게 30초동안 단파로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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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는 78회나 실시간으로 음성을 저장하고 틀어주면서 조지아,텍사스,아리조나, 캘리포니아에 있는 지상기지국과 통신을 교환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12일 만에 배터리는 바닥이 났다. 1959년 1월 21일. 스코어는 지구에 재진입하면서 불타서 소멸해 버렸다.

하지만 스코어 위성은 능동형 통신위성이 중계기능을 발휘해 지구상 어느 곳으로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최초의 위성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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